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일 주당 29만5500원이었던 SK이노베이션 주가가 8월 13일 기준 24만8500원으로 16%쯤 급락했다. 반면 지난해 9월 15일 72만6000원이던 LG화학 주가는 8월 13일 기준 89만6000원으로 19%쯤 치솟았다. 배터리 사업 분할 발표 이후 벌어진 양사의 상반된 주가 흐름이다.

16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시기만 다를 뿐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이라는 같은 절차를 밟는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7월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회사의 그린 중심 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 SK이노베이션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7월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회사의 그린 중심 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7월 1일 ‘스토리데이’ 행사에서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이 지주사 전환과 배터리 사업 분할을 예고했다. LG화학도 2020년 9월 16일 배터리 사업 분할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분할 발표 이후 양사 주주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분할 이후 LG화학 만큼 주주가치를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낮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3일 이사회를 통해 배터리와 석유개발(E&P) 사업을 단순·물적분할 방식으로 분할하기로 했다. 9월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10월부터 독립된 신설법인 ‘SK배터리 주식회사(가칭)’와 ‘SK이엔피 주식회사(가칭)’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은 이번 배터리 사업 분할에 반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소액 주주들에게 불리한 물적분할을 택해서다.

기업분할에는 물적분할과 인적분할이 있다. 물적분할은 신설법인의 발행주식 총수를 모회사가 100% 소유하는 방식이다. 물적분할이 되면 기존 주주는 신설법인 지분을 갖지 못하고 모회사 주식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유하게 된다. 하지만 신설법인이 향후 기업공개(IPO)를 통해 외부자금을 추가로 받으면 기존주주의 신설법인에 대한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

반면 인적분할 시 순자산 비율에 따라 존속회사와 신설회사간 분할 비율이 정해지는 데, 이 경우 기존 주주들도 지분율에 따라 신설회사의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 예를 들면 SK이노베이션 100주를 가진 주주가 배터리 사업 인적분할 이후에는 SK이노베이션 60주와 SK배터리 40주를 보유할 수 있다.

증권가는 장기적으로는 SK이노베이션의 주가 할인폭이 LG화학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만 물적분할했던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지주사 전환을 선언한 점이 치명적 요인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7월 14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3대 신성장 동력 사업 육성 및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LG화학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7월 14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3대 신성장 동력 사업 육성 및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LG화학
LG화학은 배터리 사업을 떼어냈지만, 여전히 성장성 높은 배터리 소재 사업과 석유화학 사업, 바이오 사업을 보유했다. 실제 LG화학은 2분기 석유화학 부문에서만 1조325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디. 전체 영업이익(2조2310억원)의 59%에 달한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향후 5년 간 1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하며 ‘주주 가치 확대’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같은 노력 덕에 LG화학은 물적분할 및 LG에너지솔루션 설립 계획 발표 이후 주가가 60만원 초반대까지 하락했지만, 반등에 성공했다. 분할 발표 이전보다 높은 100만원대를 올해 초 찍었고, 5월부터 80만원대를 유지 중이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보유한 사업을 속속 덜어내는 만큼 자체 수익창출 능력이 떨어져 LG화학처럼 반등할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SK이노베이션은 앞서 윤활유 사업을 SK루브리컨츠로, 배터리 소재 사업을 SK아이이테크놀로지(IET)로 분할했다. 석유개발(E&P) 사업도 10월 1일부로 배터리 사업과 함께 별도 법인으로 출범한다. 여기에 정유사업 지분 일부 매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으며, SK종합화학 지분 매각도 진행 중이다.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 사업 독립 검토 단계부터 이같은 지주사 디스카운트 이슈를 인지하고 있다. 김준 총괄사장은 이와 관련 "시장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이 조만간 ‘주주 달래기’ 카드를 내놓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증권가는 9월 16일 SK이노베이션 임시 주주총회에서 기존 주주들의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금전 외에 주식과 기타 방식으로 배당을 할 수 있는 정관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배당 방식을 다양화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처럼 현금 배당이 아닌 현금 외 주식 배당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임시주총에서 주식 배당을 정관에 반영하더라도 실시 시기는 미정이며,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지주사는 기업 가치 창출에 역점을 두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높이고 미래 성장동력에서 새로운 사업화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해 투자자들이 투자할 이유를 계속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