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장수 기업중 하나인 독일 지멘스는 ‘인더스트리 4.0’으로 불리는 4차 산업혁명의 원조이자 진원지로 꼽힌다. 한때는 굼뜨고 노회한 전통기업의 대명사였던 지멘스. 4차 산업의 광풍이 분지 10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어떻게 진화해 있을까?
IP미니멀리즘
19세기부터 각종 기계장치를 만들고 다뤄온 테크 종가답게 지멘스는 보유특허량 역시 세계 탑클래스를 자랑해왔다. 하지만 2012년도를 기점으로 US특허 기준, 지멘스의 특허출원은 눈에 띄게 준다.
출원특허를 기술별로 나눠보면, 해당 업체가 지금 어느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지난 2000년만 해도, 지멘스의 관심은 온통 IPC 특허분류코드상 H, 즉 전기소자와 같은 단순 하드웨어 제품에 꽂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기측정 관련 소프트웨어(IPC코드: G) 특허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그 자리를 꿰찼다. 한해 전체 출원량의 절반에 가까웠던 기존 하드웨어 특허는 후순위로 밀려난 상태다. 19세기 중반 증기기관과 같은 기계 제조업체로 출발한 지멘스다. 하지만, 설립 170여년이 지난 현재, 지멘스는 MS나 IBM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어엿한 세계 10대 소프트웨어 회사중 하나다.
M&A와 매입 활발..유연한 IP정책
2020년 11월 지멘스는 네덜란드 컴퓨터 시뮬레이션 SW 전문업체 컬기를 인수했다. 그 전에는 설계자동화 SW업체 멘토그래픽스를 45억달러에 합병하는 등 최근 5년간 지멘스가 사들인 업체는 모두 4곳이다. 이같은 M&A를 통해 확보한 특허만 총 1933건이다. 또 지멘스는 필요한 특허가 있으면 자체 연구개발을 고집하기 보단, 바로 사다 쓰는 유연함도 보인다. 이렇게 매입한 특허가 3666건에 달한다.
CIPO의 역할
지멘스 IP거버넌스 혁신에는 이 회사 CIPO, 즉 최고지식재산책임자인 비트 바이벨 수석 부사장이 있다. 스위스 ABB에서 IP업무를 총괄하던 바이벨 부사장이 지멘스에 합류한 건 지난 2013년. 당시만해도 지멘스 특허는 단순히 현장 개발자들의 기술과 제품개발을 위한 부산물 정도였다는 게 바이벨 부사장의 회고다. 하지만 그는 특허가 지멘스 비즈니스를 위한 가치창출에 기여하길 원했다. 일례로, 현장 엔지니어선에서만 이뤄지던 신규특허 출원 프로세스를 변리사 등 IP팀과 반드시 공조토록 했다. 해당 특허가 전사적으로 봤을 때 가치가 있는가, 기술이 아닌 사업 관점에서 봤을 때 꼭 필요한 특허인가부터 묻고 따진다. 지멘스의 IP혁신에서, 21세기 특허 비즈니스의 현주소를 본다.
유경동 IP컬럼니스트
윕스 전문위원과 지식재산 전문매체 IP노믹스 초대 편집장, 전자신문 기자 등을 역임했습니다. EBS 비즈니스 리뷰(EBR)와 SERICEO에서 ‘특허로 보는 미래’를 진행중입니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 △글로벌 AI특허 동향 △특허로 본 미래기술, 미래산업 등이 있습니다. 글로벌 특허전문 저널 英 IAM 선정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에 꼽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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