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요구되는 연산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초저전력 AI 반도체 기술을 개발했다. 저전력 뉴로모픽 컴퓨팅 소자의 핵심 기술이다. 뉴로모픽 컴퓨팅은 인간의 두뇌를 구성하는 신경 시스템을 모사한 기술로, 많은 양의 데이터를 초저전력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나노 자성구조체인 스커미온을 이용한 초저전력 인공지능 반도체 소자 실물 / KIST 제공
나노 자성구조체인 스커미온을 이용한 초저전력 인공지능 반도체 소자 실물 / KIST 제공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는 29일 송경미·주현수 차세대반도체연구소 박사와 장준연 소장, 우성훈 IBM 박사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이 나노 스핀 구조체 ‘스커미온(Skyrmion)’을 이용해 뉴로모픽 컴퓨팅 소자의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스커미온’은 소용돌이 모양으로 배열된 스핀 구조체로 구조적 안정성과 나노미터 수준의 작은 크기, 생성 및 개수 조절이 용이한 장점이 있다. 메모리와 논리·통신 소자 등 차세대 전자소자에 적용하기에 유용하지만, 스커미온을 전기적으로 제어하기 어려운 기술적 난제가 있었다.

KIST 연구진은 신경전달 물질과 동일한 원리로 스커미온 수를 조절해 신경세포 간 연결강도를 뜻하는 시냅스 가중치를 변화시킬 수 있음에 착안했다. 전자소자를 전기적으로 제어하는 방법을 찾아 이를 기반한 시냅스 소자를 최초로 제작했다. 이 소자는 기존 시냅스 소자들에 비해 낮은 전압으로 동작하면서도 높은 내구성을 갖는다.

연구진은 이 인공 시냅스 소자를 이용해 손글씨 숫자 패턴(MNIST) 인식 학습을 진행했을 때, 90%의 높은 인식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기존 인공 시냅스 소자는 이와 유사한 수준의 인식률을 얻기 위해 수십만 번의 반복 학습이 필요했다. 스커미온 기반 인공 시냅스 소자는 1만5000회 학습만으로 달성해 인식에 필요한 소자의 전력소모를 10배 이상 감소시켰다.

송경미 KIST 박사는 "이론으로만 제시됐던 스커미온 기반의 인공 시냅스 소자를 세계 최초로 구현한 연구로 시냅스 가중치를 조절하는 인간의 뇌를 가장 밀접하게 모방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