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줌 익숙한데 ‘공공솔루션’ 활용 의견만
교육 현장에선 품질 논란에 불안 느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교육 현장에 줌을 도입했던 교사들의 고민이 깊다. 줌 측은 교육 계정에 한해 인원수(최대100명)나 시간(40분) 제한없이 제공해 왔던 무료 혜택을 7월말 종료하고 8월 유료화에 돌입한다.

정부는 그동안 공식적으로 줌 사용을 권장하지 않았고, 별도 국고 지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줌 처럼 이미 현장에서 썼던 솔루션을 단번에 교체해야 하는 것은 교사나 학생 입장에서 부담이 된다. 학습 환경 자체가 바뀌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공공 솔루션이나 다른 것을 찾아 쓰라는 입장이지만, 공공 솔루션의 경우 최근 품질 논란도 있어 무턱대고 변경하기도 힘들다.

EBS 온라인클래스 화상회의 예시 화면 / EBS 유튜브 갈무리
EBS 온라인클래스 화상회의 예시 화면 / EBS 유튜브 갈무리
24일 교육부는 줌이 유료화되더라도 다른 솔루션을 사용하면 된다는 입장을 전했다. 교육부는 e학습터, 온라인클래스, 네이버 웨일 등 무료로 사용 가능한 국산 플랫폼이 줌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줌 뿐만 아니라 다른 민간 기업 솔루션을 사용하는 학교도 많으며, 40분이내 수업의 경우엔 계속 무료로 쓸 수 있다"며 "만약 원활한 수업 진행을 위해 줌을 꼭 사용해야 한다면 학교 내 예산으로 가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줌은 외산 솔루션이고, (보안 등) 여러 문제도 있기 때문에 정부가 비용을 지원하며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공공플랫폼 사용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장려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줌을 사용하던 곳이 많았던 만큼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공공플랫폼 기반 영상 솔루션의 경우 올해 초 시스템 불안정 문제로 원활한 학습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 교사와 학생들이 공공솔루션이 아닌 민간솔루션 이용을 선호하는 단초를 제공한 셈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6일부터 9일까지 전국 초·중·고 교사 1005명을 대상으로 ‘줌 유료화 전환 관련 학교현장 인식조사’ 설문을 진행했다. 응답자의 절반쯤인 49%(592명)는 줌 유료화 전환에 대한 대안으로 ‘줌 지속 사용을 위한 비용 지원’을 선택했다.

‘안정적 무료 플랫폼 혹은 웹 기반 무료 화상회의 서비스 발굴 및 제공’ 25.6%, ‘e학습터나 EBS 온라인클래스 대폭 보완 및 활용 권고’는 24%의 응답률을 보였다. 설문 참여자 중 80.1%가 쌍방향 화상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줌을 활용하는 교사는 73%에 달했다. 뒤를 이어 ‘e학습터’(10.2%), ‘구글 클래스룸(7.4%)’, ‘EBS온라인클래스’(4.8%)를 이용했다.

줌의 유료화로 국산 솔루션 시장 확대를 기대했던 국내 화상회의 업계는 교육부의 이러한 입장에 실망감을 내비친다.

국산 솔루션 업체 한 관계자는 "중소중견 솔루션 업체 입장에서는 무료로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줌 유료화 이후 학교들의 문의가 늘며 시장 확대 기대감이 있었지만, 비용을 내야 한다는 걸림돌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 현장에서 공공플랫폼 기능에 대한 민원이 많은 상항이라 정부가 공공플랫폼을 강조하기 보다 기능이 좋은 민간 국산 솔루션의 활용을 장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국내 산업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e학습터나 EBS온라인클래스 공공플랫폼 안정화 작업을 계속 진행하며 보완하고 있다"며 "민원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