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조리 바꾼 인텔의 차세대 CPU ‘엘더 레이크’ 온다

최용석 기자
입력 2021.09.28 06:00
인텔이 x86기반 컴퓨팅 시장에 새로운 역사를 쓴다. 단순히 코어 수가 늘어나고, 작동 속도가 빨라지기만 하는 그런 제품이 아니다. 업계의 최신 기술을 대거 도입하는 것은 물론, 완전히 새로운 아키텍처와 구성, 새로운 작동 방식 등을 적용해 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CPU를 내놓는다. 올해 4분기 출시 예정인 차세대 x86 프로세서 코드명 ‘엘더 레이크(Alder Lake)’ 얘기다.

사실 지난 수년 동안 인텔은 x86 프로세서 시장에서 뭔가 획기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기존 아키텍처를 살짝 손을 본 수준에 불과하다거나, 차세대 공정 도입이 여러 차례 지연되면서 당초 계획했던 로드맵마저 제대로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상대적으로 최신 공정과 멀티코어 파워를 앞세운 경쟁사는 약진했다.

완전히 새로운 CPU로 등장하는 인텔의 차세대 ‘엘더 레이크’ 프로세서 / 인텔
하지만 인텔 출신의 팻 겔싱어(Pat Gelsinger) CEO의 부임 이후, 그간 엇박자를 걷던 인텔의 행보도 제자리를 찾는 모양새다. 그리고 엘더 레이크야 말로 "인텔이 생각하는 차세대 CPU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명쾌한 답이 될 제품이기도 하다.

x86 시장에 ‘하이브리드’시대 여는 엘더 레이크

엘더 레이크 프로세서의 가장 큰 특징은 하나의 CPU 패키지에 고성능 ‘퍼포먼스 코어’와 저전력·고효율 ‘에피션트 코어’가 함께 들어있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CPU라는 점이다. 강력한 처리 성능을 요구하는 작업은 퍼포먼스 코어가 처리하고, 높은 성능이 필요 없는 단순한 작업이나 명령어 등은 에피션트 코어가 따로 맡아 처리함으로써 시스템 전반의 소비전력 대비 효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구조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에 들어가는 ARM 기반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에 이미 ‘빅리틀(big.LITTLE)’이라는 구조로 적용되어 있다. 배터리라는 한정된 전원을 사용하는 모바일 기기에서 성능과 효율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인텔 엘더 레이크 프로세서의 가장 큰 특징은 모바일 기기에서나 보던 ‘빅리틀’ 구조를 적용한 하이브리드 프로세서라는 점이다. / 인텔
지금까지는 고성능이 필요한 작업이든, 단순하고 사소한 명령어 처리든 모두 동일한 CPU 코어가 처리해왔다. 문제는 현재의 CPU 코어 성능은 단순한 작업이나 명령어 등을 처리하기에는 너무 성능이 좋다는 것이다.

코어 수가 늘어난 만큼 성능은 확실히 좋아지지만, 소비전력 대비 효율은 떨어지고 그만큼 시스템 자원과 에너지 낭비는 늘어난다. 제조 공정 미세화만으로 이를 극복하는 것은 한계가 명확하다. 즉, 인텔은 제조공정을 개선하고 코어수만 늘리는 것이 답이 아닌 것을 알고, 추가적으로 하이브리드 구조를 함께 도입한 것이다. 실제로 애플이 인텔과 결별하고 독자 개발한 M1칩을 자사의 맥(Mac) 제품군에 사용하게 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새로운 구조의 엘더 레이크 CPU에 맞춰 ‘인텔 스레드 디렉터’가 작업 및 명령을 효율적으로 분배한다. / 인텔
물론 이러한 하이브리드 구조의 CPU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코어 특성에 맞춰 각각의 작업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새로운 ‘스케줄러’가 필요하다. 엘더 레이크에 적용되는 ‘인텔 스레드 디렉터(Thread Director)’는 고효율 ‘에피션트 코어’와 고성능 ‘퍼포먼스 코어’가 원활하게 연동되고 동적, 지능적으로 워크로드를 할당 및 최적화해 실제 성능과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결과적으로 노트북은 이전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성능을 내면서 배터리 사용 시간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수준만큼 늘어날 수 있고, 데스크톱은 더욱 향상된 성능을 내면서 소비전력과 발열, 그로 인한 소음 등을 대폭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데이터 처리 효율 높이는 차세대 메모리·인터페이스의 대거 도입

인텔 엘더 레이크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단순히 하이브리드 구조뿐만은 아니다. 현재 주력인 DDR4보다 더욱 빠른 ‘DDR5’ 메모리를 지원하고, 데이터 인터페이스 역시 현재 가장 최신인 PCI익스프레스(PCIe) 4.0(Gen4)보다 더욱 빠른 ‘PCIe 5.0(Gen5)’을 처음으로 도입하는 x86 프로세서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DDR4 메모리가 DDR5로 바뀌는 것 만으로도 메모리 자체의 대역폭이 늘어나고, 작동속도가 상승하면서 컴퓨터의 전체적인 데이터 처리 성능이 20%~30%쯤 향상될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에 엘더 레이크 자체의 성능 향상까지 고려하면 이전 세대 CPU+DDR4 조합 대비 큰 폭의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업계 최초로 도입하는 DDR5 메모리 역시 엘더 레이크 기반 시스템의 성능 향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인텔
다만, 공급 부족, 비싼 가격, 시스템 안정화 등의 요인으로 인해 엘더 레이크 프로세서가 등장하더라도 당장 DDR5 메모리가 대중화되기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엘더 레이크 프로세서는 기존 DDR4 메모리도 함께 지원할 예정이다.

PCIe 5.0의 도입 역시 그래픽카드, SSD 등 고성능 장치들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대폭 향상하는데 도움이 된다. PCIe는 버전이 높아질수록 최대 데이터 전송률이 2배씩 뛰어오른다. 즉, 현재 가장 최신 인터페이스인 PCIe 4.0보다 최대 두 배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제공, 대량의 데이터를 더욱 빠르게 주고받거나, 8K급 초고화질 그래픽 데이터를 지연 없이 처리 및 출력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된다.

DDR5 메모리와 마찬가지로 PCIe 5.0 역시 이를 지원하는 하드웨어가 나와야 그 진가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최근에 들어서야 PCIe. 4.0을 지원하는 그래픽카드와 SSD가 등장하기 시작한 만큼, 일반 개인 사용자가 PCIe 5.0의 혜택을 누리는 것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급증하는 데이터 처리를 위해 더욱 빠른 고속 데이터 인터페이스가 절실한 고성능 컴퓨팅(HPC) 및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는 PCIe 5.0의 빠른 도입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존 PCIe 4.0보다 2배의 대역폭을 지원하는 PCIe 5.0은 급증하는 데이터를 더욱 효율적으로 처리하는데 유리하다. / 인텔
인텔 제조 공정 로드맵의 ‘정상 궤도’ 복귀

최근 수년간 인텔이 고전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10나노 공정을 비롯한 차세대 반도체 공정의 개발 및 도입이 예정했던 것 보다 몇년이나 지체된 것이다. 결국 10나노 공정의 도입 및 양산에는 성공했지만, 아직까지는 모바일용 프로세서를 비롯한 일부 제품에만 이를 적용한 상태다. 11세대 데스크톱용 프로세서인 ‘로켓레이크S’도 당초 10나노 공정으로 출시해야 할 제품을 14나노 공정으로 출시하다 보니 이런저런 문제가 속출했다.

하지만 이번 엘더 레이크는 인텔의 주력 프로세서 제품군이 모바일, 데스크톱, 데이터센터 등을 가리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공정으로 넘어가는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펫 겔싱어 인텔 CEO는 지난 7월 말 열린 ‘인텔 엑셀러레이티드(Intel Accelerated)’ 행사에서 자사 제조 공정 명칭을 업계 평균 수준에 맞춰 현실화하고 재편한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 타사의 7나노급 공정으로 평가받던 인텔의 10나노 슈퍼핀 공정은 ‘인텔 7’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됐다.

이렇게 이름이 바뀐 ‘인텔 7’공정을 도입하는 첫 제품이 바로 엘더 레이크다. 엘더 레이크가 4분기 출시 예정인 만큼 이미 양산 및 출하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더불어, 엘더 레이크의 출시는 그동안 여러 우여곡절을 겪던 인텔의 반도체 공정 로드맵 정상화의 첫 걸음을 떼는 것이 된다.

물론, 가장 큰 관심사는 인텔이 이번 엘더 레이크를 통해 ‘x86 프로세서 업계의 대표기업’에 어울리는 면모를 회복할 수 있느냐다. 현재 해외 커뮤니티를 통해 조금씩 유출되고 있는 엘더 레이크 프로세서의 대략적인 성능을 보면 분위기는 괜찮은 편이다.

모든 것을 다 바꾸고 완전히 환골탈태한 인텔의 차세대 CPU ‘엘더 레이크’가 PC 업계는 물론, 향후 컴퓨팅 및 ITC 시장에 어떠한 파장을 미칠지 기대가 앞선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T조선 뉴스레터 를 받아보세요! - 구독신청하기
매일 IT조선 뉴스를 받아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