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고사는 것은 하늘의 뜻이라지만, 중재 시스템 하나 없는 쿠팡이츠발 ‘튀김갑질' 사건은 터질게 터진 결과물이다. 쿠팡이츠 등 업계는 블랙컨슈머 관련 사망 사고가 터진 후에야 부랴부랴 점주 보호 정책을 내놓았다. 조금만 빨랐어도 최악의 결과는 막을 수 있었을텐데 안타까운 일이다. 배달 서비스 초창기부터 선량한 소비자와 판매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하다.

쿠팡이츠 관련 점주의 사망사고는 이용자의 무리한 환불 요구로 시작됐다. 일방적인 고객 갑질에 시달린 점주는 항의 전화에 시달리다 안타깝게도 뇌출혈로 쓰러진 후 사망에 이르렀다. 플랫폼 기업인 쿠팡이츠는 오히려 사고를 키웠다. 점주가 뇌출혈로 쓰러진 상황에서도 소비자 요구만 업체에 앵무새처럼 전달하기만 했다.

참여연대·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민생경제연구소 등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츠가 판을 깔아준 결과 막무가내식 소비자가 늘었다"며 "쿠팡이 점주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맹점주협의회 등은 공정위에 쿠팡이츠를 고발할 예정이다. 불공정 약관을 바로잡겠다는 계획이다.

쿠팡이츠 튀김갑질은 국내 배달업계는 물론 요식업계도 뒤흔들었다. 소비자의 무리한 요구와 함께 별점 테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음식점 점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여론과 소셜네트워크에는 배달 플랫폼 업체를 질타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온다.

배달업계는 블랙컨슈머로부터 점주를 보호하는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해 속도를 낸다. 배달업계 1위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별점테러 등 악의적 리뷰에 대한 중재 시스템을 갖췄지만, 여론의 뭇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배민은 2019년 리뷰 검수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더한 리뷰 검수 기능을 도입했다. 입점 점주가 악성리뷰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 해당 리뷰를 30일간 블라인드 처리한 후 당사자간 의견을 조율한다는 내용이다.

‘위메프 오’는 배달 서비스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블랙컨슈머로부터 입점 점주를 보호하기 위해 욕설, 악의적 비방글 등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신고 제도도 운영한다. 점주 보호정책은 배민의 리뷰 중재 시스템과 닮았다.

쿠팡이츠는 뒤늦게 재발방지책 마련에 나섰다. 쿠팡은 "일부 이용자의 갑질과 무리한 환불요구, 악의적 리뷰 등으로 피해를 입은 점주에게 적절한 지원을 해드리지 못한 점 사과한다"며 "서비스 전반을 점검해 재발방지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점주가 갑질 이용자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늦었지만 배달 플랫폼이 소비자와 입점 업체 간 중재에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플랫폼 업체들은 소비자나 업체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는 균형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정책 수정으로 점주 입장만 강조될 경우 반대로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배달 플랫폼과 점주, 소비자로 이어지는 생태계가 선순환 구조로 돌아가려면, 큰 사고가 일어난 후 약처방할 것이 아니라 시작부터 균형감 있는 정책을 가동해야 할 것이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