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 강자 쿠팡이 연이은 악재로 체면을 구겼다. 덕평물류센터 소방관 순직을 계기로 확산된 쿠팡 악재의 불씨는 쿠팡 노동자 안전문제를 넘어 쿠팡의 신사업인 쿠팡이츠 갑질 이용자에 대한 안일한 대응으로 옮겨붙었다. 최근에는 쿠팡이츠 입점 점주 대금 미지급 등 악재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모양새다.

공공운수노조와 진보당이 24일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유튜브 갈무리
공공운수노조와 진보당이 24일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유튜브 갈무리
쿠팡의 연이은 대형 악재는 경기도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 사고로 시작했다. 물류센터 화재 진압중 실종된 소방대장이 19일 끝내 주검으로 돌아오면서 소비자들의 ‘쿠팡탈퇴' 움직임이 가속화 됐다. 같은 날 SNS를 통해 올라온 ‘쿠팡탈퇴' 해시태그 글 만도 17만건이 넘는다. 트위터 등지에서는 기사 작성 시점인 25일에도 ‘쿠팡탈퇴' 인증 게시물이 올라오는 상황이다.

쿠팡탈퇴 움직임이 불 번지듯 확산된 이유는 화재 사고와 김범석 의장의 국내 쿠팡 이사진 사임 발표가 맞물리면서 김 의장 책임회피 의혹이 미디어를 중심으로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배송 및 물류업무로 사망한 노동자는 9명에 달했지만, 김범석 의장은 사과보다는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해외시장 전념을 이유로 국내 쿠팡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은 것은 2021년부터 시행되는 중대 재해기업 처벌법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쿠팡 악재 불씨는 같은 기간 쿠팡의 신사업인 쿠팡이츠 입점업주 사망 사고가 나면서 더 확산됐다.

최근 쿠팡이츠 이용자의 ‘새우튀김 환불' 요구에 시달린 업주가 뇌출혈로 쓰러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용자의 상식을 넘은 갑질행태가 1차적인 원인이지만, 거래를 중개한 쿠팡이츠의 환불처리 과정도 부당했다는 의견이 쏟아지며 도마위에 올랐다. 해당 업주가 뇌출혈로 쓰러진 상황에서도 쿠팡이츠 직원이 고객의 요구사항만 기계적으로 전달한 것이다.

입점 업주 사망사고는 갑질 이용자의 별점테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던 음식점 점주들의 분노를 폭발하게 만들었다.

참여연대·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단체는 22일 서울 송파구 소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쿠팡이츠가 판을 깔아줘서 막무가내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쿠팡이 점주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맹점주협의회 등은 공정위에 쿠팡이츠를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불공정 약관을 바로잡겠다는 계획이다.

쿠팡이츠 측은 "일부 이용자의 갑질과 무리한 환불요구, 악의적 리뷰 등으로 피해를 입은 점주에게 적절한 지원을 해드리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소비자 상담을 비롯해 서비스 전반을 점검해 재발방지 조치를 취하고, 일부 갑질 이용자로 인해 점주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쿠팡 물류센터 모습 / 쿠팡
쿠팡 물류센터 모습 / 쿠팡
쿠팡이츠 관련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프랜차이즈 피자가게 업주에게 2개월치 매출 금액을 지불하지 않았다. 입점 업주에 따르면 두 달에 걸쳐 배달 판매한 금액 233만원을 쿠팡이츠가 정산해주지 않은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프랜차이즈 폐업에 따른 상호변경이다. 2월말 프랜차이즈 본사가 파산하는 바람에 가게 이름을 바꾸고 쿠팡이츠에 새로 입점했지만, 입금 계좌가 파산한 회사로 연결돼 있던 것이다.

해당 문제가 불거진 까닭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경우 해당 업주가 파산한 회사 채권포기각서 제출로 계좌를 변경해줬지만, 쿠팡이츠는 법 규정을 이유로 계좌변경을 거부한 것이다. 쿠팡은 파산 청산절차에서 법적 이해관계자가 많은 경우 적법한 절차없이 지급절차를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동계와 정치계에서도 쿠팡에 대한 공격이 이어졌다. 공공운수노조와 진보당이 덕평물류센터 화재 초기 쿠팡측 대피 지연 의혹을 제기하는 등 쿠팡이 노동자 안전과 기본권을 무시하고 있다 주장했다.

하지만 쿠팡 측은 즉각 반박했다. 쿠팡은 공공운수노조가 본인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수 년전 퇴사한 직원의 일방적 주장을 근거로 쿠팡을 비방하는 등 사실 왜곡을 통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17일 화재 발생 당시 근무자 전원이 화재 신고 후 5분만에 대피를 완료해 직원들의 인명 피해가 전혀 없었고, 화재 진압 과정에도 초기부터 대표이사가 현장에서 직접 비상대응팀을 구성한 뒤 화재 대응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쿠팡은 공공운수노조가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일자리를 잃은 직원들을 쿠팡이 해고하고 있는 것처럼 사실 관계를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화재로 일터 잃은 직원 97%인 1446명에 대한 전환배치를 완료하고 급여 100%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쿠팡은 또 공공운수노조가 쿠팡에서 불과 2일을 근무한 직원을 내세워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4일 기자회견장에 선 직원들 가운데는 이미 수 년 전에 쿠팡을 퇴사한 직원들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쿠팡은 근로환경이 열악하다는 폭로를 진행하는 이들이 쿠팡에서 근무한 모든 기간은 수 년 전 단 2일, 5일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