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원 규모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시장의 개화로 클라우드 업계가 기대감에 부푼다. 타 업체와 제휴를 맺는 등의 플랫폼 구축에 참여하기 위한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마이데이터는 은행 계좌와 신용카드 이용내역 등 금융데이터의 주인을 금융회사가 아니라 개인으로 정의하는 개념이다. 마이데이터가 허용되면 개인은 여러 금융회사에 흩어진 금융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미래먹거리로 꼽히며 금융업계가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2020년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획득한 28개사는 2월 초 전부 본허가를 획득했다. 2차 재허가를 앞두고 80개가 넘는 금융 기업이 신청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라우드 이미지 / 픽사베이
클라우드 이미지 / 픽사베이
14일 클라우드 업계에 따르면 금융권 마이데이터 시장 개화에 대비하기 위한 내부 조직을 만들거나, 제휴를 맺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다.

2021년 클라우드 전담조직을 만든 아이티센 그룹은 계열사별로 금융 시장 공략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데이터 시장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네이버클라우드도 마이데이터 전담 인력을 배치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금융권이 보안에 민감한 만큼 보안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임정욱 네이버클라우드 이사는 "금융 고객사 상황에 맞게 프라이빗, 퍼블릭 혹은 하이브리드 방식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마이데이터 관리적 보안, 물리적 보안, 기술적 보안을 고려해 신용정보보호를 위한 보안 체계 수립 지원하는 보안 전문조직이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데이터 관련 PPT에서 강조한 국내외 보안인증 현황 / 네이버클라우드
마이데이터 관련 PPT에서 강조한 국내외 보안인증 현황 / 네이버클라우드
클라우드 기업들이 마이데이터에 뛰어드는 이유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타사와의 개인 신용정보 전송이 활발해지는데 기존 내부 서버로는 전송량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동안 보안과 비용문제 때문에 도입을 망설였던 금융 기업들도 이제는 클라우드를 활용할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금융분야 클라우드 이용 확대방안’을 2018년부터 추진 중이다.

그 결과 국민카드는 2020년 마이데이터 관련 서비스 리브메이트 3.0은 아마존웹서비스(AWS)를 도입해 개발하기도 했다.

KT 클라우드 원팀 vs SK텔레콤+베스핀글로벌

통신업계는 합종연횡을 통해 마이데이터 시장을 노린다. 클라우드 원팀을 주도하는 KT는 금융당국이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심사 작업에 착수한 2020년 8월부터 마이데이터 사업자를 위한 금융 클라우드 패키지를 출시했다.

같은달 우리금융 그룹과 전략적 제휴 협약도 맺었다. KT와 우리은행은 마이데이터 사업 협업하고, 금융과 통신 데이터를 결합한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합작법인 설립도 논의 중이다. KT그룹사 이니텍은 MSP인 메가존클라우드와 협력해 마이데이터에 대응할 예정이다.

마이데이터 생태계와 참여주체/ 금융위
마이데이터 생태계와 참여주체/ 금융위
메가존클라우드 관계자는 "금융 데이터 관련 규제를 준수하면서 플랫폼 개발 비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선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이 필요한데, 그런 인프라와 경험을 가진 업체들은 많지 않다"며 "규제를 (클라우드)벤더가 아닌 파트너사가 풀어줘야 하기 때문에 MSP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SK텔레콤도 마이데이터 사업에 적극적이다. 최근 SC제일은행 마이데이터 클라우드 구축을 맡는 성과도 냈다. SK텔레콤은 MSP 베스핀글로벌과 클라우드 서비스 파트너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업을 통해 MS 애저에 마이데이터 클라우드를 구축하기로 했다. 7월 말 오픈 예정이다.

SK텔레콤과 베스핀글로벌이 참여하는 KB데이터시스템은 최근 KB국민은행 마이데이터 플랫폼 사업권을 두고 LG CNS와 경쟁하기도 했다.

SI 계열사도 눈독

LG CNS를 비롯한 SI 계열사들도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SK C&C는 NH농협은행의 ‘마이데이터 서비스 플랫폼 구축 사업’을 따냈다. SK C&C는 NH농협은행의 8월 마이데이터 사업 오픈에 발맞춰 플랫폼 구축을 추진한다.

SK C&C는 마이데이터 플랫폼의 주요 애플리케이션 시스템을 서비스형 플랫폼(PaaS)에 기반을 둔 컨테이너 서비스 체계로 구현할 예정이다.

금융권의 마이데이터 확대 움직임에 IT서비스 기업들의 빅데이터 사업 수주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코오롱베니트는 ‘금융 빅데이터 구축 사업’ 수주 건이 최근 몇 년 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오롱베니트는 올해에도 이미 국내 주요 카드사 한 곳과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해당 카드사가 마이데이터 사업 시작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상품기획, 고객 마케팅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정상섭 코오롱베니트 빅데이터사업팀장은 "금융권에서 마이데이터라는 신규 비즈니스가 가능해진 만큼 금융사들이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에도 잰걸음을 하고 있다"며 "예전 빅데이터 사업이 내부 데이터 활용에만 국한됐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내·외부 데이터를 실시간 결합하고자 하는 니즈가 증가하는 등 시장 분위기가 확실히 활기를 띄고 있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