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 기아 중고차 시장 진출 1년 유예 권고안 의결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3년 뒤 현대차, 기아가 중고차 사업 완전 진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9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28일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를 개최하고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사업 관련 사업조정 권고안을 의결했다. 이 권고안은 3년간 적용된다.

해당 권고안에는 중소사업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준비를 위해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사업을 1년 연기해 2023년 5월부터 개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단 내년 1월부터 4월 동안 각각 5000대 내에서 인증중고차 시범판매가 허용된다.

대기업 중고차 소매시장 진출 저지 및 생계형 적합업종 미지정 규탄 집회 시위 /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대기업 중고차 소매시장 진출 저지 및 생계형 적합업종 미지정 규탄 집회 시위 /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또 2023년부터 2년간 현대차는 각각 2.9%, 4.1%, 기아는 2.1%, 2.9%로 중고차 판매 대수가 제한된다. 여기에 현대차와 기아는 신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의 중고차 매입 요청시에만 매입하며, 매입한 중고차 중 인증중고차로 판매하지 않는 중고차는 경매의뢰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현대차와 기아는 아쉽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중기부의 권고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완성차업계에서는 역차별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이하 KAMA)는 "중고차시장 선진화에 대한 그동안의 소비자 요구와 국내산의 수입산과의 역차별 해소 필요성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결정이다"며 "완성차업체로서는 플랫폼 대기업과 수입차업체 대비 차별적 규제를 상당기간 더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중고차 분야 상생협력위원회 좌장을 맡았던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기부가 중고차업계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3년씩 끌어오면서 완성차업계의 중고차 사업 진출 결과를 늦게 발표했다"며 "상생협력위원회에서 만든 내용보다 중고차 단체가 무리하게 요구한 내용들의 중간지점을 권고안으로 만든 것이다"고 꼬집었다.

소비자단체 역시 중기부의 권고안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 관계자는 "중고차업계의 생계적합업종 미지정 이후 곧바로 중고차 시장이 개방돼 폐해 및 소비자 피해가 해소되기를 바랬다"며 "현대차, 기아의 중고차 사업 진출 1년 유예 권고안은 소비자들의 피해는 감안하지 않은 채 중고차업계의 이익만 고려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임기상 자동차10년타기시민운동연합 대표 역시 "중기부가 중고차 업계의 어려움을 감안한 것이지 소비자의 피해방지, 시장건전화 방안을 우선순위에 둔 것 같지 않다"며 "1년 유예 조치가 없어야 기존 업계가 정신을 차릴 수 있는데 목소리 큰 집단에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소재 중고차 매매단지 / 조선DB
서울시 소재 중고차 매매단지 / 조선DB
일각에서는 3년 뒤로 예정된 현대차, 기아의 중고차 사업 완전진출이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33조에 따르면 중기부 장관은 사업조정 신청을 받은 경우 해당 업종 중소기업의 사업활동 기회를 확보하는 데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조정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해당 대기업등에 사업의 인수・개시 또는 확장의 시기를 3년 이내에서 기간을 정해 연기하거나 생산품목・생산수량・생산시설 등을 축소할 것을 권고할 수 있다.

다만 중기부 장관은 사업조정의 최초 신청이 있는 경우 조정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3년 이내에서 한 차례만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으며 연장의 범위는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여 결정할 수 있다. 즉 3년 뒤 현재 권고안이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3년 뒤 환경 변화를 이유로 새로운 규제가 생겨날 수 있고 완성차업계의 중고차 사업 진출 결정이 후퇴할 가능성도 있다"며 "합의문을 작성할 때 어떤 환경, 어떤 조건에서도 새로운 규제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