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㉚돈 문제로 아톰 후속작 탄생 불발했지만…'제타마르스'가 바통 이어

입력 2018.07.28 06:00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2018년 시작과 함께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1988년 한국 KBS2 채널에서는 ‘제트 소년 마르스’란 애니메이션이 방영된다. 당시 어린이들은 KBS가 이에 앞서 1984년 ‘돌아온 아톰’이란 제목으로 아톰 TV 애니메이션을 국내 방영한 탓에 마르스를 ‘아톰’ 후속작이라 생각했다.

1977년 일본에서 ‘제타 마르스(ジェッターマルス)’란 이름으로 방영된 이 애니메이션은 실제로 ‘아톰’ 후속작으로 기획됐던 작품이다.

제타 마르스. / 토에이 애니메이션 제공
아톰을 탄생시킨 만화가 ‘테츠카 오사무’는 1963년 일본 현지에서 방영된 첫 번째 아톰 애니메이션의 후속작을 고민했고, 아톰 애니메이션 마지막편에서 죽은(행방불명 된) 아톰을 대신해 세상을 구하는 로봇을 구상해냈다.

1960년대 당시 일본 현지에서 아톰 인기는 대단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1963년 1월부터 1966년 12월까지 3년간 방영된 TV애니메이션 ‘철완아톰’은 평균 20%가 넘는 높은 시청률로 인기를 끌었다. 방송 종료 소식이 알려지자 어린이는 물론 부모까지 나서 속편 제작을 원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제작진에게 보냈다.

첫 번째 아톰 애니메이션인 1963년작 ‘철완아톰’. / 위키피디아 제공
하지만, 시청자가 그렇게 원했던 아톰 후속작은 1960년대에 제작되지 않았다. ‘스폰서’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테츠카는 1982년 출간된 아톰 관련 책을 통해 첫 번째 아톰 애니메이션 후원사인 메이지제과(明治製菓·현재 메이지)가 아톰 과자 생산 권리를 계속 쥐고 있어 문제가 됐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돈’ 문제로 제작되지 못한 아톰은 결국 아톰과 닮은 ‘제타 마르스’로 나온다.
제타 마르스 오프닝 영상. / 유튜브 제공
제타 마르스 애니메이션 제작에는 1963년작 철완아톰 제작진이 대거 참여했다. 훗날 은하철도999 극장판과 명작이라 평가 받는 린 타로 감독(SF 애니메이션 메트로폴리스를 만든 이), 정글대제와 과학닌자대 가챠맨(독수리오형제) 제작에 참여했던 스기노 아키오가 캐릭터 디자이너로 참여했다.

아톰 성우 ‘시미즈 마리’도 마르스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그렇지 않아도 아톰과 외모가 비슷한 제타 마르스에서 아톰의 향취가 강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아톰과 제타 마르스 목소리를 연기한 성우 시미즈 마리. / 산케이신문 갈무리
애니메이션 ‘제타 마르스’는 아톰 시청자보다 더 어린 ‘미취학 아동’을 타깃으로 제작됐다. 당시 아톰 과자가 잘 팔렸던 만큼 과자나 장난감이 인기를 끌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스토리는 로봇이지만 인간적인 면이 강한 마르스의 정신적인 성장을 그렸다.

야심차게 제작된 제타 마르스지만 아쉽게도 당시 어린이에게 인기를 얻지 못했다. 원작자인 테츠카도 훗날 현지 미디어 인터뷰를 통해 제타 마르스가 생각만큼 인기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현지 애니메이션 업계는 제타 마르스의 실패가 풀컬러 버전인 두 번째 아톰 애니메이션(1980년) 제작을 이끌어냈다는 시각도 있다.

◇ 아톰 전자두뇌는 몸통에, 제타 마르스는 머리에

제타 마르스의 시대 배경은 현실 세계의 시계로는 이미 과거지만, 1970년대 애니메이션 제작 당시 시점으로 보면 먼 미래에 해당하는 ‘2015년’이다.

마르스는 이야기 속 과학장관인 야마노 우에 박사가 일본을 지키기 위한 최강 무기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로봇이다. 하지만 야마노 박사가 로봇에 필요한 전자두뇌(인공지능)을 만들어내지 못하자 자신의 라이벌인 카와시타 박사의 손을 빌어 마르스를 완성시킨다.

눈을 뜬 마르스는 세상의 상식은 물론 선과 악을 구별할 수 없는 그야말로 아기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카와시타 박사와 그의 딸 미리(사람과 흡사한 외모를 가진 여성형 로봇)는 마르스를 학교에 보내는 등 인간과의 교류 영역을 넓혀주었고, 마르스는 인간과의 생활을 통해 진정으로 강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 의미를 배워나가게 된다.

미리(왼쪽)과 제타 마르스. / 야후재팬 갈무리
제타 마르스가 아톰과 외모에서 구별되는 가장 큰 요소는 공중 비행을 도우는 ‘붉은 머플러’에 있다. 머플러는 평상시 마르스를 장식하는 용도로 쓰이지만, 하늘을 날아야할 때는 삼각형으로 펼쳐지며 날개 역할을 한다.

아톰과 또 다른 점은 전자두뇌의 위치다. 아톰의 경우 전자두뇌가 몸체에 있지만 마르스는 머리부분에 전자두뇌가 탑재됐다.

제타 마르스. / 야후재팬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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