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는 1957년 영국 BMC(British Motor Corporation)가 알렉 이시고니스에 디자인을 의뢰하면서 탄생했다. 경제적이면서도 완벽한 성능을 자랑하는 4인승 소형차가 당시 디자인 및 개발 콘셉트로, 앞바퀴굴림이면서도 짧은 오버행과 낮은 무게중심, 적절한 공간과 가벼운 차체를 특징으로 한다. 그로부터 60년이 넘은 지금도 미니(MINI)는 그 가치를 유지하는 브랜드로 명성이 높다.

JCW 제품군. / 미니 제공
JCW 제품군. / 미니 제공
미니의 역사에서 또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은 바로 존 쿠퍼(John Cooper)다. 1923년 영국 서리에서 태어난 존 쿠퍼는 모터스포츠계에서 드라이버로, 또 자동차 제작자로 유명했다. 1946년 아버지인 찰스 쿠퍼와 함께 ‘쿠퍼 카 컴퍼니’를 설립했고, 포뮬러 모델을 만들기 시작했다.

미니와 존 쿠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우리나라 판매 중인 미니 쿠퍼의 ‘쿠퍼’는 바로 존 쿠퍼에서 따온 것으로, 그는 미니를 통해 레이스를 정복하고 싶다는 꿈을 꾼 사람이다. 실제 레이싱을 위한 미니를 만들어 모터스포츠에 뛰어들었으며, 그가 만든 미니 쿠퍼 S는 몬테카를로 랠리를 지배했다.

미니 고성능 브랜드로 유명한 존 쿠퍼 웍스(John Cooper Work·JCW)는 2007년 미니와 한식구가 됐다. 독립적인 캐릭터를 갖추는 것과 동시에 미니의 특별한 스포츠 모델을 만드는 브랜드로 거듭난 셈이다.

2018년 BMW그룹코리아는 미니 JCW의 전모델을 국내 선보일 계획이다. 미니 JCW 특유의 달리는 즐거움, 독창성, 프리미엄 품질에 모터스포츠서 수십년간 이어온 유산과 서킷에서 일궈낸 승리의 기록이 모두 담겨있는 모델들이다. 이 차들을 인제스피디움 서킷에서 만났다.

서킷을 달리고 있는 JCW 클럽맨. / 미니 제공
서킷을 달리고 있는 JCW 클럽맨. / 미니 제공
미니가 준비한 미니 JCW 챌린지에서는 JCW 컨트리맨, JCW 클럽맨 등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미니의 전통적인 팬들에 있어서 왜건 클럽맨과 SUV 컨트리맨은 ‘아종(亞種)’의 느낌이 강하지만, 일반 모델의 유전자가 그대로 담겨있다는 점에서 미니라고 불려도 무방할 정도다. 게다가 컨트리맨은 실직적으로 미니 브랜드의 판매량을 책임지고 있는 제품이다. 이 차로 JCW를 만드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컨트리맨은 미니의 전체 제품 중에 가장 큰 차다. 원래 4m를 넘지 않겠다는 게 미니의 철학이었는데, 1세대 컨트리맨 이후로 이 공식은 깨졌다. 현재는 BMW X1,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 등과 플랫폼을 공유한다. 미니 네바퀴굴림 시스템인 올4도 컨트리맨을 통해 최초로 선보였던 기술이다.

JCW 컨트리맨은 4기통 2.0리터 엔진을 얹었다. JCW 전용 튜닝이 더해진 이 차의 최고출력은 231마력에 이른다. 최대토크는 35.7㎏·m다. 올4를 기본으로 장착했다.

서킷에는 클럽맨과 컨트리맨이 동시에 준비됐다. 직접 운전 세바퀴, 동승 세바퀴 총 여섯바퀴의 서킷 주행이 이뤄졌다. 한 차를 타고 나서 다른 차를 타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다. 이 점을 모르고 JCW 컨트리맨에 먼저 올랐다.

JCW 컨트리맨의 크기는 길이 4299㎜ , 너비 1822㎜ , 높이 1557㎜로, 미니 중에 제일 크다고는 해도 4인 가족이 넉넉하게 탈 수 있지는 않다. 그보다는 싱글족의 멋을 위한 차라고 해야 적당할 듯 하다. 그래도 실용성을 위한 여러 요소가 들어갔다. 5개의 풀사이즈 시트를 넣은 점이라든지, 40:20:40 비율로 접히는 2열 시트 등이 유용하다. 트렁크 용량은 최대 1390리터에 이른다.

높은 SUV지만 달리는 즐거움을 잃지 않은 JCW 컨트리맨. / 미니 제공
높은 SUV지만 달리는 즐거움을 잃지 않은 JCW 컨트리맨. / 미니 제공
여기에 JCW 특유의 높은 운동성능이 더해졌으니, 달리는 즐거움은 배가 된다. 특히 올4는 험로 주행보다는 주행안정성에 초점을 맞춘다. 서킷 같은 코너링이 급격한 곳에서 언더 스티어, 오버 스티어를 효과적으로 봉쇄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도로에서의 안정적인 움직임은 말할 것도 없다.

19인치 JCW 경합금 휠이나 스포츠 서스펜션,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 JCW 에어로다이내믹 키트, JCW 스포츠 시트, 8단 스텝트로닉 스포츠 변속기, 패들시프트 등 모두가 달리기를 위한 것들이다. 오로지 달리는 즐거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선두에 선 인스트럭터의 지시에 따라 4대의 JCW 컨트리맨이 인제 서킷을 채운다. 인제 서킷은 첫 코너부터 깊이가 있는 구간이기 때문에 적절한 운전 스킬이 필요하다. 실력의 차이를 좁히는 것은 자동차가 가진 능력 뿐이다. 운전이 다소 미숙한 운전자가 앞 쪽에 서 있지만 대열은 흐트러짐 없이 서킷을 공략해 나갔다.

오르고 내리는 구간이 많은 점도 인제 서킷이 가진 재미 요소다. 그때 그때마다 속도를 줄이거나 가속 페달을 눌러 밟으면서 차의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물리학을 뛰어넘는 기술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브레이크 타이밍이 늦거나 스티어링 휠의 조작이 어긋나면 차는 금방 갈 길을 잃는다. 먼저 대비하고, 대처해야 한다. 자동차 성능이 좋으면 이 대처시간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달리는 즐거움이 뭔지를 깨닫게 된다.

JCW 컨트리맨의 시트는 과격한 좌우 쏠림에도 효과적으로 몸을 잡아 준다. 스포츠카의 딱딱한 버킷 시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어찌됐건 스포츠시트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하고 있다. 가벼운 코너는 브레이크를 밟는 것보다 기어 단수를 내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다. 패들시프트는 이 때 능력을 발휘한다.

서킷을 빠른 속도로 달리는 동안 JCW 컨트리맨의 실내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다소 여유로운 구간에 들어서자 몇가지 재미있는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레이싱카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몇가지 디자인 요소들이 인상적이다. 서킷에서는 볼 일이 그렇게 많지 않지만 JCW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일반 도로에서 필요한 정보를 쏙쏙 제공한다.

현재 미니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찰리 쿠퍼는 존 쿠퍼의 손자이자, 증조부 찰리 쿠퍼와 이름이 같다. / 미니 제공
현재 미니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찰리 쿠퍼는 존 쿠퍼의 손자이자, 증조부 찰리 쿠퍼와 이름이 같다. / 미니 제공
JCW 컨트리맨은 분명 누군가에게 사치품일 수도 있다. 컨트리맨 자체도 접근이 힘들 수도 있는데, 고성능이라니, 일반적인 소비자에게 있어서는 5970만원의 가격은 부담이 될 법하다. 그러나 미니를 타는 사람들은 보통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디자인에 혹해 구입한 사람이라도 경험이 축적돼 감에 따라 미니의 진가는 남다른 ‘즐거움’과 ‘미니다움’에 있다는 것을 깨달아 간다. 여기에 조금 더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것이 JCW다. 존 쿠퍼가 누군지 몰라도 상관없다. 그러나 잘 달리는 개성인자의 매력을 이해하려면 미니와 JCW를 직접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