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선물로 영역 넓히는 가상자산…논의도 시작 못한 韓

김연지 기자
입력 2021.01.28 06:00
세계 기관 투자자들이 가상자산 투자에 관심을 가지면서 가상자산 선물(자산을 지정된 날짜에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사고 파는 것을 약속하는 파생상품)을 비롯한 파생상품이 봇물을 이룬다. 미국만 해도 비트코인 선물에 이어 이더리움 선물 상품이 출격 준비를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고요하다. 가상자산에 대한 정부 기조에 짓눌려 산업이 꽃을 피우지 못하는 모양새다.

/픽사베이
韓 부정 기조에 올스톱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최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가상자산 선물 상품 출시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입장을 밝혔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아직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은 우리나라에서 제도권 자산으로 포함되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가상자산을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으로 고려하는 건 시기상조다"라고 말했다.

손 이사장은 비트코인 파생상품 거래량이 미미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비트코인 파생상품은 미국서 시카고선물거래소와 뉴욕증권거래소 모회사 ICE 산하에만 상장됐다"며 "거래량이 미미할 것으로 생각하고, 세계적으로도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에 대한 판단은 신중히 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을 바라보는 한국 정부의 부정적인 시선도 언급했다. 그는 "가상자산에 대한 정부의 여러 입장이 바뀌지 않는 이상은 섣불리 나서지 않겠다"면서도 "관련 수요는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가상자산을 무작정 배제할게 아니라 선물시장의 순기능을 고려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윤종수 법무법인 광장 파트너 변호사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한국 기관이 가상자산 투자를 어려워하는 이유에는 법률·세무적 측면도 있지만, 가격 변동성 헷지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장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라며 "한국에선 가상자산 선물시장에 대한 의미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선 날개다는 가상자산 선물

반면 해외에선 기관 투자자들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가상자산 선물 상품이 날개를 단다. 특히 미국은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룬다. 비트코인을 ‘상품’으로 간주한 덕이다. 여기에 미국 파생상품 규제는 ‘상품거래법’을 적용한다. 이 법은 파생상품 뿐 아니라 불공정 거래행위에 해당하는 상품의 현물거래도 규제 대상으로 본다. 비트코인 파생상품이 유독 미국서 날개를 달 수 있었던 배경이다.

실제 가상자산 선물 거래 규모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스큐에 따르면 2019년 12월 약 2800억달러(309조원) 규모의 선물 계약이 이뤄진 반면 2020년 12월에는 거래량이 1조달러(1105조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미국서 가장 대표적으로 가상자산 파생상품을 굴리는 곳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다. 2017년 12월 비트코인 선물을 선보인 데 이어 오는 2월에는 이더리움 선물 상품 출시에 나선다. CME는 "비트코인 선물과 옵션 상품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경험을 기반으로 이더리움 선물 상품을 추가해 2월부터 거래가 가능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모회사 인터컨티넨탈익스체인지(ICE)의 백트(Bakkt)도 비트코인 선물을 서비스 중이다. 타 선물 거래소와 달리 비트코인 현물 결제가 이뤄지는 실물인수도 방식을 택했다. 비트코인이 오름세에 접어든 지난해 9월 말 백트의 하루 선물 거래량은 1만5995비트코인(약 2046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스팩 합병 방식으로 NYSE 상장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기업가치는 21억달러(약 2조3000억원)로 평가된다. 상장이 이뤄질 경우 백트는 비트코인 선물 거래소 중 최초로 뉴욕증시에 입성하는 거래소로 등극한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

T조선 뉴스레터 를 받아보세요! - 구독신청하기
매일 IT조선 뉴스를 받아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