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에이블컨설팅에 가상자산 거래소 위험평가 위탁한 은행…‘공정성’ 논란

조아라 기자
입력 2021.07.16 06:00
국내 시중은행이 자금세탁방지(AML) 컨설팅 기업인 에이블컨설팅에 가상자산 거래소(이하 거래소) 위험평가를 위탁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에이블컨설팅이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사실상 ‘준심사기관’의 지위를 보유해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위험평가를 실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가상자산 사업자 심사 권한과 책임을 금융기관에 떠넘겼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기관도 이른바 ‘위험평가 도급’을 맡겨 심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될 여지가 생겼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자금세탁방지 솔루션 에이블컨설팅은 6월부터 은행으로부터 위탁을 받고 가상자산 거래소(이하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위험평가 현장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 거래소는 은행과 함께 현장 실사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신고수리 컨설팅을 마친 거래소를 대상으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에이블컨설팅은 위험평가 부문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위험평가 대상 선정 ▲위험평가 ▲이슈관리 ▲최종의사결정 중 두 번째 단계로 자금세탁위험을 식별·평가해 등급을 매긴다. 에이블컨설팅은 금융기관과 합의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거래소의 위험평가를 실시하고 발견 사항을 보고한다. 금융기관은 이를 바탕으로 실명계좌 발급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위험평가는 실명계좌 발급의 핵심 사안이다. 올해 3월 25일 가상자산 사업자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한 특정금융법(이하 특금법)은 원화마켓을 운영하는 거래소로 하여금 실명계좌를 발급받도록 했다. 현재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곳이다. 케이뱅크와 NH농협은행, 신한은행은 지난 달부터 제휴 거래소를 대상으로 서면심사에 들어갔다. 다른 거래소는 9월 24일까지 은행의 위험평가를 통과하고 실명계좌 확인서를 발급받아야 원화마켓을 운영할 수 있다.

특금법 위배 여부에 촉각

업계 일각에서는 민간기업에 위험평가를 맡기는 것이 특금법에 위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금법은 금융회사가 가상자산 사업자의 자금세탁방지 시스템과 업무 지침 등을 확인하고 자금세탁위험을 식별·분석·평가하도록 했다. 다만 민간기업 위탁을 금지하는 내용은 특금법에 포함하고 있지 않다. 다툼의 소지가 있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민간기업이 위험평가에 참여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위험 평가 심사 항목과 결과 등 심사에 관한 모든 정보는 은행만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에이블컨설팅은 이미 다수의 거래소에 컨설팅을 제공한 데다 은행연합회 위험평가 참고자료를 제시한 이력이 있다. 이를 이유로 사실상 준심사기관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자금세탁방지 분야 전문가는 "에이블컨설팅이 심사기관과 같은 지위를 보유하게 되면서 시장은 에이블컨설팅에 상담을 받거나 시스템을 구축해야 위험평가를 통과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특혜 시비도 불거져

이는 에이블컨설팅이 자사나 자사의 컨설팅을 받은 기업에 유리한 방식으로 위험평가를 실시해 이해상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에이블컨설팅이 경쟁 업체가 구축한 자금세탁방지 솔루션을 보수적인 기준으로 평가할 가능성도 있어 특혜 시비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의 경우에도 민간 기업이 심사를 진행 적이 있다. 일정한 절차에 따라 시장과 학계가 자격을 인정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며 "에이블컨설팅도 그러한 검증 절차를 거치고 시장의 공감대를 얻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보의 부족이나 시스템 이해에 대한 부재, 거리상의 문제 등으로 실사가 어려운 경우 부득이 민간기업에 현장 실사를 위탁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공정성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에이블컨설팅은 2014년 5월 설립된 기업으로 정부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설립과 동시에 금융정보분석원의 국가 자금세탁위험평가 시스템 구축 컨설팅을 시작한 이래 총 3차례에 걸쳐 협업을 진행했다. 국내 시중은행을 비롯해 보험사와 증권사 등 대다수 금융기관의 자금세탁방지시스템 구축 컨설팅을 진행했다. 이후 국내 거래소에 자금세탁방지 솔루션을 구축하며 가상자산 시장에도 진출했다.

에이블컨설팅 측은 "국내 대형 거래소와 자금세탁방지 컨설팅 업무를 수행한 이력이 있다"면서도 "위험평가와 컨설팅은 별개의 업무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독립성 문제로 컨설팅 업무를 수행한 업체는 실사 평가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이어 "위험평가에 자사의 의견이 들어갈 여지가 없기 때문에 공정성과 관련해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는 의문이다"라며 "은행별로 한개 업체만 평가하고 있어 특정업체에 호의를 줄 수도 없다. 심사과정 전체는 금융회사가 직접 주도하고, 우리는 심사과정 중 위험평가 업무만 회사 요청에 따라 수행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에이블컨설팅에 위험평가를 맡긴 것으로 알려진 모 은행 측은 이에 대해 "검토 중인 사안이다"라고만 답하며 말을 아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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