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활개치는 되팔이, 방치하는 e커머스

김형원 기자
입력 2021.10.26 06:00
MZ세대 ‘리셀’ 붐을 타고 정가보다 비싼 값에 물건을 되파는 ‘되팔이' 행위가 기승을 부린다. 중고장터는 물론 쿠팡 등 오픈마켓에 정상가 대비 2배 비싼 값에 제품을 판매하기 경우가 다반사로 펼쳐진다. 전문 업자들의 되팔이 행위에 애꿎은 소비자만 웃돈을 얹어 원하는 물품을 사는 등 피해가 극심하다.

하지만 중고거래 플랫폼도, 온라인몰도 되팔이 행위를 방관한다. 아마존 등 해외 플랫폼은 제품의 정상가격을 안내하는 등 노력으로 되팔이 행위를 줄이려 하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되팔이 상품은 주로 수요가 많지만 공급이 적은 제품이다. ‘플레이스테이션5’, ‘엑스박스 시리즈X’, 닌텐도 스위치 OLED버전’ 등 최신 게임기와 지포스30xx 시리즈와 같은 디지털 카테고리 제품이 리셀러들의 주요 먹잇감이다.

이들 업자들은 구매 자동화 프로그램인 ‘매크로 봇’ 등을 이용해 예약판매 중인 인기 상품을 소비자들보다 빨리 선점한다. 매크로 봇을 사용하는 탓에 예약판매는 보통 1분도 안되 마감되기 일쑤고, 매크로 봇이 일으키는 폭발적인 트래픽으로 소비자들은 판매 페이지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업자들이 선점한 상품은 중고거래 플랫폼과 쿠팡 등 온라인몰을 통해 더 비싼 값에 판매된다. 예를 들어, 출시 후 1년이 다 된 ‘플레이스테이션5’와 ‘엑스박스 시리즈X’는 국내 온라인몰 기준 정가대비 2배 비싸게 팔린다. 공급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되팔이 업자가 중간 마진을 과도하게 붙여 판매 중이다.

중고거래 플랫폼 업체나 쿠팡 등 대형 사업자는 되팔이 업자 문제를 방치한다. e커머스 플랫폼이 되팔이 업자를 방치하는 이유는 이들을 제재할 법적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쿠팡의 경우 ‘판매 부적합' 상품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약관이 있다. 하지만, 하루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상품이 등록되는 오픈마켓 특성상 제품 가격이 정상인지 아닌지 여부를 곧바로 알아내기 어렵다. 결국, 소비자 항의나 지적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해당 상품이 비싼 값에 팔리는 셈이다.

중고거래 플랫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되팔이 업자가 등록한 상품이 정상 가격인지, 상품을 올린 사람이 업자인지 일반 개인 이용자인지 판별하기가 어렵다. 그나마 업계 1위 당근마켓의 경우 약관과 이용자 가이드라인을 통해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한 거래는 금지’하는 등 업자의 되팔이 행위에 대해 이용자 신고를 기반으로 제재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이용자 가이드라인을 통해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한 거래는 금지되고 있으며, 위반시 제재가 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며 "반복적인 리셀 활동으로 이윤을 남기려는 이용자들은 활동에 제한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해외 e커머스 플랫폼의 경우 국내보다 되팔이 행위 금지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아마존의 경우 일부 상품 페이지에 정상가를 기재해 되팔이 업자가 제시한 가격과 비교되게끔 조치했다. 일본 1위 중고거래 플랫폼 메르카리의 경우 실제 재고를 보유하지 않은 상품 등록을 금지해 예약판매 당첨 물량이 자사 플랫폼에 등록되는 것을 줄여 나가고 있다.

최근 국세청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고가물품 거래나 전문 업자의 판매 행위 시 과세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개인간 거래와 상행위의 기준을 판별하기 어렵고, ‘중복과세' 논란까지 있어 실제로 정책이 실행될지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되팔이 행위가 시장경제 원칙에 따른 것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실제 수요자의 구매 기회를 빼앗은 채 형성된 되팔이가 정상적인 상업행위인지 되묻고 싶다.

법적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되팔이를 방치하는 e커머스 플랫폼은 무책임하다. 소비자의 불편함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서비스 업체의 기본 방침이어야 한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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