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사태, 장밋빛 미래 스테이블 코인 규제 강화 목소리

손희동 기자
입력 2022.05.15 13:02 수정 2022.05.15 13:10
알고리즘 형태의 스테이블 코인을 지향했던 한국산 코인 테라(UST)와, 테라와 연동된 코인 루나가 폭락을 거듭, 실질가치 ‘0’에 이르렀다. 이에 스테이블 코인, 더 나아가 가상자산 시장 전반을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5일 낮 12시 기준, 루나 코인의 올 3월 이후 현재까지 가격 추이/업비트
테라, 루나 잇따른 상장폐지 및 거래제한…설립자 "비통하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거래소가 테라폼랩스가 발행하는 종목에 대해 상장폐지 내지는 그에 준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각) 기준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인 OKX는 UST(테라USD)를 상장폐지했다. 또 테라 생태계 코인인 루나, 앵커, 미러와 관련된 파상 상품도 퇴출했다. FTX는 파생상품인 루나PERP를 상장 폐지했고, 크립토닷컴은 루나, 앵커, 미러의 거래를 중단시켰다. 미국 최대의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도 오는 27일부터 거래 정지에 나선다.

세계 최대의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테라폼랩스의 블록체인 네트워크 폐쇄에 따라 루나와 UST에 대한 현물 거래를 중단했다가 이날 재개했다. 테라폼랩스는 전날 블록체인 시스템 재구성 등을 위해 네트워크를 두 차례 폐쇄했고, 9시간 만에 재가동했다.

앞서 자오창펑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루나와 UST 거래 중단 조치를 발표하면서 테라폼랩스의 대응을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테라팀이 UST와 루나 사건을 처리하는 방식에 매우 실망했다"며 "우리는 테라팀에 네트워크 복구와 루나 소각, UST의 1달러 연동 복구를 요청했으나 어떤 긍정적인 반응도 얻지 못했다"고 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도 루나를 잇달아 상장 폐지하고 있다. 고팍스는 오는 16일 오후 3시부터 루나와 테라KRT(KRT)에 대한 거래를 종료할 예정이며, 업비트는 20일 오후 12시부터 BTC마켓에서의 루나 거래를 종료한다. 지난 2019년 테라와 제휴를 맺고 블록체인 사업을 진행했던 국내 핀테크 기업 차이는 "양사의 파트너십은 2020년 종결됐다"며 거리두기에 나서기도 했다.

테라와 루나를 개발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 며칠간 UST 디페깅(달러와 가치 유지 실패 현상)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은 테라 커뮤니티 회원과 직원, 친구, 가족과 전화를 했다"며 "내 발명품(루나·UST)이 여러분 모두에게 고통을 줘 비통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탈중앙화 경제에선 탈중앙화 통화가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현재 형태의 UST는 그런 돈이 아닐 것이라는 점이 확실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사태에서 루나나 UST를 팔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이익을 본 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촉망받던 알고리즘 김치코인에서 나락으로…규제 대상 오른 스테이블 코인

루나의 자매 코인인 테라는 가격이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이다. 가격이 떨어지면 루나를 지불하고 테라의 공급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설계한 알고리즘 형태라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큰 충격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일부 준비금은 비트코인으로 준비했다. 테더와 제미니달러, 스팀달러, 트루USD 등 기존 스테이블 코인들은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 또는 채권 등 담보물 등을 보유, 1대1 관계로 가치를 유지한 것과 다른 형태다.

팬도 적지 않다. 헤지펀드계의 록스타로 불리는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 디지털 설립자는 올 1월 "나는 공식적으로 미치광이(루나에 매료된 사람, Lunatic)"라며 자신의 어깨에 루나 타투를 그려 보인 것을 자신의 SNS에 포스팅하기도 했다.

마이크 노보그라츠가 자신의 SNS에 올린 포스팅.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스테이블 코인 및 암호화폐 대한 비관론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주말인 14일(현지시각) 이 번 한 주 코인 이슈를 진단하며, "암호화폐 가치가 이미 하락하고 있던 시기에 갑작스러운 테라의 죽음은 암호화폐 시장의 기능에 심각한 질문을 던졌다"며 "가상자산이 인플레이션 헤지를 제공하거나 디지털 금 형태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약화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각국 금융당국도 지금의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의회 청문회에 출석, "테라 사태의 규모가 미국 금융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지만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급속하게 커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올해 말까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연방 규제를 승인해 달라"고 촉구했다.

영국 정부도 주목하고 있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이날 테라 사태와 관련,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스테이블코인을 지불수단으로 채택하려면 스테이블코인 업체들이 당국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테라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관련 규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스테이블 코인 내에서도 다소 차별된 기류가 감지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스테이블 코인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 팻 투미 상원의원은 의회의 조속한 대응을 주문하면서도, "달러와 연동돼 있지 않은 UST와 같은 알고리즘 코인을 규제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실패는 선택이지만 돈을 잃은 것은 투자자 자신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선별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테더와 같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들은 자신들이 알고리즘 코인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테더의 경우, 가격이 크게 떨어진 했으나 자신들이 충분한 달러 준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테더의 최고 기술 책임자인 파올로 아르도이노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달러 페그를 방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FT는 "이들(테더)은 자신들이 400억달러 상당의 달러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지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비밀이라며 거부했다"며 "테더가 실패한 라이벌보다는 강력하다고 믿지만 시스템적 위험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썼다.

국제결제은행의 현신 통화경제부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가 미래의 통화시스템을 유지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암호화폐가 투기 자산의 속성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당국도 긴급 동향 점검에 나서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하지만 코인 거래는 기본적으로 민간의 영역이라 정부가 개입할 근거가 없어 고심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자산기본법 등 법제화 논의가 활발해 질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손희동 기자 sonn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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