규제샌드박스 시행 1년을 맞은 정부가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접수기구를 만들고, 해당 기업의 시장진출 시 금융·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1년 동안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갈등조정 체계 구축과 부처 평가보상체계를 개선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3일 오전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제99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규제샌드박스 제도 시행 1년의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보완대책을 논의했다.
국무조정실 한 관계자는 "2019년 두 배의 목표를 달성했고, 2020년 2배 늘어난 목표를 설정했다"며 "하지만 양적인 질보다는 법령개선 등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더 주력하겠다"며 다짐을 밝혔다.
정부는 처음 시행한 제도인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정부는 그동안 업계와 전문가들이 지적한 내용을 반영한 규제샌드박스 발전 방안을 내놨다.
민간 접수기구 신설 및 전 부처에 규제샌드박스 전담부서 마련
규제샌드박스를 시행한 첫 해인 2019년 이해관계가 첨예한 과제의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특례 기간이 종료되더라도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신청과정에서의 기업의 행정적 부담을 완화하고 부가조건을 변경해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심사단계도 간소화한다. 유사·동일과제에 대한 신속처리 제도를 보강해 기존 특례사업과 사업모델이 동일한 경우 접수부터 승인까지의 기간을 1개월 이내로 단축한다. 실증사업의 범위를 제한하는 조건을 부가할 때도 향후 실증 진행 과정에서 신속한 조건변경이 가능하도록 현행 6개월의 최소 실증기간을 폐지한다.
시행착오 줄이고 시장출시 지원 강화
규제 샌드박스 승인 제품 중 새로운 기술과 인증기준이 필요한 제품들은 인증을 통과하는 데까지 시행착오를 겪느라 시장 출시가 지연되기도 했다. 이에 특례기간 만료 전에 기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2020년부터는 국가기술표준원에서 ‘규제 샌드박스 융합신 제품 인증기술개발 사업’을 신규 운영해 매년 10~15개의 지원대상을 선정하고, 신규기준 개발과 제품성능 개선을 지원한다.
법령 정비 단계에서 사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법령 정비에 속도를 낸다. 신청사업이 임시허가로 승인받으면 ‘법률은 6개월 내 국회제출, 하위법령은 3개월 내 개정’이라는 원칙하에 조속한 법령정비를 추진한다. 불가피한 사유로 법령 정비가 지연되는 경우에는 법령개정 시까지 특례를 연장한다.
임시허가에 대해서는 현행 산업융합촉진법 (산업융합)과 지역특구법(지역혁신) 상 ‘법령 정비 지연 시 임시허가 효력 자동연장’ 규정을 정보통신융합법 (ICT융합)에도 신설한다. 실증특례에 대해서도 안전성이 입증됐음에도 불가피한 사유로 법령 정비가 지연되는 경우에는 임시허가로 전환하거나 실증특례 기한을 추가 연장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
새로운 사업과 기존 업계와의 갈등을 풀기 위한 갈등 조정 프로세스도 만들었다. 특례심의위원회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웠던 갈등과제에 대해서는 주관부처별로 갈등조정 위원회를 구성해, 이해관계자와 해당 분야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공론의 장을 만든다.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핵심이슈는 4차 산업혁명위원회의 ‘규제·제도혁신 해커톤’과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주관부처 장관이 국조실장과 협의하여 해커톤 논의대상 과제를 지정하고, 4차위 내 규제 샌드박스 갈등관리 지원 전담부서 지정해 운영한다. 현재는 담당 인원이 2명이지만 향후 1명을 더 보강한다.
이 밖에도 기존 4개 분야 외 규제 소관 부처의 규제개선 노력이 실질적으로 평가받고 보상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 체계도 확립한다.
국조실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주관부처인 과기정통부가 규제부처인 국토부와 협의해 규제샌드박스 과제를 승인했을 때, 정작 규제를 풀어 준 부서가 혜택을 못 받는 문제들이 있었다"며 "규제를 적극적으로 풀어준 부서에도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보상체계를 만드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보완책 마련을 신청기업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규제샌드박스 신청기업을 운영하는 한 대표는 "아직 이해관계자와 갈등이 있는데 전담할 곳이 생긴다는 소식을 들으니 반갑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