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이재용 부회장도 요청한 바이오 산업 규제 완화

입력 2018.08.08 06:05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자리서 바이오 산업에 과감한 투자를 하겠다며 규제를 해소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김 부총리는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개선하고 일부는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앞줄 왼쪽에서 두번째)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 기획재정부 제공
사실 바이오산업은 지난 2~3년간 브레이크가 없다고 할 정도로 쾌속질주를 했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바이오 산업 분위기는 돈과 기술이 충분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췄습니다. 또 2018년이 바이오 기업들이 한단계 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분위기도 팽배했습니다.

실제로 한미약품은 2015년 수천억원 대 신약 기술을 수출하면서 제2바이오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데다가 2016년에는 바이오벤처 신규 창업이 443개에 달했습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특허가 만료된 생물의약품 복제약) 산업을 개척해 매출 1조원을 눈앞에 두고 제약업계 5위로 껑충 뛰어 올랐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대 규모 바이오시밀러 위탁 생산공장을 완공해 글로벌 1위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로 부상했습니다.

올해 초 바이오주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코스닥 랠리를 주도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 덕분이었다는 것이 업계 평가입니다.

하지만 올해들어서는 분위기가 확 바뀌었습니다. 가장 큰 충격은 연구개발(R&D) 비용 처리 문제입니다. 금융감독원은 1월 집중 감리 대상 중 하나로 제약·바이오업체 R&D 비용 인식·평가 적정성을 들여다보겠다며 제약·바이오 업체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종의 R&D 비용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다고 금감원이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금감원은 2016년 말 기준 152개 제약·바이오 상장기업 중 55%(83개사)가 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개발비 대부분을 자산이 아닌 비용으로 잡는 글로벌 제약사와 달리 한국 제약사들은 R&D 비용을 자산으로 잡으면서 회계상 비용을 줄이고 자산을 부풀렸다는 것이 금감원의 판단입니다.

이에 일부 제약사는 곧바로 회계 처리 방식을 변경했는데, 이 때문에 회계상으로 적자가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실적이 흑자에서 별안간 적자로 바뀌니 기업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밖에 없는 셈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순간에 실적이 적자로 바뀌니 주가는 떨어지고 투자자 신뢰도도 하락할 수 밖에 없다”며 “이는 또 기업공개(IPO)나 증자 등 자금 조달이 위축되고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 감소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신약과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세제 지원 차이도 대표적인 규제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신약은 세제 지원이 이뤄지는데 반해 개량신약이나 바이오시밀러는 세제 지원 대상에서 배제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한 상태입니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신약개발과 더불어 기술력과 생산력을 갖춘 바이오시밀러 지원을 해야 한다는 입장과 반대로 바이오시밀러를 지원할 경우 신약 개발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어 지원이 이뤄지면 안된다는 입장으로 나뉩니다. 국내 제약산업이 이미 ‘복제약’에 치중돼 있어 많은 우려와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복제약에 대한 세제지원까지 진행된다면 신약개발을 더 등한시 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규제 불확실성도 바이오 업체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신의료기술 평가' 규제가 대표적으로 꼽힙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더라도 시장에 판매를 하기 위해선 신의료기술평가를 한 차례 또 받아야 하는데요. 이 점이 대표적인 이중 규제라는 원성이 나옵니다.

한편, 이날 자리에서는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가 참석해 바이오의약품 원료 물질의 수입통관 효율과 약가 정책 개선, 세제 완화, 인천 송도 중심 한국형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 정부의 지속적 관심 등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