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 노사가 4년 연속 무분규 임금 및 단체협상(이하 임단협) 타결 기록에 성큼 다가섰다. 현대차 노사는 12일 진행된 15차 교섭에서 ▲기본급 4.3% 인상(9만8000원·호봉승급분 포함) ▲경영성과금 200%+400만원 ▲품질향상 격려금 150만원 ▲하반기 목표달성 격려금 100% ▲미래자동차 산업변화 대응 특별격려 주식 20주 ▲전통시장 상품권 25만원 등의 내용이 담긴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국내에 현대차 최초 전기차 전용공장을 신설한다는 내용이 담긴 ‘국내공장 미래 투자 관련 특별 합의서(이하 특별합의서)’를 마련하기도 했다. 해당 공장은 2023년에 착공해 2025년 양산에 돌입한다.

현대차가 국내에 공장을 짓는 것은 1996년 아산공장을 건설한 이후 29년 만의 일이다. 현대차는 전동화 확산 등 자동차산업 환경에 대응하고 국내공장의 미래 비전 및 직원 고용안정 확보를 위해 국내에 새로운 공장을 건립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국내에 새로운 공장을 짓게될 경우 산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도 활력을 띌 것이며 특히 배터리, 차량용 반도체 산업에 대한 연구 및 투자 바람도 불 것으로 예상된다.

기대와 함께 적지 않은 우려도 존재한다. 국내 신공장 건립이 수요가 있는 해외에 공장을 건립해 보호무역 기조에 대응하는 추세에 역행하는 행보라는 것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의 국내 생산비중은 47.9%로 세계 10대 완성차업체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외적 환경 변화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 내수시장이 작아 수출의존도가 높다. 수출의존도가 높을 수록 보호무역, 전쟁 등 대외적 환경에 변화에 대한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서라도 국내공장보다는 해외공장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위의 우려를 어느정도 상쇄하기 위해서는 높은 생산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대차는 상징성이 큰 국내 최대규모 단일노조가 존재해 생산성이 좋지 않다.

실제로 현대차 울산공장의 ‘시간당 차량 생산 대수(UPH)’는 평균 45대로 평균 68대의 미국 앨라배마공장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또 현대차 노조는 매년 임단협 시즌마다 살얼음판을 걷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전동화 전환 등 이슈로 인해 4년간 무분규 임단협 타결 기록 수립 코앞에 왔지만 대내외적이 상황이 안정되면 임단협 협상 중 쟁의권 행사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

전기차 전환에 공감대를 형성하긴 했지만 방법론을 두고 노사의 입장이 엇갈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전기차 퍼스트무버'를 목표로 삼은 현대차의 첫 걸음에 대한 우려를 떨치기 위해서는 노조의 전향적인 태도가 중요하다. 전기차 시대의 발빠른 대응이 회사와 노조가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조건을 붙이지 말고 사측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낮은 생산성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인력 전환 배치 및 생산 차종 선택 등에 전향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아울러 과거의 노조활동에서 벗어난 미래지향적인 노조활동에 대한 고민도 병행돼야 한다.

‘전기차 퍼스트무버'를 향한 현대차의 첫 걸음은 사측의 과감한 결단으로 시작됐다. 향후의 발걸음은 노조의 전향적 태도에 달려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