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미국, 영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자사 올레드(OLED) TV 번인(Burn-in·장시간 TV를 켜 놓았을 때 화면에 잔상이 남는 현상) 보증 기간을 5년으로 늘렸다. OLED TV 대중화를 위한 신호탄을 쏜 것은 물론, 그동안 단점으로 지적받은 번인 우려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OLED Evo / LG전자
OLED Evo / LG전자
14일 주요 외신과 가전업계 등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2021년형 OLED 에보(Evo) TV를 구입한 미국과 영국 소비자 대상 TV 패널 번인에 대한 보증 기간을 기존 2년에서 5년으로 확대했다.

OLED Evo 모델명은 G1·Z1이다. Z1의 77·88인치와 G1의 55·65·77인치 크기 제품이며,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구매일로부터 5년 동안 보증 혜택을 받는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OLED Evo 패널을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가 장기간 테스트 결과 기존 OLED 패널 대비 번인 가능성이 낮다는 결론을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LG전자는 OLED TV의 수명에 대한 자신감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의 OLED TV용 패널 생산능력 향상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20년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한 OLED TV용 패널은 450만대 수준에 그쳤지만, 지난해 7월 중국 광저우 공장 가동을 계기로 2021년 OLED TV용 패널 생산 가능 대수는 80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LG전자는 올해 OLED TV 판매 목표를 지난해(204만대) 두 배인 400만대 이상으로 잡았다.

국내 시장에서 보증 기간이 확대될지도 관심사로 떠오른다. 2020년 초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LG전자가 OLED TV 번인 보증을 5년으로 늘린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무산된 바 있다. 대신 LG전자는 번인 발생 시 ▲2년 무상 ▲3년 패널값의 5% 고객부담 ▲4년 패널값의 10% 고객부담 ▲5년 패널값의 15% 고객부담 ▲6년 패널값의 70% 고객부담 ▲7년 패널값의 80% 고객부담 등으로 AS 정책을 개선한 바 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OLED TV의 번인을 지적하며 LG전자에 공세를 폈다. 2018년부터는 주요국에서 자사 TV에 대한 ‘번인 프리’ 10년 보증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번인에 따른 비용 부담을 덜면서 OLED TV 시장의 급성장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다만 시장 상황·규모에 따라 OLED TV 고객 정책은 순차 시행되거나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