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과 채널A가 우여곡절 끝에 종합편성채널사용사업자(종편)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TV조선은 중점사항 심사점수가 과락한 점을 고려해 승인기한을 3년으로 1년 단축하는 조건이다. 채널A는 재승인을 받았지만, 향후 방송의 공적책임과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될 경우 재승인 처분을 취소할 수 있는 철회권 유보 조건이 달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21일 승인유효기간이 만료되는 TV조선과 채널A에 대한 재승인 여부를 심의하고 의결했다.

2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 사진 류은주 기자
2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 사진 류은주 기자
이번 재승인 심사 결과 TV조선과 채널A는 각각 총점 1000점 중 653.39점과 662.95점을 획득했다. TV조선은 중점심사사항(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의 실현가능성 및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에 대한 평가점수가 배점의 50%에 미달했다. 중점심사사항의 과락은 ‘재승인 거부’ 또는 ‘조건부 재승인’ 요건에 해당해 방통위는 지난 10일 행정절차법 제22조 및 방송법 제101조에 따른 청문절차를 진행했다.

방통위는 심사위원회의 심사결과 및 청문 주재자의 의견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하되, 재승인 사업계획의 이행 담보 등을 위해 조건 및 권고사항을 부가하기로 했다. 승인 유효기간은 2020년 4월 22일부터 2023년 4월 21일까지 3년이다.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 관련 중점심사사항의 과락을 고려해 재승인 조건 중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 관련 주요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재승인 처분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차기 재승인 심사에서는 재승인을 거부할 수 있는 조건도 추가했다.

이번 재승인 심사와 동일한 중점심사사항에서 연속으로 과락이 발생하거나, 총점이 재승인 기준점수인 650점 미만으로 나올 경우, 이미 2회에 걸쳐 재승인 거부 또는 조건부 재승인에 해당하는 결과를 받았을 경우다.

채널A는 심사위원회의 심사결과 과락없이 기준 점수를 넘었지만, 재승인 심사위원회 운영 이후 소속기자의 취재윤리 위반 문제 등이 제기됨에 따라 관련 사실관계 확인 등을 위해 지난 9일 대표자를 불러 의견청취를 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못했다. 결국 채널A에 대한 재승인은 의결하되 의견청취 당시 진술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향후 진상조사위원회 및 외부자문위원회의 조사·검증 결과와 수사기관의 수사결과 등을 통해 방송의 공적책임과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될 경우, 재승인 처분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철회권 유보 조건을 부가했다. 승인 유효기간은 심사위원회의 평가 결과를 반영해 2020년 4월 22일부터 2024년 4월 21일까지 4년이다.

여야 추천 상임위원 의견 충돌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TV조선 승인기한과 조건부 재승인을 놓고 방통위 상임위원 간 의견이 엇갈렸다.

안형환 상임위원은 ‘방송사업자 재허가‧재승인 사전 기본계획’에는 중점 심사사항 과락시 재승인 유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줄인다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안 상임위원은 "방송의 공정성이 과연 재승인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엄격히 심사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며 "미국에서도 보도의 공정성과 관련된 부분은 언론을 위축시킨다고 보고, 1987년 ‘공정성의 원칙'을 폐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도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교양, 오략 프로그램까지 다 못하게 하는 것은 행정청의 과다 처분으로 비칠 수 있어서 조건을 달지 않고 4년 재승인해 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창룡 상임위원은 "그동안 TV조선은 권력을 감시하기는커녕 특정 권력을 편들고, 막말과 편파방송을 이어와 시청자의 기대수준에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함부로 막말, 편파 방송을 하면 문을 닫는 법이 있다"고 반박하며 TV조선의 승인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일 방통위 전체회의가 열리는 과천청사 정문 앞에서는 종편 재승인 여부와 관련 찬반 시위가 있었다. 사진은 종편 재승인 찬성(왼쪽)과 반대측의 현수막과 팻말/사진 류은주 기자
20일 방통위 전체회의가 열리는 과천청사 정문 앞에서는 종편 재승인 여부와 관련 찬반 시위가 있었다. 사진은 종편 재승인 찬성(왼쪽)과 반대측의 현수막과 팻말/사진 류은주 기자
허욱 상임위원은 "종합점수가 (재승인 기준점인) 650점을 넘긴 데다 법정제재 감소 등 나름 노력해온 점을 고려해 마지막 기회주는것이 방송제도 안전성 높이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미달할 경우 반드시 재승인을 거부하는 것이 재승인 제도의 취지를 살리고, 실효성도 높이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수정된 안을 제안했다.

이날 상임위원 간 의견이 통일되지 않자 중간에 회의를 정회하기도 했다. 회의를 재개한 후에도 안 상임위원은 4년 재승인을 주장했지만, 결국 과반수 상임위원의 의견에 따라 TV조선은 3년 유효기간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채널A의 재승인을 놓고서도 상임위원 간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표쳘수 상임위원과 안형환 상임위원은 "소속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이 방송의 인허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허욱 상임위원은 "검언유착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정치 쟁점화되고 있고, 회사간부나 경영진이 개입했다면 매우 심각한 수준이므로, 철회권을 유보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창룡 상임위원도 "아직 진실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조건없이 승인을 했다가, 자칫 방통위가 무책임한 행정을 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행정청 재량권 놓고 토론장 된 회의실

방통위는 이번 재승인 심사에서 선거방송의 공정성 강화를 위해 방송심의규정 위반으로 인한 법정제재 5건 이하 조건에 추가해 선거방송 심의 특별규정 위반으로 인한 법정제재를 전국단위 동시선거별로 각 2건 이하를 유지하도록 하는 조건을 두 방송사에 부가했다. 협찬을 받은 프로그램에서 협찬주가 판매하는 상품이나 용역의 직접적인 효과나 효능을 다루는 경우에는 시청자들이 알 수 있도록 협찬사실을 반드시 고지해야하는 조건도 새롭게 달렸다.

TV조선의 경우 ▲소유·경영의 분리를 통한 방송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최대주주 특수관계자가 방송사의 사내이사(대표이사 포함)를 하지 않도록 할 것 ▲최대주주사에서 방송사로 기자·PD 직군의 직원 파견을 해소하도록 노력할 것 ▲재승인 후 6개월 이내에 관련계획을 수립해 제출할 것 ▲방송 전문성이 있는 사외이사를 선임하도록 노력할 것 등을 권고했다.

허욱 상임위원(왼쪽)과 양한열 방송정책국장/ 사진 류은주 기자
허욱 상임위원(왼쪽)과 양한열 방송정책국장/ 사진 류은주 기자
방통위가 이번 재승인 심사에서 새로운 조건들을 부가한 것에 대해서도 행정청의 재량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안형환 상임위원은 "과도한 조건을 방송사들이 문제 삼는다면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기업에 피해가 갈 입법을 최소화하는 것도 행정청의 자세다"며 "재량권 남용이 아닌지, 법을 확대 해석하는 것은 아닌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허욱 상임위원은 "복잡다단한 상황에서 행정청의 재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양한열 방송정책국장은 "재허가와 재승인은 행정법상 특허므로, 재량의 범위가 넓다는 것이 판례와 일반적 학자들의 통설이다"며 "방송사업자들의 방송의 자율적 편성 못지않게 공적 책임에 대한 의식과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방송법의 정신이며, 공정성은 방송법에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로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락을 할 경우 재승인을 거부할 수도 있는 조건이 있기 때문에, 승인기한을 4년에서 3년으로 줄인 것은 전체적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으며, 법률 자문도 마친 내용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