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환경단체가 담배꽁초 처리 책임이 담배회사에 있다고 성토했다. 담배를 팔았으니 담배꽁초와 같은 쓰레기 수거도 제조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단체 말처럼 책임은 정말 담배회사에 있는 것일까.

담배회사들은 매년 정부에 800억원 규모의 폐기물부담금을 지불한다. 담배와 관련한 쓰레기를 처리한다는 목적에서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매년 막대한 재원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담배꽁초 수거에 단 한푼도 이 재원을 쓰지 않는다. 환경부는 최근 담뱃세 관련 이슈가 불거지자 담배꽁초 처리문제를 담배제조사로 돌리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

4500원 담배 한갑에 포함된 담뱃세는 전체의 73.84%인 3327원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개별소비세 594원 ▲부가가치세 409원 ▲담배소비세 1007원 ▲지방교육세 443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841원 ▲폐기물부담금 24.4원 ▲연초생산안정화기금부담금 5원 등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0년 담배 판매량은 35억9000만갑이다. 거둬들인 담뱃세만 해도 12조원에 달하며, 이 중 담배꽁초 처리를 위해 거둬지는 폐기물부담금은 ‘875억원’이 있다. 정상적이라면 폐기물부담금은 애연가들이 버린 담배꽁초 처리에 써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강은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정의당)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는 담배꽁초 수거 목적의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환경부가 담배꽁초 처리를 방치한 셈이다.

국정감사 등으로 담뱃세 문제가 불거지자 환경부는 최근 부랴부랴 담배꽁초 대책 마련에 나섰다. 환경부는 담배꽁초 처리를 담배업체에 맡기려 했다. 담뱃세 중 일부를 돌려줄테니 업체가 알아서 담배꽁초를 회수해 재활용하라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30년 가까이 담뱃세를 받았고, 이를 특정 목적이 아닌 일반회계로 사용해 왔다. 환경부는 1993년부터 담뱃세에 폐기물부담금을 추가했다. 담배업계에 따르면 담뱃세에 환경 관련 세금이 포함된 국가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그런데 환경부가 이제 와서 담배업체에 폐리물을 처리하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그동안 막대한 세금을 거둬들였음에도 담배꽁초를 제대로 버릴 수 있는 환경도 갖추지 않았다. 일본처럼 흡연구역과 흡연실을 충분히 만들어 꽁초 무단투기 억제할 수 있는 대책도 쓰지 않았으면서 오히려 흡연자들만 애궂은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다.

환경부 대응에 담배업계 역시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담배협회는 환경부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 연간 700억개비에 달하는 담배꽁초를 모으기도 힘들 뿐더라 이를 재활용할 수 있는 공신력을 갖춘 업체도 찾기 어렵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환경부는 지금껏 담뱃세를 일반회계 재원으로 변경해 사용해 왔다"며 "국회 지적을 받은 후 대책을 찾는 대신 담배회사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담배 폐기물 처리 등 특정 목적으로 세금을 받았다면, 응당 이 예산은 목적에 맞게 집행돼야 한다. 단순히 담배회사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도 안된다. 잘못된 예산 정책이었음을 시인하고, 지금부터라도 올바른 예산 집행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