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비트코인 ETF 승인 호재, 한국에도 훈풍 불까

조아라 기자
입력 2021.10.24 06:00
가상자산 시장의 오랜 숙원사업이 첫발을 내디뎠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프로셰어즈와 반에크, 발키리의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를 모두 승인하면서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글로벌 자본시장의 중심인 미국에서 비트코인이 하나의 자산군으로 자리잡으면서 위상을 달리했다.

국내 시장도 들썩였다. 비트코인 거래량이 크게 증가하는 한편 관련 주식도 덩달아 올랐다. 다만 가까운 시일 내에 비트코인 관련 상품의 출시 등 직접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속도의 문제일 뿐 결국 국내도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긍정론도 나온다.

프로셰어즈·반에크·발키리 등 승인...BTC 전고점 돌파

2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프로셰어즈의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BITO)는 이틀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상장 첫날인 19일(현지시각) 5%쯤 급등한 데 이어 20일에는 9%까지 치솟았다.

비트코인도 고점을 갈아치웠다. 가상자산 통계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을 기준으로 20일 비트코인 가격은 전일 대비 5.6% 상승한 6만6403달러(약 7800만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4월 14일 최고치를 기록했던 6만4899달러(약 7626만원)를 넘어선 것이다. 업계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으로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프로셰어즈와 반에크는 적지 않은 운용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상품의 운용보수는 각각 0.95%와 0.65%다. 19일 프로셰어즈 거래량은 10억달러(1조1750억원)에 달한다. 역대 ETF 중 두번째로 많이 거래된 상품이다. 프로셰어즈가 이날 벌어들인 운용보수만 950만달러(약 112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매매 경험이 없는 투자자가 유입되면서 비트코인 ETF 거래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해외에서 미국 주식을 매매하던 투자자들이 기존 방식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어서다.

비트코인 전고점 갱신...서학개미도 50억 매매

온기는 국내로 이어졌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거래된 비트코인은 8175만원까지 치솟으며 고점(8199만원) 근처까지 갔다. 비트코인 거래수량은 19일 9018개에서 20일 1만4472개로 60% 가까이 늘었다.

관련주도 덩달아 올랐다. 업비트 주주사인 한화투자증권은 이날 전일 대비 1.39%, 우리기술투자는 2.27% 가량 소폭 상승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주주사인 비덴트는 전일 대비 16.67%, 주요주주 위지트는 29.85% 상승했다. 비덴트에 투자한 위메이드는 8.69% 올랐다. 내년 코인원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컴투스의 주식은 5.56% 상승했다.

이른바 비트코인 선물 ETF에 투자한 서학개미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의 대형 증권사A와 B에서 거래된 프로셰어즈 비트코인 선물 ETF 거래금액은 각각 35억원과 15억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창구지도에 달린 국내 비트코인 ETF 운명…‘속도’가 관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간접 효과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 자산운용사가 가상자산 상품 출시를 기대하지만 정부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앞서 한국투자신탁운용이 2015년 비트코인 ETF를 준비했었지만 금융위에 막혀 출시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미국의 영향을 받아 결국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킬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도서 ‘넥스트 머니’의 저자 이용재 작가는 "ETF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테마를 찾고 있다"며 "ETF는 패시브 펀드로서 포트폴리오가 비슷하기 때문에 주목받는 테마 상품을 먼저 출시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수십조 단위 시장인 가상자산의 경우 상품 출시가 가능해지면 바로 준비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비트코인 선물 ETF 출시는 비트코인을 제도권으로 편입하고 기관투자자의 자산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면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며 "미국을 벤치마킹하는 국내 금융당국도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것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속도의 문제일 뿐 방향은 정해져 있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법학회 회장인 이정엽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는 "가상자산 자체는 시대적 요청에 의한 기술적 진보다"라며 "비트코인 선물 ETF는 이러한 생태계에 투자한다는 관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의 국경이 없어지고 해외 ETF 상품에 대한 투자가 쉬워지는데 우리나라는 수익률이 낮은 전통 자산에 대한 투자만 고집하고 있다. 이 경우 수익률을 좇아 해외로 투자금이 몰릴텐데 과연 금융위의 지도를 받는 금융기관이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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