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주류 업계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적용 여파로 곡소리를 낸다. 백신 접종 확대로 매출 증가를 예상했지만, 기대와 달리 델타 변이가 기승을 부리며 시장이 완전히 꽁꽁 얼어붙었다.

CJ푸드빌은 여름 신메뉴 출시일을 연기했고, 하이트진로는 거리두기 4단계로 꺾인 '외식 주류' 소비를 상쇄하기 위해 '가정용' 맥주 가격을 내리기로 했다. 일부 외식업체는 문을 닫거나 저녁 시간 영업을 포기했다.

업계 고충이 해소되려면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는 등 상황 반전이 필요하지만,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의료계에서는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코로나 사태의 종식이 불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백신 접종자 수를 획기적으로 늘려 코로나19를 독감 수준으로 관리할 때까지 확산 위험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생존이 달린 유통업계는 어떻게 해야 할까.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위기는 비단 하루 이틀로 끝날 일이 아니다. 외부 위협을 뛰어넘기 위한 체질 개선책 등 변화가 필요하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제2, 제3의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도 똑같은 상황이 재현될 것이다.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 상황만 지켜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근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인 bhc와 백화점 업계 등의 변화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 기업은 어차피 고객이 매장을 방문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판매 전략 자체를 바꿨다. bhc는 최근 국내 한식 브랜드 최초로 배달전용 초소형 매장을 열었다. 임대료를 낮추는 대신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배달 전용 시스템 도입이 현실적인 대안이 되는 셈이다. 신세계·롯데·현대 등 백화점 3사는 근거리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식품은 물론 화장품까지 배송 가능한 상품군을 꾸준히 늘린다. 백화점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안전한 집에서 고급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

편의점 업계도 변화가 필요하다. 최저임금 상승 등 경영환경 변화로 최근 야간에 문을 닫는 편의점이 증가 추세인데, 이런 상황이라면 ‘무인 편의점’을 빠르게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편의점 대국이라고 평가받는 일본에서도 무인결제·무인매장 증가세가 트렌드다. 국내 편의점 업계 역시 스마트 매장 도입을 서두르는 추세이지만, 아직 지지부진하다. 파트타임 직원을 쓰는 대신 직접 일해가며 매달 200만원밖에 못 번다는 푸념이 쏟아지는 등 어려움이 큰데, 무인점포를 도입할 경우 어느 정도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 보안 등 문제는 다양한 솔루션으로 해결해 나갈 수밖에 없다. 세븐일레븐의 무인 야간 편의점처럼 들어갈 때 미리 ‘카드 정보’ 등을 받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예로부터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코로나19는 사람의 생활 방식은 물론 소비 패턴도 강제로 변화시켰다. 급변하는 시장에서 레거시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결국 공멸의 길이다. 업계 스스로 새로운 방식의 생존 전략을 펴야 내일을 기대할 수 있다. 유통업계는 지금 큰 변곡점에 섰다. 변화 없이는 생존도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