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제작 시장이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의 국내 상륙 본격화에 대응하려면 내실 있는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면 당장에는 콘텐츠 업계에 기회가 되지만, 지식재산권(IP) 확보 등 노력을 더해야 건강한 성장이 담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은 16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전환기 방송콘텐츠 제작시장 활성화 방안' 행사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노 센터장은 이번 행사에서 발제를 맡아 변화한 글로벌 미디어 환경에 맞는 시장 대응을 주문했다.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이 발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 김평화 기자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이 발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 김평화 기자
노 센터장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디어 생태계가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고 짚었다. 업계 디지털 전환이 가속하면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수요 확대로 콘텐츠 사업자에게 새로운 환경이 도래했다는 설명을 더했다.

노 센터장은 "2020년 OTT 사용량이 급격히 늘었다. 넷플릭스로 인해 SVOD(구독형 주문형비디오) 이용이 보편화했으며 앞으로도 SVOD 이용량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지금부터 SVOD 경쟁이 심해질 것이다. 국내 콘텐츠 제작 시장은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월트디즈니 OTT인 디즈니플러스가 11월 12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는 점 역시 콘텐츠 제작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글로벌 OTT 기업이 속속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면서 OTT 플랫폼 경쟁이 심화되고, 콘텐츠 수급 경쟁도 치열해질 수 있다. 국내 콘텐츠 업계로선 재원이 대규모로 투입될 기회인 셈이다.

반면 부정적인 영향도 예견된다. 디즈니플러스가 넷플릭스 방식처럼 국내 콘텐츠 제작사에 투자하면서 IP까지 요구할 경우 넷플릭스에 국내 콘텐츠사가 종속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플랫폼의 제작공장화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노 센터장은 "우리나라 콘텐츠의 대외 인지도는 높아지고 있지만 IP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성장에 한계가 발생할 수 있다"며 "단적인 사례가 영화 승리호다"고 짚었다.

이어 "승리호는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당시 승리호 판권을 판 위즈윅스튜디오 주가는 내려갔다"며 "이는 콘텐츠 산업에 놓인 명확한 한계일 수 있다. 이를 극복해야 내실 있는 성장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노 센터장이 글로벌 단위로 확대하는 콘텐츠 제작 시장에 필요한 대응책을 설명하고 있다. / 미디어리더스포럼 유튜브 채널 갈무리
노 센터장이 글로벌 단위로 확대하는 콘텐츠 제작 시장에 필요한 대응책을 설명하고 있다. / 미디어리더스포럼 유튜브 채널 갈무리
노 센터장은 콘텐츠 사업자의 IP 확보를 보장하기 위한 정부 역할을 주문했다.

그는 "콘텐츠 제작 사업자는 최대한 IP를 확보할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한다"며 "정부가 강제로 개입할 순 없지만 제작이나 거래 가이드라인을 명시적으로 내놓으면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의 콘텐츠 제작 지원 필요성도 강조했다. 업계 경쟁 활성화로 콘텐츠 한 편당 들어가는 제작비가 빠르게 늘면서 재원을 확보하기 어려운 중소 콘텐츠 제작사의 시장 도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콘텐츠 관련 정부 지원은 아무리 중복돼도 문제가 되진 않는다는 게 노 센터장 설명이다.

노 센터장은 "지금은 글로벌화가 보편적이다. 글로벌 환경에 맞는 대응을 위해 미디어 다양성과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을 살펴봐야 한다"며 "콘텐츠 제작 시장의 내실 있는 성장을 위해서는 종합적인 콘텐츠 제작 시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