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3사가 니켈 함량을 높인 전기차 배터리 개발·양산에 주력하며 중국의 물량공세를 정면 돌파한다.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려면 배터리의 니켈 함량이 높아야 한다. 이를 통해 주행거리에서 비교적 약점을 드러내는 중국 CATL 배터리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하이니켈은 니켈 비중이 80% 이상 함유된 배터리 소재 양극재를 말한다. 양극재의 주요 원재료인 니켈은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중요 역할을 한다. 배터리 기업들은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하이니켈 배터리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NCMA 배터리 / 이광영기자
LG에너지솔루션의 NCMA 배터리 / 이광영기자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더배터리컨퍼런스 2021’도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은 이론적으로 니켈 함량 비중을 94%까지 높인 배터리를 개발할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장혁 삼성SDI 연구소장(부사장)은 "현재 양산하는 전기차용 배터리는 88%까지 니켈 비중을 높였다"며 "양극 소재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의 니켈 비중을 궁극적으로 94%까지 높이겠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4원계로 안정성과 용량, 수명을 모두 잡을 계획이다. 니켈 함량이 89~90%에 달하고 코발트는 5% 이하다. 저렴한 알루미늄을 추가해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 9월쯤 GM에 니켈 85%가 적용된 NCMA 배터리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니켈과 코발트, 망간 비중이 각각 90%, 5%, 5%인 NCM 배터리를 내년부터 포드에 공급할 예정이다. 최대 700㎞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충전 시간은 최소18분까지 단축했고, 2026년까지 15분 안팎으로 줄이기 위한 개발에 돌입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최근 현대자동차의 3차 E-GMP 배터리 입찰에서도 각사의 하이니켈 배터리로 경쟁한 바 있다.

K배터리 3사의 기술 수준은 올라가는 반면 중국 CATL과 시장 점유율 차이는 오히려 벌어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은 1~4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기간 CATL의 점유율은 32.5%로 LG에너지솔루션(21.5%), 삼성SDI(5.4%), SK이노베이션(5.1%) 등 국내 3사를 모두 더한 것보다 높은 수치다. 국내 3사의 점유율이 지난해 동기보다 3.1%포인트 하락한 반면, CATL은 전기차 내수시장 급성장에 힘입어 11.8%포인트 급등해서다.

배터리 업계는 CATL이 생산하는 LFP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이 K배터리가 생산하는 하이니켈 배터리 대비 높다는 점에 주목한다. CATL은 리튬과 인산 철을 배합한 각형 LFP 배터리를 주로 생산 중이다. LFP 배터리는 코발트와 니켈 등이 들어가지 않아 파우치형 하이니켈 배터리 대비 양산력과 안전성이 높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LFP 배터리는 양극재 소재 구조 특성상 에너지 밀도가 떨어진다. 한겨울이나 여름에 에너지 효율이 낮아져 기존 주행거리를 보장하지 못한다. 테슬라가 중국 시장에서 출시 예정인 모델Y에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탑재하는 이유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안전성, 빠른 충전, 장거리 주행 성능을 모두 높인 하이니켈 배터리로 글로벌 시장 지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