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권(IP)으로서 웹툰의 가치가 부상했다. 웹툰은 게임,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IP비즈니스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씨드 콘텐츠(seed-contents)로 각광받는다. 그러나 정작 웹툰을 ‘생산'하는 작가들 사이에서는 ‘깜깜이' 수익 배분과 불공정 계약 문제를 겪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작품으로 인해 발생한 수익을 정확하게 공유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잇따른다.

하신아 웹툰작가노동조합 사무국장은 이같은 문제에 천착해 작가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13년 작가로 데뷔한 그는 2020년 웹툰작가노동조합 설립에 참여해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위원장 안철수) 사회복지문화분과와 문화예술노동연대 내 웹툰 부분 대표로 참여해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웹툰 작가들이 ‘무조건 더 많은 수익을 분배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작품의 흥행성이나 작가 인지도에 따라서 각자 처한 상황과 환경이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그는 모든 웹툰 작가는, 최소한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플랫폼으로부터 정산과 관련한 정보들을 공유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대부분의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이 발생시킨 수익이 어떻게 이뤄져있는지, 유료 결제액이 얼마나 이뤄졌는지 등 기본적인 정보들도 공유받지 못하고 있다.

하신아 웹툰작가노동조합 사무국장 / 이은주 기자
하신아 웹툰작가노동조합 사무국장 / 이은주 기자
ㅡ어떤 일을 해왔나. 웹툰 작가가 본업인가?

"그렇다. 본업은 웹툰 작가다. 2013년에 데뷔했다. 다른 일을 하다가 시작이 좀 늦었다. 34살쯤에 작가를 시작했다. 작가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작품에 대한 권리를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는 동료 작가들을 많이 접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웹툰 작가의 권익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ㅡ노조활동과 작품활동 병행이 보통일은 아니겠다.

"그렇다. 작품 두개의 (스토리 작가로) 활동 중이다. 스튜디오 회사에 소속돼, 소속 작가들이 가져온 작품 설계 방향을 조언하고 컨펌해주는 역할도 동시에 맡고 있다. 영화 시나리오도 쓴다. 웹툰노동조합은 2020년 12월에 처음 설립됐다. 웹툰 산업은 활성화된 반면 정작 작가들의 권익은 온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노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합류하게 됐다. 남녀 노소 불문하고 웹툰 작가들이 뭉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단체가 없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가 있어 웹툰 작가들을 대변하기는 하지만, 여성 작가만이 가입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ㅡ웹툰작가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은 IT조선도 지난해 보도를 꾸준히 해왔다. 요약하자면, 저작권을 플랫폼이 가져가다시피하는 문제, 플랫폼이 매출 정보를 작가들에게까지 디테일하게 공유하지 않아온 문제, 최대 50%까지 플랫폼이 떼어가는 정산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그렇다. 웹툰작가들이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고, 결과적으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네이버와 카카오 웹툰 대표들을 부를 수 있었다. 당시에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으로 웹툰 이해관계자들이 모여서 함께 웹툰작가들이 처한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기 위한 위원회를 만들기로 했고, 최근 출범했다. 그것이 상생협의체다."

상생협의체에서 이같은 문제들은 어떻게 논의되고 있나. (상생협의체에는 김여정 네이버웹툰 리더, 박정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웹툰 총괄 대표와 함께 제작사, 법조계, 학계, 창작자 대표 등이 참여했다)"

"우선 지금까지는 잘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1, 2차 회의가 끝난 상태다. 어떤 안건과 이슈를 다룰 것인지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논의했다. 저희는 디테일한 매출 정보 공유 문제와 함께 수수료 문제를 주요 안건으로 다루자고 요청했다. 작가들의 건강권이나 휴재권, 불법 웹툰 문제도 다룰 예정이다. 첨예한 논쟁이 예상된다. 카카오엔터의 경우 개별 기업이 결정하는 수수료 문제를 상생협의체에서 다뤄선 안된다고 반박했었으나, 최근 의제로 다루기로 잠정 합의했다"

하신아 웹툰작가노동조합 사무국장 / 이은주 기자
하신아 웹툰작가노동조합 사무국장 / 이은주 기자
ㅡ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창작자 상생의 일환으로 작가에게도 수익 정산내역을 공개한다는 방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중 작가가 정산내역을 열람할 수 있는 '작가용 정산사이트'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산문제는 해당 업계를 깊숙하게 아는 경우가 아니면 어렵다.

"무엇보다 40-45%에 이르는 수수료 부과의 근거가 되는 매출의 디테일한 정보가 공유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명확한 근거 없이 ‘이정도의 수익이 발생했고 그래서 작가님에게는 어느정도 배분돼요’ 라는식의 정보만 공유되어 왔기 때문에 작가들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들이 있었다.

예를들어 결제된 금액이 총 얼마인지 뿐 아니라, 정확한 기간 내 조회수도 공유되어야 한다. 조회수 중에서도 유료결제한 조회수가 어느정도인지, 유료결제 가운데에도 대여 결제액과 소장 결제액이 나뉘는데 각각 어느 정도로 발생했는지 등을 투명하게 공유할 필요가 있다. 디테일한 정보 공유가 정말로 필요하다. 조회수 가운데에서도 이벤트 캐시 등으로 결제된 경우는 작가에게 수익이 분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율을 낮춰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자신의 작품이 발생시킨 수익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믿는다"

ㅡ카카오는 CP(출판사, 스튜디오)와 주로 계약해왔고 이들에게는 충분히 공유해왔다고 말해왔다.

"그렇지 않다. 어떤 CP에는 충분한 공유가 이뤄졌을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CP사들도 있다. 이 자료(아래 사진 첨부)는 카카오엔터가 한 CP사에 지급한 정산 정보를 재구성한 자료다.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가 정리해 공개한 자료다. 보면 알 수 있다. 앞서 말씀드린 디테일한 정보가 이같은 CP사에게도 충분히 공유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가 공개한 카카오엔터의 CP사 정산 내역 재정리 자료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가 공개한 카카오엔터의 CP사 정산 내역 재정리 자료
ㅡ40-45%의 수수료는 무엇이 문제인가? 카카오도 플랫폼으로서 웹툰, 웹소설 시장을 창출한 역할도 있지 않을까. 또 작품들을 노출시키기 위한 큐레이션을 운영하는 데 대한 비용이 어느정도 들지 않나?

"역할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수많은 작품들 중에 노출되기 위한 역할은 CP사들이 상당히 부담하고 있다. 많은 경우 프로모션 기획이나 배너 제작, 교정교열 등을 CP사가 하고있다. 웹툰 시장을 개척한 데에 네이버의 역할은 적지 않다고 본다. 카카오 역시 역할을 했겠지만 40-45%에 이르는 수수료를 가져가야만 한다면, 그 수수료율이 정당하고 온당하다는 것을 설득하고 증명해야 한다고 본다"

ㅡ그렇다면 어느정도 수수료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 지난해 말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선투자 작품의 실질 정산율 60% 보장안'을 발표했다. 선투자 계약 시 총매출의 55% 수익배분율 외에 최소 5%의 이벤트(마케팅) 캐시 수익을 보전해, 작가들이 받는 실질 정산율을 최소 60%로 보장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어느 정도의 수수료가 적절한지에 대해선 내부에서 고민하고 있다. 작가별, 작품별로 어느정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40-45%의 수수료는 지나치다고 본다. 또 높은 수수료를 플랫폼이 가져가려고 할 경우에, 그 근거가 충분한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플랫폼 생태계 구축에 카카오가 어느 정도의 투자했고, 생태계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작품 노출이나 홍보 등을 위한 큐레이션을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공개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번 상생협의체에서 금방 결론이 날 것이라곤 기대하진 않는다. 매우 긴 싸움이 될 거라고 본다.

또 실질 정산율을 60%까지 보장해주겠다는 것은 뒤집어보면 결국 수수료를 40%는 가져가겠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수수료율은 지나치게 비싸다고 보고 있다. 구글이 인앱결제에 30% 수수료를 부과하는것이 문제라고 보면서, 왜 카카오의 40%의 수수료율은 괜찮다고 보는까?"

ㅡ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회의에서 어떤식으로든 합의가 이뤄진다고 치자. 어떤 변화가 이뤄지나. 법적 구속력이 있나?

"회의가 모두 마무리되면 협약문을 함께 작성할 예정이다. 다만 회의 자체가 법적으로 인정받는 형태의 교섭은 아니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은 없다. 그럼에도 한국 웹툰계의 주요 관계자들이 참여해 의견을 모았다는 것만으로도 향후 문제가 생겼을 때 이정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ㅡ인터뷰 내내 네이버웹툰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이유가 있나.

"상대적이지만 네이버웹툰은 웹툰 시장을 창출한 역할한 공로가 있다고 본다. 또 회사는 상대적으로 좀 떳떳하게 작가들을 대우한다는 자신감이 있다"

ㅡ지난 2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위원장 안철수) 사회복지문화분과는 문화예술노동연대는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국장님과 함께 이씬정석 문화예술노동연대 대표, 이종승 공연예술인노동조합 위원장, 유지향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사무국장과 간담회에 참석했다.

"인수위 면담을 통해서 이같은 디테일한 이야기를 전달한 상태다. 상당히 구체적으로 요구안을 전달했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창작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받는 것이다. (웹툰을 포함해) 예술이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자유를 보호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다만 어디까지나 사감이지만 아직 새 정부가 문화예술정책에 관해서는 정책 방향성이 뚜렷하다는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ㅡ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긴 싸움이 될 거라고 본다. 금세 해결되고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끈질기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다보면 궁극적으로는 문제 해결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