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그래픽카드 지포스 30시리즈 흥행에 비상등이 켜졌다. 역대급 성능과 가성비로 PC 하드웨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던 이 제품에서 튕김, 노이즈 등의 문제가 보고 된 것. 당장 못 쓸 정도의 치명적인 문제는 아니지만, 과거 지포스 20시리즈의 ‘읒증 이슈’처럼 초기 제품 판매의 발목을 잡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문제는 17일 발매한 첫 제품 지포스 RTX 3080과 24일 밤 발매한 RTX 3090이 본격적으로 소비자들의 손에 들어가기 시작한 26일부터 발생하기 시작했다.

일부 지포스 30시리즈 제품에서 ‘2㎓ 크래쉬’ 현상이 발생했다. 엔비디아 지포스 30시리즈 ‘파운더스 에디션’ 제품 / 엔비디아
일부 지포스 30시리즈 제품에서 ‘2㎓ 크래쉬’ 현상이 발생했다. 엔비디아 지포스 30시리즈 ‘파운더스 에디션’ 제품 / 엔비디아
문제는 해외 커뮤니티를 시작으로 제기됐다. 지포스 RTX 3080과 RTX 3090의 일부 제품에서 GPU 작동속도를 기본 보다 높여서 사용하는 경우, 부스트 클럭(부하에 따라 순간적으로 높이는 최대 작동 속도)이 2000㎒(2㎓)를 넘으면, 그 순간 플레이 중이던 게임이 강제로 종료하는 튕김 현상이나 화면에 이상한 노이즈가 나타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

속칭 ‘2㎓ 크래쉬’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해외 커뮤니티에서이슈가 된 이후, 국내에서도 하나둘씩 동일 증상의 경험 사례가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되는 상황이다.

2년 전 지포스 20시리즈 ‘읒증 이슈의 재림’ 될까

현재 상황은 2년 전 엔비디아가 지포스 20시리즈를 정식 출시한 직후 불거졌던 ‘읒증 이슈’가 한창 화제로 떠올랐을 때와 비슷하다. 당시 현상은 멀쩡하게 사용 중 중인 그래픽카드의 게임 화면에 갑자기 ‘읒증’으로 보이는 이상한 문자들이 나타나 정상적인 게임 플레이를 방해했다. 좀 더 시간이 흐르거나, 증상이 심하면 그래픽카드가 아예 먹통이 되면서 더는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 역시 하드웨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보고사례가 조금씩 늘어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지포스 20시리즈의 고질적인 초기 불량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확산했다. 해당 문제가 발생하는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다 보니, 업계에선 온갖 추측과 루머가 양산됐다.

지포스 20시리즈 그래픽카드에서 ‘읒증 이슈’가 발생한 모습 / 퀘이사존 갈무리
지포스 20시리즈 그래픽카드에서 ‘읒증 이슈’가 발생한 모습 / 퀘이사존 갈무리
당시 엔비디아는 ‘읒증 이슈’에 대해 "실제 보고되는 사례가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며 제품 자체의 결함이 아닌, 극히 일부 제품의 불량으로 치부하고 별도의 조처를 하지 않았다. 이후 지포스 20시리즈의 공급이 안정되고, 해당 증상의 발생 빈도도 급감하자 세간에서는 엔비디아가 조용히 원인을 파악하고 오류를 수정한 것으로 추측하는 중이다.

이미 지포스 30시리즈 제품을 구매한 사용자들은 이번 ‘2㎓ 크래쉬’ 현상이 ‘읒증 이슈’의 재림이 될까 전전긍긍한 상황이다. 일부 사용자는 어렵사리 구매한 제품을 다시 중고 장터에 올리거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제품 사용을 보류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아예 해당 문제의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고, 대안이 나올 때까지 지포스 30시리즈의 구매를 미루겠다는 이들도 보인다. 당장 지포스 30시리즈의 판매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수준이라는 것.

‘읒증’보다는 가벼운 ‘2㎓ 크래쉬’…판매량 영향은 적을 듯

다만, 증상 발생 시 그래픽카드가 완전히 먹통이 되는 지포스 20시리즈의 ‘읒증 이슈’에 비해, 이번 30시리즈의 ‘2㎓ 크래쉬’ 현상은 상대적으로 증상이 가벼운 편이다. 대처방안도 나와 있다. 그래픽카드 성능 제어판을 조절에 GPU 작동 속도가 2000㎒(2㎓)를 넘지 않도록 막아두면 해당 문제가 더는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전 지포스 20시리즈의 ‘읒증 이슈’와 마찬가지로, 이번 30시리즈의 ‘2㎓ 크래쉬’ 현상 역시 엔비디아의 공식적인 대응은 없을 것으로 본다. 처음부터 2㎓의 작동 속도는 엔비디아의 권장 사양이 아닌, 그래픽카드 제조사 또는 사용자가 임의로 속도를 높이는 ‘오버클럭’ 적용 시 나오는 속도다. 명백한 제품 결함이 아닌 이상 엔비디아가 공식적으로 전면에 나서서 해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제품 발표 행사에서 지포스 RTX 3090 파운더스 에디션 제품을 들어보이는 모습 / 엔비디아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제품 발표 행사에서 지포스 RTX 3090 파운더스 에디션 제품을 들어보이는 모습 / 엔비디아
추후 나올 조치도 하드웨어 단계에서의 근본적인 수정이 아닌, 그래픽카드의 드라이버 또는 펌웨어 업데이트로 GPU 작동 속도에 일종의 리미트를 거는 식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일부 그래픽카드 제조사는 초기에 논란이 됐던 GPU 뒤쪽 커패시터 구성에 대해 추가 논란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자체적으로 수정 및 보강을 진행하고, 그에 따른 별도의 사후 대처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2㎓ 크래쉬’ 이슈에도 불구하고 지포스 30시리즈의 인기 열풍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진정한 ‘4K 게임 시대’를 열기에 충분한 역대 최고 수준의 그래픽 성능에, 예상보다 착하게 책정한 가격이 시너지를 일으켜 여전히 ‘없어서 못사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포스 RTX 3080 및 3090 제품들의 공급은 추석 이후 더욱 늘어날 전망인 만큼, 추가적인 이슈가 없는 이상 지포스 30시리즈의 순항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