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 일환으로 RPA 채택

시중은행들이 금융업에 맞춤화한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Robotic Process Automation) 기술 도입에 적극적이다. 은행들이 추진하는 디지털 혁신 가속화에 RPA가 첨병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무 시간을 200만 시간까지 단축해 노동시간 감축을 통한 업무 생산성을 극대화한 일부 은행 사례도 등장했다.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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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은행 업계에 따르면 업무효율 제고를 위한 RPA 도입·활용이 활발하다. RPA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 과정에 소프트웨어(SW)를 적용해 자동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RPA는 주로 단순 사무업무에만 적용이 활발했다. 사소한 실수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금융업에는 도입이 더뎠다.

하지만 AI 기술 발달로 금융 전용 RPA가 잇따라 등장한 데다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비용절감 이슈는 물론 디지털 전환이라는 숙제를 떠안은 시중은행이 이를 도입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 활용 범위를 넓히기 위해 별도의 조직을 만들기도 한다.

물론 시중은행이 RPA를 활용해 이같은 성과를 얻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개발자와 은행 담당자 사이에 이해도가 달라 이 간극을 좁히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시중 은행 한 관계자는 "실무진과 IT 개발진 간에 RPA 기술 이해도가 달라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이제는 시행착오를 넘어 활용이 확대되는 시점인 만큼 당국이나 은행 정책 변경에 따른 수정작업을 통해 이를 빠르게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체 추산 4년간 230만 업무시간 단축

KB국민은행은 2017년 12월 RPA를 도입했다. 현재는 혁신추진부 내 RPA 전담 조직을 만들어 RPA 활용 확대를 추진한다. KB국민은행 측에 따르면 주요 RPA 적용 업무는 ▲급여이체요청 건 전산등록 ▲담보대출 후 담보 관련 정보 입력 ▲기업대출 시 휴폐업조회 ▲법인정보조회 ▲자동차대출 시 자동차등록원부 발급 등이다. 4월 말 기준, 총 174개 업무에 RPA를 적용했다. 자체 추산 230만시간쯤 업무 시간을 단축했다.

특히 KB가 활용하는 자동 급여이체 서비스에는 RPA와 AI 기술이 접목됐다. LG CNS와 손잡고 만든 이 기술을 지난해 영업점에서 첫 상용화했다. 기존에는 은행의 급여이체 담당자가 기업으로부터 받은 급여대장을 메일에서 골라 은행 내부망으로 옮겼지만, 이를 자동화한 후에는 은행 담당자가 시스템에 입력된 데이터만 확인하면 급여지급이 자동으로 처리된다. 국민은행은 RPA 적용영역을 지속해서 확대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2017년부터 RPA를 도입해 현재 총 20개 부서, 72개 업무에 RPA를 활용한다. 총 95대 RPA 로봇이 업무 자동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올해 ‘RPA 파이브(Five) 프로젝트’를 추진해 100개 이상 업무에 180대 RPA 로봇을 도입·활용할 계획이다.

이 은행은 ▲직원용 AI 챗봇과 연계한 신용평가 재무정보 입력 자동화 ▲AI OCR 활용한 대량(급여)이체 등록 자동화 ▲자금세탁방지 업무 중 의심거래보고 정보등록 자동화 등에 RPA를 적용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

연간 150억원 비용 절감 효과 거둬

우리은행은 2019년부터 RPA를 도입해 현재 65개 과제에 적용 중이다. 오는 8월까지 20여개 과제를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연간 비용은 150억원, 업무 시간은 20만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RPA 주요 적용 사례는 ▲가계여신담보재평가 ▲여신채권서류 관리 ▲근저당권 말소처리 지원 등이다. 이 기업은 향후에도 RPA를 상시 적용할 수 있도록 인력과 시스템을 지속해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영업점 업무 효율화와 마케팅 지원 강화를 목적으로 RPA 과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기업은 현재 ▲의심거래보고(STR) 데이터 추출 ▲업체별 정책자금 추천(신규여신 검토 시 정책자금 적용 여부 판별 자동화) 등에 RPA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후 79개 과제, 누적 약 125만시간의 자동화를 목표로 RPA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부동산 담보 점검과 퇴직연금 가입자 명부 사전검증에 RPA를 도입을 추진한다. 예컨대 대출 연장 시 담보물에 대한 권리 침해 여부를 사전에 점검하거나, 퇴직연금 가입자 명부 갱신을 자동화해 효율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