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형 토큰이 대세가 될 듯"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에 기회 많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하루는 정보기술 업계의 1년과도 맞먹습니다. 빠르면 2~3년 내에 블록체인의 대중화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미래를 상상하고 준비해 나가는 개발자들이 블록체인 생태계의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블록체인 개발자 전문 콘퍼런스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 2018(Upbit Developer Conference 2018·UDC 2018)’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에서 13일 열렸다. 두나무가 운영 중인 업비트는 지난해 일일 거래 규모 12조원을 달성한 국내 최대 규모 암호화폐 거래소다. 두나무는 UDC가 블록체인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세계 최초의 전문 콘퍼런스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조 연설자로 나선 송치형 두나무 설립자 겸 의장은 "전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된 지금이 블록체인 개발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하면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둘러싼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해 역사상 가장 우아한 사기라는 지적부터, 민주주의를 실현할 근본적인 기술이라는 찬사까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둘러싼 논란이 전 세계적으로 뜨겁다"면서 "무엇이 정답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시작하기도 전에 싹도 못 피우게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1943년 IBM 회장 토머스 왓슨은 전 세계에 필요한 컴퓨터 수는 5대라고 말한 적이 있고,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전 CEO는 ‘아이폰’을 두고 ‘키보드 없는 500달러 휴대전화’라고 혹평하기도 했다"고도 했다.

송 의장은 "블록체인은 인터넷 이상의 대격변을 가져 올 수 있으며 대한민국에는 큰 기회"라면서 "미래를 상상하고 준비해 나가는 것은 여기 모인 개발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또 블록체인 기술의 여러 한계점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해결 가능한 문제 수준"이라며 "공학에서 말하는 ‘NP 난해’와 같은 문제는 아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마스터링 비트코인'의 저자인 안드레이스 안토노풀로스가 말한 ‘인프라의 역전’이라는 개념을 인용해 블록체인의 미래를 전망했다. 송 의장은 "아스팔트가 깔리지 않았을 때 자동차는 진흙에 잘 빠지는 등 말(馬)보다 못한 결함 투성이 제품이었다"면서 "도로와 주유소 등 인프라가 확산하면서 자동차는 획기적으로 발전했는데, 블록체인도 현재는 진흙길을 걷지만, 앞으로는 자동차와 같은 발전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의장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새로운 기회로 증권과 콘텐츠 분야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지금 많은 기업이 유틸리티 토큰을 만들기 위해 (프로그램을) 빙빙 꼬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보기에는 증권형 토큰이 대세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블록체인의 특징 중 하나가 ‘유동성'이고 증권형 토큰이 이 특성에 잘 맞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증권형 토근의 경우, 글로벌 거래, 마이크로 거래, 이를 통한 신규 상품 등 다양한 전개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면서 "일반 주식 매매의 경우, 예탁결제원이라는 중개자를 통해 이틀 후에 결제되는데, 증권형 토큰이 활성화하면 주식도 토큰처럼 실시간 매매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블록체인 기술은 소셜 미디어 서비스 참여자에게 콘텐츠의 생산, 평가에 대한 대가를 정당하게 돌려줄 수 있기 때문에 새 콘텐츠 경제를 만드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콘텐츠의 배포는 공개된 원장에 기록된 정보에 기반해 더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질 것이며, 콘텐츠 사업자들은 독자들에게 더욱 손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송 의장은 동남아시아 시장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블록체인이 ‘크리티컬 매스(Critical Mass·핵분열 등을 일으키는 최소 질량)’을 가질 수 있는 장소는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가 있는 곳이거나 기존 인프라의 공백이 있는 동남아시아 같은 곳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는 암호화폐 친화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태국 역시 블록체인 기술 리더로 도약하기 위해 ICO와 증권형 토큰 거래를 허가했다"면서 "신용카드라는 강력한 결제 인프라가 없었던 중국이 미국에 비해 10배 큰 모바일 결제 시장을 가지게 된 점을 고려하면, 기존 인프라와 경쟁해야 하는 선진국 시장보다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개발 도상국에서 블록체인의 새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의장은 "거래소의 핵심 경쟁력은 더 좋은 투자 기회(프로젝트)를 더 먼저 유치하는 것"이라며 "두나무앤파트너스, 람다256연구소와 협력해 업비트를 대한민국 대표 거래소이자 최고의 블록체인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업비트는 거래 체결속도를 높이고 향상된 지갑을 지원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또 ISMS, ISO27001, 자산 예치현황 외부 감사 등은 물론 금융권 수준의 KYC(Know Your Customer), AML(Anti Money Laundering) 체계를 도입해 규제 친화적인 거래소로 거듭날 예정이다. 그는 또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3년간 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며 기존 발표를 재확인했다.

개발자 출신인 송 의장은 "인터넷의 원리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구글, 아마존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면서 "블록체인의 구조를 몰라도 모두에게 인정받는 서비스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혁신가이자 발명가인 개발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UDC 2018은 ‘개발자 증명(Proof of Developer)’이라는 주제로 13~14일 이틀에 걸쳐 제주에서 열린다. 전 세계에서 온 30여명의 연사가 토큰 플랫폼, 스테이블 코인, 스마트 콘트랙트, Baas 템플릿 등 블록체인 개발에 대한 최신 트렌드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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