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배터리 분쟁] ①LG화학·SK이노, 극적 합의 가능성 있나

이광영 기자
입력 2020.09.28 06:00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국내외에서 전기차 배터리 관련 영업비밀 침해 및 특허 침해를 두고 법적공방을 펼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2월 SK이노베이션에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 조기 패소 판결을 내렸다. 최근 ITC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은 SK이노베이션이 증거인멸을 하고 있다며 제재해달라는 LG화학 요청에 대해 찬성 의견을 내기도 했다. 10월 26일(현지시각) ITC의 최종 결정을 앞둔 가운데 양사의 극적합의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된다. IT조선은 한국기업 간 ‘세기의 배터리 분쟁’ 결말을 합의 및 최종판결 시나리오로 나눠 살펴봤다.

LG화학(이하 LG)과 SK이노베이션(이하 SK)이 벌이는 법적 분쟁의 핵심은 2019년 4월 LG가 미 ITC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건이다. LG는 SK가 자사 인력을 빼간 후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 ITC에 SK를 제소했다. ITC는 2월 SK에 대해 LG 배터리 기술을 빼낸 증거를 인멸했다는 이유 등으로 판결 전 조기 패소 결정을 내렸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왼쪽)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각사
25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양측은 소송 비용으로만 각각 3000억~4000억원을 쓴 것으로 추산된다. 양사는 소송전이 장기화 할 경우 소송 비용으로만 1조원 이상을 지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종판결 또는 합의에 따라 SK가 지출해야 할 배상금 규모는 수조원대까지 나올 수 있다. 이번 소송이 세기의 배터리 분쟁으로 불리는 이유다.

치킨게임을 끝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양사간 합의다. 양사 역시 합의에 따른 소송 종결이 최선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LG는 최근 배터리 분사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선언했다.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소송 비용 지출을 줄이고 합의금을 받아 사업 확장에 나서는 게 이득이라는 것이다. 미국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SK 입장에서도 ITC 패소 판결에 따른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다.

LG는 수조원대, SK는 수천억원대 배상액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가는 합의금 규모를 2조원쯤으로 예상했는데, LG가 원하는 금액도 이와 비슷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합의금 격차가 좁혀지지 않으며 날선 장외 공방만 이어가는 상황이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최소한 수조원을 요구하는 LG와 수천억원대를 바라는 SK가 극적 합의를 이루려면 서로 한발씩 양보해 서로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시나리오가 최선이라고 본다. LG가 2조원 이상의 합의금을 포기하는 대신 총액은 1조원대 규모로 책정하되, 일시 지급액 비중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고 나머지는 분납이나 로열티 지급 방식을 택해 SK의 단기 출혈을 최소화하는 그림이다.

LG는 2017년 중국 ATL을 상대로 ITC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당시 최종 판결 직전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 관련 ATL 판매 매출 3%를 지급받는 조건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SK와 소송이 ATL 특허침해 소송 보다 규모가 크다고 평가받는 만큼 비슷한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도 있다.

양사는 최근 LG의 배터리 사업 분사 결정 영향으로 합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제기된 적 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LG화학이 요구하는 보상 합의금이 수조원대에서 1조원대 초반으로 내려왔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LG 측은 이같은 합의설과 거론된 금액 수준에 거부 반응을 보인다. LG 관계자는 "합의금 규모는 사실무근이며 합의와 관련해 진전된 사항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SK도 근거없는 낭설이라며 선을 긋는다.

최후의 보루인 총수간 담판이나 정부 중재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LG와 SK 모두 배임 이슈를 우려할 만큼 부담이 된다. 정부도 직권 남용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민간기업 간 분쟁을 중재할 권한이 없다.

재계에 따르면 9월 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서울 모처에서 만나 경제 현안을 논의했다. 이날 모임에서도 배터리 사업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SK와 LG가 벌이는 배터리 소송전에 대한 대화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계는 양사가 10월 26일 ITC의 최종 판결을 지켜본 후 이를 토대로 합의금을 재산정해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본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ITC 최종판결이 임박하면서 그전에 극적인 합의가 이뤄질 확률은 희박하다"며 "다만 ITC 결정 이후 양사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충분하며, SK가 패소하더라도 항소한 후 LG와 협상을 진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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