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산업의 흐름과 트렌드가 끊임없이 달라진다. 그 변화에 따라 시장이 성장하고 또 쇠락한다. 갓 생긴 스타트업이라도 그 흐름을 잘 읽고 타면 성공 확률이 높다. 성장 산업에 어떤 스타트업이 도전할까. 어떤 접근법을 펼칠까. 이를 살펴보면 거꾸로 시장과 산업에 대한 통찰력(인사이트)도 생긴다.

스토리텔은 2005년 서비스를 시작한 스웨덴의 오디오북 기업이다. 지난해 11월 아시아에서 3번째로 국내에 지사를 설립하고 한국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스토리텔은 '오디오북 업계의 넷플릭스'라고 부를 정도로 해외 시장에선 큰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다. 2018년 12월 나스닥 유럽 시장에 상장했으며 3월 현재 기준 시가총액은 약 9억 6835만 유로(약 1조 2843억 원)에 이른다.

오디오업계의 넷플릭스인 ‘스토리텔’ 박세령 지사장./자료 스토리텔
오디오업계의 넷플릭스인 ‘스토리텔’ 박세령 지사장./자료 스토리텔
오디오북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딜로이트'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오디오북 시장 규모는 35억 달러(약 4조2655억 원)에 이른다. 동영상 시장과 비교하면 절대 규모는 작지만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국내도 상황은 비슷하다. 스토리텔이 추산하고 있는 현재 국내 오디오북 시장 규모는 300억 원 수준으로 향후 5년 안에 팟캐스트 등 다양한 오디오 콘텐츠를 포함해 조 단위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스토리텔의 한국 공략을 이끄는 수장은 박세령 지사장이다. 박 지사장은 넷플릭스 아시아 헤드쿼터 마케팅 담당, 모바일 게임 '캔디크러시사가'로 유명한 킹디지털엔터테인먼트 한국 마케팅 총괄로 경험을 쌓았다.

박 지사장은 "스토리텔은 오디오북을 '책'이 아닌 '엔터테인먼트'로 정의하고 있다"라며 "그래서 경쟁자는 종이책이 아니라 게임과 영상 등 수많은 콘텐츠로 오디오북이 '의미 있는 취미(Meaningful recreation)'로 충분히 포지셔닝 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시아 3번째 진출국으로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은 인구 수 대비 구매력 있고 넷플릭스나 멜론 등의 인기로 월 정액 서비스에 익숙한 소비자가 많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통신 인프라도 중요하다. 국내의 우수한 와이파이 인프라 역시 강점이다.

스토리텔 한국지사는 국내 콘텐츠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3년 안에 일반 서점에 있는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의 대부분을 스토리텔에 담는 게 목표다. 유명 외서는 이미 상당수를 원어로 서비스하고 있다. 기존 도서 계약과 더불어 독점 오디오북 콘텐츠 확보를 위한 작가 발굴에도 나서고 있다. 기존 저작물을 오디오북으로 옮기는 걸 넘어 처음부터 오디오북 제작을 목적으로 저작을 하는 작가들을 만들어낸다는 계획이다.

국내 다른 오디오북 서비스들이 책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 발췌독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반면 스토리텔은 책의 전부를 담은 완독형 콘텐츠만을 제공한다. 사용자의 오디오북 경험이 쌓일수록 발췌독보다는 완독 콘텐츠를 원한다는 것을 데이터를 통해 확인했기 때문이다.


스토리텔 서비스 화면./자료 스토리텔
스토리텔 서비스 화면./자료 스토리텔
스토리텔은 연예인이나 셀럽이 아닌 전문 성우가 책을 읽어준다. 완독형은 콘텐츠에 따라 재생시간이 10시간이 넘기도 한다. 이 경우 중요한 건 책을 읽어주는 내레이터의 역량이다. 긴 시간 정확한 발음으로 안정적으로 책의 내용을 전달해야 청취자의 피로가 쌓이지 않는다. 전문 성우만이 갖출 수 있는 역량이다. 스토리텔은 인기 있는 성우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고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스토리텔 한국지사는 올해를 성장에 원년으로 보고 있다. 올해 다양한 채널과의 협업을 통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본격적으로 스토리텔을 알리는 것을 시작으로 더 많은 고객에게 '의미 있는 취미'로 자리 잡는다는 계획이다.

박 지사장은 "서비스 성장에는 콘텐츠가 핵심인 만큼 스토리텔에 콘텐츠가 쌓이는 것과 비례해 서비스 이용자도 늘어날 것"이라며 "3년 안에 유료 가입자 100만 명을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