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박민정 차장. 자신의 인공지능(AI) 음성비서 '후'가 아침 단잠을 깨운다. 간밤 수면 사이클을 분석한 후는 박 차장이 최대한 얕은 잠을 잘 때에 맞춰 알람을 울린다. 알람음도 박 차장이 요즘 가장 즐겨 듣는 카를라 부루니의 곡. 출근 준비를 마친 박 차장이 시계 대신 웨어러블 밴드를 착용하자, "생체데이터 분석 결과, 요즘 운동 부족입니다. 차를 놓고 가시죠."라는 음성이 손목에서 흘러나온다.(마이크로소프트 특허) 고객사에 도착한 박 차장이 미팅에 앞서, 후의 세트 제품인 스마트글라스 '다바'를 꺼내 쓴다. 준비해온 발표 자료를 읽으면서, 동시에 고객의 얼굴을 쳐다봤다. 다바가 상대방 안면을 인식한 결과, 고객의 만족도는 60%.(애플 특허) PT가 진행되는 사이, 다바는 박 차장의 발표 내용을 실시간 보완, 그 결과를 고객 얼굴 옆 허공에 띄운다.(구글 특허) 박 차장이 이를 읽어나가자, 그제서야 고객의 낯빛이 환해진다. 만족도 수치가 95%로 변경되는 순간이다.
공상과학 얘기가 아니다. 먼 미래도 아니다. 불과 1~2년 뒤면 상용화될 제품과 서비스다. 이미 수 년 전 출원된 이들 특허는 가까운 내일을 그대로 웅변한다. 지난 5일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애플이 공개한 '홈팟'을 비롯해 아마존(에코), 구글(구글 홈)은 물론, 국내서도 SK텔레콤(누구)과 KT(기가지니) 등이 AI 음성비서 시대를 활짝 열고 있다.
미래 기술이 바꿔놓을 우리의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주요 업체별 기술 흐름과 그에 따른 특허동향을 파악한다면, 이들이 향후 1~2년내 시장에 내놓을 제품과 서비스가 보인다. 미래는 진단하고 준비하는 사람 몫이다.
◆ 삼성, '수다쟁이' TV·냉장고·에어컨 내놔
주요 업체별 AI 음성비서 관련 특허 동향을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미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비브 랩스'를 인수, 이 회사가 보유 중이던 해당 특허를 일거에 획득했다. 비브 랩스는 애플 시리(Siri) 개발자 출신들이 지난 2012년 설립한 벤처다.
삼성 보유 특허를 분석한 결과, 이 회사는 지난 2000년대 후반 이후 '지능형 인터페이스' 관련 출원을 대폭 늘리고 있다. 'IoT 융합기술' 관련 특허도 최근 급증세다. 이 두 분야에 대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의 IP 포트폴리오와 핵심 기술 등을 종합 분석, 향후 제품·서비스 출시 시나리오를 그려보면, 내년에는 갤럭시 기어 등 웨어러블 기기 내 '인터페이스' 기능이 대폭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이면 AI 음성비서 전용기기(스피커)는 사라지고, 대신 TV나 냉장고, 가구 등 집안 곳곳의 다양한 사물에 기본 탑재될 것이다.
◆ 애플 앞에선 '표정 관리'해야
애플은 지난 2015년 영국의 자연어 이해능력기술 개발 업체인 '보컬 아이큐'를 인수했다. 이어 지난해 1월에는 미국 표정인식기술 개발 전문 AI업체 '이모션트'를 사들였다. 같은 해 8월엔 머신러닝 플랫폼 공급 업체 '튜리'를 인수했고, 카네기멜론대 머신러닝 전공학자 루스 살라쿠트디노프 교수를 자사 AI 연구팀장으로 영입했다.
◆ 구글, 연내 '증강현실' 기술 접목 음성비서 선봬
구글은 지난해 5월 자사 음성인식 솔루션인 '구글 어시스턴트'를 시장에 내놨다. 기존 버전인 '구글 나우'가 출시된지 4년만의 업그레이드였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다양한 기기에 적용 가능한 플랫폼답게, 메신저 형태의 애플리케이션인 '알로'와 독립형 디바이스인 '구글 홈'에 각각 연동돼 서비스 중이다.
◆ 韓 음성비서 특허, 美 이어 세계 2위...소송도 빈번
최근 특허청과 한국지식재산전략원(KISTA)이 한국과 미국·일본·유럽 등 주요국 특허DB를 교차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디지털 음성개인비서 관련 주요국 특허는 작년말 현재 총 2만1728건. 이 가운데 우리나라는 4011건의 특허를 보유, 전체 특허의 약 19%를 점하고 있다. 이는 62%를 기록한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점유율이다. 2687건의 특허를 보유한 일본이 점유율 12%로 3위, 유럽은 1488건(7%)으로 4위를 각각 기록했다. 한국과 미국은 AI 음성비서 관련 특허 출원이 2010년대 이후 지속 증가세인 반면, 일본은 최근 들어 한풀 꺾인 모양새다.
음성비서 분야의 업체별 특허 보유 현황을 살펴보면, 미국 IBM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상위권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역시 2000년대 들어 상위 10대 출원기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구글과 애플, 퀄컴, LG전자 등 스마트폰 관련 업체들이 다출원 업체로 꼽힌다.
요즘 가장 '핫'한 분야답게, 음성비서 관련 글로벌 특허소송 역시 빈번하다. 특히 '지능형 인터페이스 기술'은 가장 다툼이 많은 세부기술군이다.
소송이 줄잇는 곳에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전문업체(NPE)가 빠질리 없다. 'IoT 융합 기술'의 경우, 이 분야 소송에 연루된 특허의 절반을 이미 NPE가 갖고 있을 정도다. 소송이 집중된 특허는 주로 2000년대초 출원된 초기 기술들이다. 음성비서 관련 특허소송은 지난 2010년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이후에도 지속 증가세다. 테크 기업은 물론, 전세계 로펌들도 AI 음성비서 시장에 군침을 흘리는 이유다.
유경동 위원은 전자신문 기자와 지식재산 전문 매체 IP노믹스의 편집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는 국내 최대 특허정보서비스 업체인 ㈜윕스에서 전문위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으며, 특허청 특허행정 모니터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와 'ICT코리아 30년, 감동의 순간', 'ICT시사상식 2015' 등이 있습니다. '특허시장의 마법사들'(가제) 출간도 준비중입니다. 미디어와 집필·강연 활동 등을 통한 대한민국 IP대중화 공헌을 인정받아, 올해 3월에는 세계적인 특허전문 저널인 영국 IAM이 선정한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 2017)에 꼽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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