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항공작전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었을 때 적의 심장부에 단 한 차례 공격으로 치명상을 가하는 ‘항공차단(Air Interdiction)’ 작전과 제1선 전장에서 육군에게 화력 지원을 해 주는 ‘근접항공지원(Close Air Support)’으로 분류된다고 언급했다. 이번 칼럼에서는 웬만한 사람들도 다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탱크킬러’ A-10 선더볼트 II 공격기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A-10 공격기는 근접항공지원 전용으로 만들어진 항공기로, A-10 이외에 근접항공지원 전용으로 만들어진 기체는 러시아의 ‘Su-25’ 전투기뿐이다.

A-10A는 기체 뒷부분 상부에 엔진을 배치하여 엔진 배기가스에 의한 적외선 방출량을 낮추고 피탄에도 대비하고 있다. / 구글 갈무리
A-10A는 기체 뒷부분 상부에 엔진을 배치하여 엔진 배기가스에 의한 적외선 방출량을 낮추고 피탄에도 대비하고 있다. / 구글 갈무리
근접항공지원은 주로 육군의 요청으로 아군 지상부대와 가까지 위치한 적의 부대나 기지에 대해 항공화력을 동원해 공격하는 것을 말한다.

이 작전은 아군 지상부대의 움직임과 밀접하게 연계되어야 하고, 기습공격은 그리 중요하지 않으며, 여러 차례 출격해 반복공격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편대구성도 항공차단 작전처럼 폭격대(Strike Package)가 편성되는 것이 아니고 2~4대 정도의 항공기가 출격하며, 사용되는 병기도 비교적 값이 싼 범용폭탄, 집속폭탄, 기관포 등이 주로 사용되고 유도병기는 경량의 레이저 유도폭탄이나 소형 공대지 미사일이 사용된다.

기수의 기관포를 발사하는 A-10A. 주익에는 매버릭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 구글 갈무리
기수의 기관포를 발사하는 A-10A. 주익에는 매버릭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 구글 갈무리
한편, 근접항공지원과 유사한 작전으로 ‘전선항공통제(Forward Air Control)’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전선항공통제기가 근접지원 항공기의 공격을 위해 사전에 목표물을 포착해 연막 로켓탄을 쏘는, 마치 책에 마커로 표시하는 것과 비슷한 작업을 한다. 이 작업은 생각보다 아주 중요하고 어려운 임무이며, 근접지원기가 도착하지 않으면 전선항공통제기가 직접 공격을 하기도 한다.

A-10 공격기에 있어서도 전선항공통제 임무를 수행하는 ‘OA-10’이라는 기체가 있는데, 외관은 A-10과 완전히 같다.

◇ A-10의 특징

미 공군의 A-10 공격기는 베트남전을 계기로 개발이 시작됐지만, 그 성능은 냉전 당시 구소련을 비롯한 압도적인 전차부대를 가진 바르샤바 조약군을 상대하는 것을 상정해 설정됐다. 수적으로 서방측의 2~3배에 달하는 바르샤바 조약군의 기갑부대를 격멸하기 위해 한차례 출격에서 최소한 16대의 전차를 격파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 A-10 공격기의 첫 모델인 A-10A 공격기다.

A-10A의 특징은 고속 성능을 추구해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기존 전투기와 달리, 고속 성능을 포기하고 방탄 장갑을 대폭 도입한 것이다.

A-10A의 기체 하면. 11개의 무장 스테이션이 잘 나타나 있다. / 구글 갈무리
A-10A의 기체 하면. 11개의 무장 스테이션이 잘 나타나 있다. / 구글 갈무리
과거 구소련제 대공화기에 격추된 미군기 대부분이 23㎜ 구경 이하의 대공화기에 당한 점을 고려해 조종석과 연료계통, 기관포 탄약 등을 23㎜ 탄에 견딜 수 있는 티타늄 장갑을 도입했고, 연료탱크는 폴리우레탄 폼을 채워 넣은 자기밀봉형으로 만들어 소이탄 300발을 쏘아도 폭발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또한 다중보강 기체구조로 동체나 주익의 일부가 파괴되어도 공중분해 되지 않으며, 유압계통도 각기 독립돼 있어 한 개가 총알에 맞아도 다른 것은 작동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리고 모든 유압계통이 파괴될 경우를 대비해 수동 조종 기능까지 가지고 있다.

A-10A의 기수부분 30㎜ 기관포의 클로즈업. / 구글 갈무리
A-10A의 기수부분 30㎜ 기관포의 클로즈업. / 구글 갈무리
또한 경쾌한 운동 성능으로 작은 반경의 선회를 단시간에 할 수 있으며, 반복 출격에 적합하도록 파일럿이 내리지 않고 엔진을 정지시키지 않은 채로 급유 및 재무장을 할 수 있으며, 피탄 문제 및 적외선 방출 문제를 고려해 엔진은 동체 윗부분으로 이동시켰다.

여기에 적진 상공에서 오래 체공할 수 있도록 뛰어난 항속 성능을 가지고 있어 외부 연료탱크 없이도 240㎞ 떨어진 적진에 도달해 1시간 동안 작전할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은 미군이 보유한 다른 전술기의 10배에 달하는 것이다.

A-10A는 공격기 버전과 전선항공통제 버전인 ‘OA-10A’가 있는데, 전선항공통제용 로켓탄을 사용하는 것 이외에는 외관이나 능력 면에서 양자의 차이는 없다. 대체로 전체 대수의 40%쯤이 OA-10A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 A-10A의 병기

대부분 전술기가 데이터상으로 8t 정도의 병기를 탑재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3~4t밖에 탑재하지 못한 데 비해 A-10A는 연료를 완전히 탑재하고도 5.4t의 병기를 탑재할 수 있다. 더욱이 무장 장착 스테이션이 무려 11개나 있어 다양한 병기를 운용할 수 있다.

A-10A는 다채로운 병기를 운용할 수 있지만, 대표적인 것은 기수에 장착된 30㎜ 기관포와 ‘AGM-65’ 매버릭 공대지 미사일 및 각종 폭탄이다. 특히 폭탄 탑재력에 있어서 F-16 전투기가 500파운드급 폭탄을 최대 14발 탑재하는데 비해 A-10A는 최대 28발을 탑재할 수 있다.

기수에 장착된 30㎜ 어벤저 기관포 시스템은 7총신 개틀링포로서 분당 발사속도가 최대 4200발에 달하며, 탄약은 1350발을 탑재한다. 탄약 중 열화우라늄으로 만들어진 철갑소이탄은 20㎜ 기관포의 14배 위력을 가지고 있어 6584m 거리에서 제2세대 주력 전차의 장갑을 관통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현대전에서도 어차피 공중에서 전차의 상면을 공격하기 때문에 3.5세대 전차라도 충분히 격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A-10의 필살병기 매버릭 미사일. / 구글 갈무리
A-10의 필살병기 매버릭 미사일. / 구글 갈무리
매버릭 미사일은 장갑차량이나 벙커 등을 공격할 수 있는 소형 공대지 미사일로서, 유도방식이나 탄두형식에 따라 23종류가 있고, 무려 4만발 이상 생산되어 세계 20개국 이상에서 사용 중인 베스트셀러 미사일이다.

1991년 걸프 전쟁에서 발사된 매버릭 미사일이 약 5100발이었는데, 이 가운데 4801발이 A-10A에서 발사되었을 정도로 매버릭 미사일은 거의 A-10A의 전용병기로 사용되고 있다.

◇ 퇴역시키고 싶지만…

A-10A가 처음으로 취역한 것은 1975년이었고, 총 생산 수는 715대이다. A-10A는 우수한 방탄 장갑에도 불구하고 현대전에서 생존 가능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 1990년대에 퇴역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던 것이 1991년의 걸프 전쟁에 투입된 A-10A가 엄청난 활약을 보이며 스타로 부각되자 미공군은 2018년까지 A-10A를 운용하기로 했다.

걸프 전쟁에서 A-10A는 30㎜ 기관포와 매버릭 미사일을 이용하여 이라크군 전차 987대와 각종 장갑차, 포, 트럭 등을 2500대쯤 격파했으며, 200개의 군사시설과 레이더 사이트를 파괴했고 공대공 미사일로 2대의 헬기를 격추했다. 게다가 주기 중인 적 전투기 10대도 파괴했다.

특히, 이라크군에게 가장 두려운 기체가 바로 A-10A였다고 한다. 걸프전쟁 이후에도 1999년 코소보 공습작전, 2001년의 아프간 공습작전, 2003년 이라크 전쟁에도 참여하여 위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2000년대 들어 A-10A의 생존 가능성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됐다. 현대의 위력적인 정밀 유도 병기 앞에 구시대의 장갑이 통할 수 있겠는가 하는 우려였다. 사실 A-10A는 JSF 프로그램에 의해 장래 F-35로 대체될 계획이었지만, 마치 기피 업종 같은 근접항공지원 임무에 럭셔리한 F-35를 쓰는 것이 말도 안 된다는 의견도 많았다.

여기에 근접항공지원 임무는 육군의 공격헬기를 사용하면 되고 최근 조목 받는 무인기도 충분히 사용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A-10A는 대체 불가한 기체라는 점에서 미 공군은 논란 끝에 2000년대초 수명 연장 사업에 들어가 기체의 기골 보강, 전자장비 개선 등을 거쳐 A-10C로 개량하였다. 이 개량은 240대에 대해 실시되어 2028년까지 사용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2015년 A-10의 퇴역문제는 다시 제기되었고, 다시금 여러 가지 논란이 벌어진 끝에 2016년 1월 A-10의 퇴역을 무기한 동결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사실 이러한 논란은 단순한 현대전의 생존 가능성 문제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생존 가능성 문제로 A-10 퇴역시키고자 하는 세력과 A-10에 대한 정비사업 등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 간의 싸움이라고도 볼 수 있고 일단은 A-10이 너무나도 독창적인 기체이기 때문에 조기 퇴역 의견이 힘을 얻지 못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A-10 공격기의 프라모델

프라모델 애호가의 입장에서 인기 있는 기체의 실물이 퇴역한다는 것은 아주 섭섭한 일이다. 대표적인 것이 2006년 퇴역한 F-14 톰캣이다. A-10도 독특한 모양과 독특한 임무 성격으로 아주 인기 있는 기체이므로 퇴역이 연기된 것이 반갑기만 하다.

A-10A 프라모델 모형. 일본 타미야제로 1990년대초 이전 3색 위장 무늬를 하고 있다. / 타미야 제공
A-10A 프라모델 모형. 일본 타미야제로 1990년대초 이전 3색 위장 무늬를 하고 있다. / 타미야 제공
A-10의 프라모델은 48분의 1 스케일로는 일본제, 중국제, 이탈리아제가 있고, 72분의 1 스케일로는 여러 제조사에서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대체로 A-10 프라모델 키트는 오래전에 출시된 것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그리 비싸지도 않은 편이고, 국내 메이커에서도 72분의 1 키트를 판매 중이다.

A-10은 특히 여러 가지 무장을 붙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재미이고(이런 면에서 스텔스기는 정말 재미가 없다), 지금은 기체가 모두 회색이지만 걸프 전쟁 이전의 3식 위장 색을 칠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승식' 현직 공인회계사(우덕회계법인)는 군사 무기 및 밀리터리 프라모델 전문가로, '21세기의 주력병기', 'M1A1 에이브람스 주력전차', '독일 공군의 에이스', 'D 데이', '타미야 프라모델 기본가이드' 등 다수의 책을저술하였으며, 과거 군사잡지 '밀리터리 월드' 등을 발간한 경력이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동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한 유승식씨는 현재 월간 '디펜스타임즈'등 군사잡지에 기사를 기고하고 있으며, 국내 프라모델 관련 활동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