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게임 좀먹는 확률형 아이템] ①게이머조차 등 돌렸다

오시영 기자
입력 2021.03.04 06:00
온라인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을 두고 찬반 논란이 치열하다. 정치권과 게임 이용자는 확률형 아이템의 사행성 방지를 위해 확률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게임 업계는 영업비밀 침해와 게임 산업 발전 저해 요소라는 점을 우려하며 반발한다. IT조선은 확률형 아이템의 원인을 살펴보고 과제와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메이플스토리 유저 사이에서 ‘한도 0원 챌린지’가 퍼지고 있다. 게임을 위한 계정의 현금 충전 한도를 0원으로 만드는 운동이다. 계좌를 동결해 더 이상 게임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는 넥슨 메이플스토리에서 쓰이는 아이템의 확률이 그 동안 동일하게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넥슨은 18일 테스트서버 업데이트를 통해 "아이템에 무작위로 부여되는 추가옵션은 동일한 확률로 부여되도록 수정한다"고 공지했다. 이용자들은 이를 근거로 넥슨이 옵션 별로 확률을 달리 제공했다고 해석했다. 이는 앞서 게임 이용자들이 제기하던 넥슨의 게임 아이템 확률 조작 의혹을 인정한 셈이 됐다. 이용자들이 들고 일어난 이유다.

#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MMORPG 리니지2M에 존재하는 신화 무기로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해당 무기는 유료와 무료 뽑기 아이템을 조합해야 나온다. 엔씨소프트는 유료 뽑기는 자율규제를 이유로 확률을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무료 뽑기의 조합 확률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용자가 최종 아이템을 얻을 확률을 알지 못하도록 한 셈이다. 이를 이유로 게임 이용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확률형 아이템 자율 규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 이유다.

한 유튜버가 방송을 하면서 리니지2M 아가시온(펫)의 아이템 뽑기를 하고 있다. / 유튜브
확률형 아이템 규제 ‘찬성’ 목소리 높아져

그 동안 게임 이용자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던 게임업계가 난처해졌다. 확률형 아이템이 원인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이용자가 유상으로 구매하는 게임 아이템이 직·간접적으로 무작위로 정해져 있는 걸 의미한다. 좋은 아이템 획득의 매우 낮은 확률, 공개하지 않는 아이템 확률, 자율규제에 따른 공개 확률의 정확성 등에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논쟁은 지난해 12월 발의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안이 첫 발단이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의혹은 불난데에 기름을 들이 부었다. 그 동안 셧다운제,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등 게임 업계에 불리한 소식이 있을 때마다 든든한 방패가 됐던 이용자들조차도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이용자 피로감이 점점 높아진 것이 이유다.

실제 게임 이용자 사이에서는 클릭 한 번에 족발 중(中)자가 날아간다는 한탄이 나온다. 게임에 필요한 아이템을 구매할 때 11번 뽑기 패키지를 3만3000원에 판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엔씨 리니지M·2M에서는 1000만원 단위의 돈을 써도 사실상 '무과금' 상태에 머무는 경우도 흔할 정도다.

모순 투성이 ‘확률형 아이템’

문제는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게임사의 논리가 모순 투성이이기 때문이다. 게임 업계는 각종 방어 논리를 내세우면서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반대한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사의 주요 수익원인 만큼 법적 테두리 안에 두겠다는 정치권 움직임에 반발한다. 반면 학계·정치계와 이용자들은 업계 주장에 모순이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앞서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사례는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게임 업계는 아이템 확률을 두고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하는 데 이는 자기모순이다"라며 "이미 스스로 제안한 자율 규제로 확률을 공개하는 것은 스스로 영업비밀을 공개한 셈이다"라고 지적했다.

자율규제 준수율도 문제로 지적된다. 표면적인 준수율과 그 이면은 확연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게임 업계는 2015년부터 게임 내 유료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하는 자율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2020년 12월 기준 한국 개발사 자율규제 준수율은 99%다. 이는 자율 규제가 유료 아이템의 확률만 공개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게임사들은 이를 교묘하게 빠져나간다. 유료뽑기와 덤으로 제공한 아이템(비확률 공개 대상)을 합쳐야만 최종 보상을 지급하는 시스템(콤프가챠)을 도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이용자가 최종적으로 가지고 싶어 하는 아이템을 획득할 확률을 알기 어렵다. 일종의 ‘꼼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협회 강령에는 자율규제의 목적을 ‘이용자의 합리적 소비를 위해서’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실제로 현 자율 규제는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에 적용된 콤프가챠 시스템. 뽑기를 진행하면 기본 보상과 함께 숫자판의 숫자 1개를 무작위로 획득할 수 있다. / 구글 이미지
특히 일부 한국 대형 게임사도 채용한 콤프가챠 모델의 경우, 모든 재료를 모아 최종 보상을 얻기 전까지는 아무리 뽑아도 사실상 의미가 없어 과금을 과도하게 요구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에 더해 게임사가 일부 재료의 확률을 낮게 조정하는 방식으로 이용자가 최종 보상을 얻을 확률을 착각하게 만들 수 있다는 문제 제기가 나온다.

이를테면 최종 보상까지 재료 1개만 남은 이용자는 그 재료가 나올 확률을 모르더라도 계속 도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탓에 콤프가챠는 ‘뽑기의 본고장’인 일본에서도 금기시 된다. 2012년부터는 업계가 강도 높은 자율 규제를 시행했고, 2020년부터는 소비자청 고시로 금지됐다. 하지만 한국에는 별도 금지조항이 없다. 특히 콤프가챠 시스템은 게임 개발사 내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게임사의 과도한 확률 설정이 게임 업계 전체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있다"며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 여부를 놓고도 이용자가 날선 반응을 보이는 상황에서 콤프가챠같은 시스템을 고집하다가는 이용자의 원성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콤프가챠같은 비합리적 시스템은 없어져야 한다"며 "업계는 이번 개정안을 규제라고 생각하지 말고 더 숙고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번 논의가 확률을 더 세부적으로 공개하는 확실한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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