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항공작전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었을 때 적의 심장부에 단 한 차례 공격으로 치명상을 가하는 ‘항공차단(Air Interdiction)’ 작전과 제1선 전장에서 육군에게 화력 지원을 해 주는 ‘근접항공지원(Close Air Support)’으로 분류된다고 언급했다. 이번 칼럼에서는 웬만한 사람들도 다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탱크킬러’ A-10 선더볼트 II 공격기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A-10 공격기는 근접항공지원 전용으로 만들어진 항공기로, A-10 이외에 근접항공지원 전용으로 만들어진 기체는 러시아의 ‘Su-25’ 전투기뿐이다.
이 작전은 아군 지상부대의 움직임과 밀접하게 연계되어야 하고, 기습공격은 그리 중요하지 않으며, 여러 차례 출격해 반복공격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편대구성도 항공차단 작전처럼 폭격대(Strike Package)가 편성되는 것이 아니고 2~4대 정도의 항공기가 출격하며, 사용되는 병기도 비교적 값이 싼 범용폭탄, 집속폭탄, 기관포 등이 주로 사용되고 유도병기는 경량의 레이저 유도폭탄이나 소형 공대지 미사일이 사용된다.
A-10 공격기에 있어서도 전선항공통제 임무를 수행하는 ‘OA-10’이라는 기체가 있는데, 외관은 A-10과 완전히 같다.
◇ A-10의 특징
미 공군의 A-10 공격기는 베트남전을 계기로 개발이 시작됐지만, 그 성능은 냉전 당시 구소련을 비롯한 압도적인 전차부대를 가진 바르샤바 조약군을 상대하는 것을 상정해 설정됐다. 수적으로 서방측의 2~3배에 달하는 바르샤바 조약군의 기갑부대를 격멸하기 위해 한차례 출격에서 최소한 16대의 전차를 격파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 A-10 공격기의 첫 모델인 A-10A 공격기다.
A-10A의 특징은 고속 성능을 추구해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기존 전투기와 달리, 고속 성능을 포기하고 방탄 장갑을 대폭 도입한 것이다.
또한 다중보강 기체구조로 동체나 주익의 일부가 파괴되어도 공중분해 되지 않으며, 유압계통도 각기 독립돼 있어 한 개가 총알에 맞아도 다른 것은 작동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리고 모든 유압계통이 파괴될 경우를 대비해 수동 조종 기능까지 가지고 있다.
여기에 적진 상공에서 오래 체공할 수 있도록 뛰어난 항속 성능을 가지고 있어 외부 연료탱크 없이도 240㎞ 떨어진 적진에 도달해 1시간 동안 작전할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은 미군이 보유한 다른 전술기의 10배에 달하는 것이다.
A-10A는 공격기 버전과 전선항공통제 버전인 ‘OA-10A’가 있는데, 전선항공통제용 로켓탄을 사용하는 것 이외에는 외관이나 능력 면에서 양자의 차이는 없다. 대체로 전체 대수의 40%쯤이 OA-10A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 A-10A의 병기
대부분 전술기가 데이터상으로 8t 정도의 병기를 탑재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3~4t밖에 탑재하지 못한 데 비해 A-10A는 연료를 완전히 탑재하고도 5.4t의 병기를 탑재할 수 있다. 더욱이 무장 장착 스테이션이 무려 11개나 있어 다양한 병기를 운용할 수 있다.
A-10A는 다채로운 병기를 운용할 수 있지만, 대표적인 것은 기수에 장착된 30㎜ 기관포와 ‘AGM-65’ 매버릭 공대지 미사일 및 각종 폭탄이다. 특히 폭탄 탑재력에 있어서 F-16 전투기가 500파운드급 폭탄을 최대 14발 탑재하는데 비해 A-10A는 최대 28발을 탑재할 수 있다.
기수에 장착된 30㎜ 어벤저 기관포 시스템은 7총신 개틀링포로서 분당 발사속도가 최대 4200발에 달하며, 탄약은 1350발을 탑재한다. 탄약 중 열화우라늄으로 만들어진 철갑소이탄은 20㎜ 기관포의 14배 위력을 가지고 있어 6584m 거리에서 제2세대 주력 전차의 장갑을 관통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현대전에서도 어차피 공중에서 전차의 상면을 공격하기 때문에 3.5세대 전차라도 충분히 격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1991년 걸프 전쟁에서 발사된 매버릭 미사일이 약 5100발이었는데, 이 가운데 4801발이 A-10A에서 발사되었을 정도로 매버릭 미사일은 거의 A-10A의 전용병기로 사용되고 있다.
◇ 퇴역시키고 싶지만…
A-10A가 처음으로 취역한 것은 1975년이었고, 총 생산 수는 715대이다. A-10A는 우수한 방탄 장갑에도 불구하고 현대전에서 생존 가능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 1990년대에 퇴역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던 것이 1991년의 걸프 전쟁에 투입된 A-10A가 엄청난 활약을 보이며 스타로 부각되자 미공군은 2018년까지 A-10A를 운용하기로 했다.
걸프 전쟁에서 A-10A는 30㎜ 기관포와 매버릭 미사일을 이용하여 이라크군 전차 987대와 각종 장갑차, 포, 트럭 등을 2500대쯤 격파했으며, 200개의 군사시설과 레이더 사이트를 파괴했고 공대공 미사일로 2대의 헬기를 격추했다. 게다가 주기 중인 적 전투기 10대도 파괴했다.
특히, 이라크군에게 가장 두려운 기체가 바로 A-10A였다고 한다. 걸프전쟁 이후에도 1999년 코소보 공습작전, 2001년의 아프간 공습작전, 2003년 이라크 전쟁에도 참여하여 위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2000년대 들어 A-10A의 생존 가능성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됐다. 현대의 위력적인 정밀 유도 병기 앞에 구시대의 장갑이 통할 수 있겠는가 하는 우려였다. 사실 A-10A는 JSF 프로그램에 의해 장래 F-35로 대체될 계획이었지만, 마치 기피 업종 같은 근접항공지원 임무에 럭셔리한 F-35를 쓰는 것이 말도 안 된다는 의견도 많았다.
여기에 근접항공지원 임무는 육군의 공격헬기를 사용하면 되고 최근 조목 받는 무인기도 충분히 사용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A-10A는 대체 불가한 기체라는 점에서 미 공군은 논란 끝에 2000년대초 수명 연장 사업에 들어가 기체의 기골 보강, 전자장비 개선 등을 거쳐 A-10C로 개량하였다. 이 개량은 240대에 대해 실시되어 2028년까지 사용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2015년 A-10의 퇴역문제는 다시 제기되었고, 다시금 여러 가지 논란이 벌어진 끝에 2016년 1월 A-10의 퇴역을 무기한 동결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사실 이러한 논란은 단순한 현대전의 생존 가능성 문제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생존 가능성 문제로 A-10 퇴역시키고자 하는 세력과 A-10에 대한 정비사업 등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 간의 싸움이라고도 볼 수 있고 일단은 A-10이 너무나도 독창적인 기체이기 때문에 조기 퇴역 의견이 힘을 얻지 못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A-10 공격기의 프라모델
프라모델 애호가의 입장에서 인기 있는 기체의 실물이 퇴역한다는 것은 아주 섭섭한 일이다. 대표적인 것이 2006년 퇴역한 F-14 톰캣이다. A-10도 독특한 모양과 독특한 임무 성격으로 아주 인기 있는 기체이므로 퇴역이 연기된 것이 반갑기만 하다.
A-10은 특히 여러 가지 무장을 붙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재미이고(이런 면에서 스텔스기는 정말 재미가 없다), 지금은 기체가 모두 회색이지만 걸프 전쟁 이전의 3식 위장 색을 칠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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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식' 현직 공인회계사(우덕회계법인)는 군사 무기 및 밀리터리 프라모델 전문가로, '21세기의 주력병기', 'M1A1 에이브람스 주력전차', '독일 공군의 에이스', 'D 데이', '타미야 프라모델 기본가이드' 등 다수의 책을저술하였으며, 과거 군사잡지 '밀리터리 월드' 등을 발간한 경력이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동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한 유승식씨는 현재 월간 '디펜스타임즈'등 군사잡지에 기사를 기고하고 있으며, 국내 프라모델 관련 활동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