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허들을 없애니 세계 최초로 전기버스 무선충전버스가 도로를 달리고, 국내 최초로 자율주행 배달로봇이 공원까지 음식을 배달한다.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로 사업화가 가능한 가까운 미래의 일이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 / 과기정통부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 / 과기정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12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를 개최하고, 총 8건의 ICT 규제 샌드박스 과제를 심의했다. 그 결과 총 5건의 실증특례 지정, 2건의 적극행정, 1건의 임시허가 과제에 대한 임시허가조건 변경 승인이 있었다.

심의위는 ▲와이파워원의 전기버스 무선충전 기술 ▲우아한형제들의 실내외 자율주행 배달로봇 ▲엘비에스테크의 시각장애인 보행경로 안내 서비스 ▲신세계 L&B의 스마트 오더를 활용한 무알코올 주류 판매서비스 ▲미디어 스코프의 모바일 연동 개방형 노래부스 ▲국민연금공단과 카카오뱅크의 모바일 신용정보 연계 서비스를 승인했다. 기존 임시허가 승인과제인 텔라움의 통신사 무인기지국 원격전원관리시스템에 대한 지정조건 변경도 승인했다.

무선충전버스·배달로봇 달린다

전기버스 무선충전은 버스가 달리거나 정차하면 저절로 충전되는 기술이다. 충전장치(수신기)를 부착한 전기버스가 도로 위에 정차하거나 달리면, 도로 밑에 매설된 충전기(송신기)가 무선주파수(85kHz)를 활용해 무선으로 실시간 충전한다. 국내 스타트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해 2010년 타임지 선정 ‘세계 50대 발명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 전파법상 85kHz 주파수 대역은 전기버스 무선충전용으로 분배되지 않았고, 주파수 분배가 전제된 방송통신기자재 등의 적합성평가도 어려웠다. 또 전기버스에 무선충전장치 장착을 위한 튜닝 승인 요건, 무선충전기의 도로 매설 기준, 안전확인대상제품 여부 등 총 7개 규제에 막혀 사업이 불가능했다.

심의위는 친환경 자동차 시대 에너지와 환경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미래 신기술의 산업적 파급효과를 고려해 2년간의 실증 특례를 부여했다. 신청기업인 와이파워원은 대전시 대덕연구개발특구 순환 전기버스 노선에서 전기버스 최대 7대를 대상으로 시장성과 안전성을 테스트할 예정이다.

자율주행 배달로봇(왼쪽), 무선충전버스 / 과기정통부
자율주행 배달로봇(왼쪽), 무선충전버스 / 과기정통부
실내외 자율주행 배달로봇(우아한형제들)도 운행을 시작한다. 배달의민족 앱으로 주문 시 자율주행 배달로봇이 스스로 위치·경로·물체 등을 인식하며 가게에서 음식 등을 수령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 앞까지 배달한다. 그동안 실외 도로를 주행하는 배달로봇이 샌드박스를 통과했지만, 실내까지 주행하는 로봇은 없었다.

자율주행 로봇은 도로교통법상 보행자가 아닌 ‘차’에 해당해 보도·횡단보도 등에서 통행이 제한됐고, 공원녹지법상 30㎏이상 로봇은 공원 출입이 불가능했다. 로봇에 부착된 카메라로 음식 배달과 보행자와의 충돌 방지를 위해 불특정 다수의 개인 영상을 촬영해야 했지만 개인정보보호법상 허용되지 않았고, 로봇의 승강기 무선제어도 어려웠다.

심의위는 자율주행 로봇 기술 고도화와 시장활성화를 위해 주행 안전성 확보, 개인정보 보호 조치 및 승강기 안전검사 특례 인정을 전제로 시장 테스트를 허용했다. 신청기업인 우아한형제들은 경기 수원 광교 호수공원 일대, 서울 건국대학교에서 2년간의 실증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시각장애인 보행경로 안내·스마트 주문 활용 무알코올 주류 판매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행경로 안내 서비스도 실증특례를 받았다. 현행법상 건축물 평면도를 발급하기 위해서는 건물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야만 했다. 심의위는 시각장애인의 권리 향상을 위해 보안대책계획서 제출 등을 전제로 공공청사‧공공기관, 상가 등의 건축물 평면도를 열람·발급 받을 수 있도록 했다. LBS Tech는 성남시 중원구 일대에서 안전성과 시장성을 우선 테스트한 후 실증 지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신세계 L&B의 주류 전문 판매점의 무알코올 주류 판매도 허용된다. 앱으로 무알코올 주류를 사전 주문한 뒤 주류 전문 매장 내에서 대면 수령하는 서비스다. 현업행법상 주류 전문판매점은 와인잔, 치즈 등 주류 관련 용품은 판매할 수 있었지만, 무알콜 주류 판매 여부는 불분명했다. 국세청은 논의 과정에서 적극행정을 통해 모든 주류 판매점에서 무알콜 주류 구입을 허용해 규제개선(9월 15일)을 완료했다.

개방형 노래부스·농어촌 빈집 활용 숙박·모바일 신용정보 연계

미디어스코프의 쇼핑몰·영화관·터미널 등 공공장소에 개방형 노래부스를 설치하고, 자체 개발한 모바일 앱 노래 반주기를 연동해 소규모(1~2대)로 운영하는 서비스도 실증특례를 받았다.

다자요의 농어촌 빈집 활용 숙박도 실증특례를 받았다. 농어촌 및 준농어촌지역 빈집(230㎡ 미만)을 대상으로 5개 이내 시·군·구(시·도별 1개 시·군·구)에서 총 50채 이내(지자체별 15채 이내) 운영한다. 영업일수는 연 300일 이내, 사업요건 및 마을주민과 상생협력을 위한 주민협의 절차 등을 이행해 실증을 추진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 앱을 이용하는 사람이 대출 신청, 신용 점수 관리 등 소득·재직정보가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이용자 본인동의 하에 별도의 소득증빙서류 제출없이 카카오뱅크와 국민연금공단 간 온라인 연계로 고객의 소득·재직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임시허가를 받았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