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기업협회 주최 토론회서 망 사용료법 전방위 비판

이은주 기자
입력 2022.04.19 19:42 수정 2022.04.19 21:02
"(SK브로드밴드는) 자신이 져야 할 서비스 책임을 넷플릭스 같은 CP사에 돌리면서 상황을 왜곡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SKB) 간 망 사용료 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가 구글과 넷플릭스 같은 CP사에 모든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왼쪽부터 빌 우드콕 패킷 클리어링 하우스 사무총장, 오드 슈트겐 플럼컨설팅 이코노미스트,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가 토론하고 있다. / 이은주 기자
19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회관 대강당에서 '전 세계 인터넷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주제로 국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망 사용료 법'을 향한 전방위적 비판이 제기됐다.

앞서 국회는 넷플릭스를 겨냥한 망사용료법(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SKB측에 힘을 싣고 있는 모습이다. 망사용료법은 CP의 ISP에 대한 망 사용료 지불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 골자다. ‘망 사용료를 위한 계약 체결과 정당한 대가 지급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발의돼, 국내에서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 넷플릭스로 하여금 부담을 지도록 하는 내용이다. 전혜숙 의원, 김영식 의원 등 총 6개의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토론에 참여한 연사들은 SK브로드밴드(SKB) 등 ISP사업자가 자체 해결해야 할 부담을 넷플릭스나 구글 같은 CP사에 일방적으로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제프 휴스턴 에이피닉 최고과학책임자는 "통신사들은 모든 걸 통제하던 과거의 영광에 취해 있다"며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등 신기술이 부상하는 가운데 이들에게 남은 자산은 가입자 회선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SKB가 발생하는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이를 감당할 수 있도록 인프라에 더 많이 투자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은 산업은 비즈니스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자신들이 져야 할 서비스 책임을 넷플릭스 같은 CP에 돌리면서 상황을 왜곡하고 있다"며 "이는 정말 말이 안되는 미친(crazy) 발언이다"라고 주장했다.

빌 우드콕 패킷 클리어링 하우스 사무총장 역시 SKB 같은 ISP가 자신의 책임을 CP에 떠넘긴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인터넷 인프라 성능은 지난 10년간 다른 선진국과 달리 질이 높아지지 않았다"며 "SKB는 넷플릭스와 고객을 공유한다는 이유로 ‘돈을 내지 않으면 우리의 공통 고객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이다"라고 위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불량배같은 행동이며, 외국에선 범죄처럼 취급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망사용료 현실화되면 시장 경쟁 악화"

망사용료법 현실화는 우리나라 CP와 ISP의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망사용료법이 법제화되면 콘텐츠 전송에 비용이 더 들게 되고 이는 부담을 키워 글로벌 기업의 활동에 제약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크 맥패든 인터넷정책자문그룹 최고기술경영자는 "망사용료법이 시작되면 글로벌 CP는 한국에서 콘텐츠를 전송할 때 다른나라에 비해 추가적인 비용을 안게 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이들 기업이 한국에서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ISP시장 경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빌 우드콕 패킷 클리어링 하우스 사무총장은 "정부가 ISP 이익을 정책적으로 보장하려는 측면이 있어 한국 시장에서 인프라를 발전시킬 만한 동기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수의 해외 사업자에 한국시장은 (규제 정책 등으로 인해) 선호되는 환경은 아니다"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우리나라는 넷플릭스와 SKB가 사용료 부담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로 인해 대량의 트래픽이 발생하고 있어 망 투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글로벌 CP도 망 사용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넷플릭스는 ISP 가입자가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상황에서 추가로 비용을 내는 것은 망 중립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이견으로 인해 양 측은 법정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 1심에서 재판부는 넷플릭스에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넷플릭스가 이에 불복, 2심이 진행 중이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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