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IT] 대기업 중고차 시장진출 타진, 소비자란 명분 잊지말아야

조성우 기자
입력 2022.03.16 06:00
최근 중고거래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한 중고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중고거래 시장의 규모는 2020년 기준 2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여년 전과 비교해 5배 가량 성장한 것이다. 관련업계에서는 5년 뒤 중고거래 시장이 유통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고거래가 활발하게 전개되는 배경으로는 신뢰도 회복이 꼽히고 있다. 과거에는 판매자도, 구매자도 중고거래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고거래 플랫폼들의 자정작용을 통해 이 같은 부작용이 많이 줄어들었다.

실제로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는 2021년 사기 피해 접수건이 전년 대비 72% 이상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플랫폼도 다양한 제도를 통해 중고거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관련업계의 자정작용을 바탕으로 중고거래에 대한 신뢰가 높아짐에 따라 소비자들도 저렴한 가격에 좋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는 것 이다.

그런데 유독 중고차 시장의 경우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소비자연맹(이하 연맹)은 최근 중고차 구매 경험이 있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인식도 조사를 시행한 결과에 따르면 중고차 시장 및 매매상에 대한 신뢰도가 각각 14.8%, 11.2%를 기록했다.

불신의 원인으로 중고차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성이 꼽히고 있다. 자동차는 소모품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각종 오일 등을 교체해줘야하며 타이어도 바꿔줘야 한다. 사고가 있었거나 연식이 오래된 차량의 경우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타인이 타던 중고차를 잘못 구입할 경우 차량 가격 이상의 수리, 유지비가 필요할 때도 있다. 그렇기에 중고차는 어떤 상품보다 명확한 정보가 필요한 상품이다.

하지만 기존 중고차 시장이 소비자들에게 차량의 정보를 명확하게 제공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또 허위・미끼매물로 소비자를 유인하거나 미리 고지한 성능과 다른 차량의 판매를 시도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맹의 조사에서 중고차 구매 시 불만을 겪은 소비자들은 24.9%로 집계됐다. 이들은 불만사항(중복응답)으로 고지・설명과 다른 성능상태(45.4%), 사후 관리 미비(39.0%), 허위・미끼 매물(29.7%), 사고차 미고지(26.9%) 등을 꼽았다.

또 중고차 구매 과정에서 성능상태점검기록부 발급은 법적 의무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27.1%가 발급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튜브에서는 허위・미끼매물로 소비자를 유인하거나 기존에 설명한 성능과 다른 성능을 가진 차량의 판매를 시도하는 중고차 매매업차를 찾아가 훈육하는 영상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중고차 매매업계는 일부 업체의 불법적 행동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자정작용이 없는 기존 업계에 대한 높은 불신이 극에 달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중고차 매매업계를 향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중고차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대기업에게 원동력이 되고 있다. 연맹에 따르면 대기업에 중고차 시장 진출을 찬성하는 응답자는 66%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성능상태 점검결과를 신뢰성 있게 제공할 것 같아서'가 가장 많은 34.4%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허위미끼 매물이 줄어들 것 같아서’가 33.3%, ‘시세 정보 투명할 것 같아서'가 16.4%를 차지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중고차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는 소비자들이 기존 업계에 가진 불만을 해소하는데 초점을 맞춘 사업계획을 공개했다. 세부적으로 인증중고차 전용 하이테크센터 구축과 함께 5년 10만㎞ 이내 자사 브랜드 차량 중 200여개의 품질검사를 통과한 차량만을 선별한 후 신차수준의 상품화 과정을 거쳐 판매한다고 약속했다.

또 그간 중고차 시장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판매자와 소비자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해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를 시작으로 타 완성차브랜드 역시 소비자 중심 기조를 내세워 중고차 시장 진출을 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의 진출로 중고차 시장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이 감돌고 있으나 우려지점도 분명하다. 중고차 시장이 대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고 대기업이 해당 시장을 독점해 서비스의 질이 하락하거나 중고차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걱정이다.

아직 결과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확정된 것은 아니나 언제라도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시행착오,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상황이 오더라도 대기업들은 소비자를 생각하며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이들은 소비자들이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의 가장 큰 명분도 소비자들이다. 명분을 잊는다면 기존 업계가 받는 비판과 비슷한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명분을 잊은 사업은 존속하기 어렵다는 것을 되새기며 중고차 사업 진출을 준비하길 바란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
T조선 뉴스레터 를 받아보세요! - 구독신청하기
매일 IT조선 뉴스를 받아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