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점쳐지는 분위기 속에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였던 ‘5G 클린 네트워크'의 향방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행하던 정책인 만큼 흐지부지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클린 네트워크는 5G 통신망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해저 케이블, 클라우드 컴퓨터 등에서 화웨이와 ZTE 등 미국이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한 중국 기업 제품을 배제하는 정책이다. 미국은 동맹국들에 클린 네트워크 동참을 요청해왔다.

5G 클린 네트워크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는 마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 미 국무부
5G 클린 네트워크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는 마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 미 국무부
5일 통신장비 업계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 대선 결과에 따라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를 배제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이 둔화할 수 있다고 본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대중국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토론에서 말했다"며 "일방적인 제재를 가하기보다는 국제 질서 준수를 끌어내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바이든은 오바마 전 대통령대처럼 동맹국들과 연계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중국을 압박하는 방식을 택한다 중국 기업들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바이든 후보가 동맹국과 연계해 4차 산업혁명 패권을 주도하는 방법을 택하면, 중국 기업들이 계속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차세대 통신기술인 5세대(5G)에서 주도권을 쥐지 못한 만큼 바이든 후보가 오바마 정부 때와 다르게 전략을 짤 수 있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기업들이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화웨이와 결별 선언한 영국 어쩌나

클린네트워크에 합류한 국가는 영미권 기밀정보 동맹인 파이브아이즈(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와 나토(NATO)에 속한 국가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5G 망 구축에 화웨이와 ZTE 장비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NATO 30개 중 27개국 참여 중이며, 아시아에서는 대만이 공식적인 참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중에서도 영국은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7월 화웨이 장비 배제를 공식화해 주목을 받았다. 이에 통신사들은 손해를 감수하며 화웨이 장비를 걷어낼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영국 통신사들은 장비교체에 많은 비용이 들고, 교체를 서두를 시엔 블랙아웃이 있을 수 있다며 정부의 결정에 반발했다. 화웨이 장비 의존도가 높았기에,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화웨이 장비 금지로 영국 5G 네트워크가 3년 지연되고, 20억파운드(3조원)의 비용이 추가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미국 대선결과에 따라 영국 정부의 입장이 바뀔 수도 있다. 업계의 반발이 만만치않은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없다면 수조원의 비용을 들여 장비교체를 할 명분이 줄기 때문이다.

통신장비업계 한 관계자는 "영국에서도 법안이 통과돼야 화웨이 장비 배제를 강제하는 것이 가능한데, 아직 법이 통과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약 법이 통과 안 되면 영국 사업자들이 정부의 요구 사항을 지키지 않아도 강제할 방법이 없으며, 대선 결과가 해당 법안 통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정부는 대선 직전까지 다른 국가들에 ‘클린 네트워크'를 강조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10월 열린 한미고위급 경제협의회(SED)에서도 한국의 '클린 네트워크'에 참여를 강조했다.


미 국무부가 발표한 신뢰할 만한 통신사 / 미 국무부
미 국무부가 발표한 신뢰할 만한 통신사 / 미 국무부
우리나라에서는 LG유플러스가 곤혹스러워했다. 이통3사 중 유일하게 5G망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의 ‘클린 네트워크' 압박은 사실상 LG유플러스를 겨냥한 것이었다.

통신업계는 바이든 후보가 ‘화웨이'에 대한 견제를 이어가더라도, 주변국에 통신장비 배제를 강요하는 형태가 아닐 것으로 전망한다.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한숨 돌리게 된 셈이다.

LG유플러스는 화웨이 이슈가 5G 사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혁주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5일 열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화웨이 장비는 전체 커버리지 30%정도로 이미 다 완성돼 있다"며 "유지 차원의 재고가 다 확보돼 있어, 현재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 관련해서는 전혀 향후에도 지장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