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발전을 위한 정부 정책 방향성을 두고 업계에서 날 선 비판이 나왔다. 정부가 아닌, e스포츠 시장이 주축이 되는 것이 이상적이며, 정부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서포터(원거리 딜러에게 힘을 싣기 위해 골드를 획득하지 않음)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상헌·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국회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 e스포츠 재도약을 말하다’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목경 샌드박스게이밍 감독, 김혁수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장, 이도경 이상헌 의원실 보좌관, 이종엽 젠지e스포츠 이사, ‘갱맘’ 이창석 슈퍼매시브 코치 등 업계 관계자들이 e스포츠 진흥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 지원 방향을 현행과 달리 ‘프로 스포츠’ 경쟁력에 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e스포츠 사업을 지원할 때 일반인, 직장인 등 ‘풀뿌리 e스포츠’에 더 많이 집중했다는 지적이다.
오지환 대표는 "한국 축구에서 일어났던 일이 e스포츠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며 "한국에서 주목받는, 뛰어나고 성실한 인재가 거절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돈을 받고 중국으로 가는 현상이 e스포츠 업계에서도 계속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는 수많은 PC방이 있어 게임을 생활 스포츠로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 인재들이 프로 스포츠에 필요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이 없으므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지환 대표는 "e스포츠 인프라를 지방으로 넓힌다는 생각은 물론 좋지만, 실효성을 타당하게 평가하고 진행하는 것인지 현직자에 물으면 대부분 부정적으로 답한다"며 "메이저 대회를 한 번 개최한 이후 수십억원대 적자를 보는 월드컵경기장이라는 사례가 있는데도 정부가 추진한 것은, 업계가 필요한 것보다 정부가 추진하는 키워드가 앞섰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도경 비서관은 "국감에서도 부실공사 의혹을 한 번 제기한 적이 있지만, 60억원 남짓한 돈으로는 제대로 된 e스포츠 경기장 하나를 만들기도 힘들다"며 "롤파크 수준의 느낌을 바라기는 당연히 힘들 것 같고, 경기장으로서 기능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걱정한다"고 말했다.
김목경 감독은 "LCK에는 경험 없는 선수를 쓰는 것을 꺼려하는 관행이 있는 탓에 신인 선수가 등장하기보다 기존 선수가 팀만 바꿔서 다시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해외팀을 보면 이미 세대교체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런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게임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혁수 게임본부장은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정부 예산이 부족하다는 부분에는 공감한다"며 "하지만 한국에는 아직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아직 국민 사이에 퍼져있는 경우가 많아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창석 코치는 "게임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중요하다"며 "정부에서도 보여주기식 보다는 현실적으로 무엇이 도움될 것인지를 생각하면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게임을 법적으로 문화·예술 범주에 추가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조승래 의원이 10일 발의한 문예진흥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조 의원은 제안 이유에서 "현대 게임은 영상, 미술, 소설, 음악 등 다양한 예술장르가 융합된 종합예술로 부각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헌 의원은 "최근 한국팀이 세계 대회에서 우승을 하긴 했지만, 그 팀이 강한 것이지 한국 e스포츠가 강한 것은 아니다"며 "인재를 바탕으로 시스템을 갖추고, 혁신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승래 의원은 "세계 e스포츠의 출발이 바로 한국이었다. 하지만 출발 이후 20년이 지나면서 주도권을 잃었다"며 "하지만 그동안 축적한 저력을 바탕으로 인프라를 새로 구축한다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양우 장관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민 다수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국민 다수가 게임을 통해 위로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최근은 e스포츠 산업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시기이자 변곡점이 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