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개정안 윤곽이 잡힌 가운데 이해관계자 의견이 엇갈려, 개정 완료 전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단통법 시행 효과에 대한 의구심 제기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이동통신시장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종합 토론 중인 패널들의 모습 / 류은주 기자
‘이동통신시장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종합 토론 중인 패널들의 모습 / 류은주 기자
10일 서울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이동통신시장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김창룡 방통위 상임위원은 "업계를 조금 봐주는 눈치만 보여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면 코로나19로 어려운 업계의 숨통을 조인다는 불만이 나온다"라며 "양측 반발을 최소화하고 여러 문제를 보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단통법, 실패한 규제"

이날 토론회에서 경제·법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단통법이 실패한 규제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제도 개선과 보다 근본적인 이통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권남훈 건국대 교수는 기조 발제를 통해 "완벽한 차별금지의 불가능, 이통사 경쟁수단 제한 등 단통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은 어느정도 예상 됐으며, 일부는 현실화 됐다"며 "경쟁 촉진과 같은 일반적 목표의 정책은 필요하나, 경쟁의 방식을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은 과도한 자신감이다"고 말했다.

변정욱 국방대 교수는 단통법이 전체적인 가계통신비를 인하한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일선 이용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이경원 동국대 교수는 "정부는 이통시장 실패가 발생했다고 보고 깊게 개입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시장실패는 독과점이 발생하고, 소비자자들의 후생이 열악하게 되는 경우다"라며 "현재 상황을 시장실패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홍명수 명지대 교수 역시 "단말 지원금 감소로 인한 실질 구매 가격 상승이 통신요금 인하와 경쟁에 따른 품질 향상으로 상쇄되고, 차별적 거래가 제한됨으로써 불이익이 해소되는 등 이용자 이익 증대 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지원금 규제가 통신비 인하 및 서비스 경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단통법을 넘어서 통신법 체계 전반에 걸쳐 이동통신사업자 자율 영역 확대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단통법 윤곽…추가 지원금 한도 상향, 공시지원금 차등 허용

염수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은 이날 ‘단말기 유통구조 협의회'에서 제도개선에 대해 논의한 내용을 발표했다. 6년 만에 개정되는 단통법 개정안의 윤곽이 잡힌 셈이다.

구체적으로 ▲가입유형(번호이동·기기변경 등)에 따른 공시지원금 합리적 차별 허용 ▲추가 지원금 한도 상향 ▲지원금 공시 주기 단축(7일→3일) ▲공시요일 지정 ▲위약금 제도 개선 ▲장려금 규제(장려금 연동제·합리적 차등제) ▲온라인 판매중개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 강화 ▲공시기준 위반 과태료 상향 ▲미승낙 판매점 거래한 대리점 과태료 부과 ▲긴급중지명령 개선 ▲단말기 유통법 위반 처벌 강화 등이다.

염 연구위원은 "공시지원금 차등의 경우, 불필요한 번호이동을 유발하지 않는 수준으로 설정할 것이다"며 "추가지원금 법정한도 상향으로 유통망 자율성을 확대하고, 공시유지 의무기간 단축을 통해 공시지원금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려금은 경쟁수단으로 보호돼야 하지만, 차별적 지원금의 원인이 되는 장려금 규제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부연했다.

이통사들 "장려금 규제 NO, 사업자 자율 맡겨달라"

이통3사는 단통법 이후 지원금과 요금할인율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새롭게 논의되는 규제에는 반대의 목소리를 낸다.

최상국 SK텔레콤 팀장은 "채널 간 장려금에 차등을 두는 것 만 찬성한다"며 "공시지원금 등의 규제는 사업자 자율에 맡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KT, LG유플러스도 공시지원금 연동제 또는 차등제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철호 KT 팀장은 "이용자 이익이 증가하면 이용자 차별이 증가하는 트레이드 오프적인 성격이 있다"며 "장려금을 규제하면 또 다른 규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장려금 영역은 사업자의 자율영역으로 봐달라"고 요청했다.

전문가들도 지원금 규제 폐지가 오히려 이용자 차별을 조장하고 시장의 혼란을 야기할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봉의 서울대 교수는 "대리점과 판매점의 추가지원금을 폐지하면 고가요금제에 장려금이 쏠려 이용자 단계 차별이 더 심화할 수 있다"며 "장려금 규제는 이용자 이익을 위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도 "경쟁을 억제하는 규제와 감시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추가지원금 유도 방지를 위한 장려금 가이드라인을 조정하는 등 ICT 생태계의 역동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단통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이날 토론회에서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