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덕은 미국이 아닌 일본 일본 만화·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더 선호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이언맨’이 촉발한 미국발 마블 영화의 최근 10년 국내 관객 수가 ‘1억명’을 돌파했지만, 일본 캐릭터의 선호도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AGF2018 현장. / 김형원 기자
AGF2018 현장. / 김형원 기자
애니플러스는 3일부터 4일까지 경기도 일산에 있는 킨텍스 전시장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콘텐츠 축제 ‘AGF 2018’을 개최했다. 이번 축제에는 소규모인 40개 콘텐츠 업체가 참여했지만, 2만명이 넘는 마니아가 몰리는 등 인산인해를 이뤘다.

AGF 2018에는 ‘마크로스F’, ‘페이트 그랜드 오더’, ‘킹 오브 프리즘’ 등 콘텐츠에서 목소리 연기와 노래를 불렀던 인기 성우가 참여했다. 오덕들은 이들 성우를 가까이서 보기위해 새벽부터 줄서기를 하는 등 진풍경을 연출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콘텐츠 축제 ‘AGF2018’ 현장 영상. / 촬영·편집=김형원 기자

5일 애니메이션 업계 한 관계자는 "AGF에 이렇게 많은 오덕이 몰릴 줄 몰랐다"며 "한국에서는 일본 캐릭터 영향력이 매우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AGF 축제장에서는 그 간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일본 애니메이션 콘텐츠와 캐릭터에 대한 오덕들의 목마름을 느낄 수 있었다"며 "미국 콘텐츠 일색인 코믹콘은 한국 오덕의 갈증을 풀어주지 못한다는 것이 AGF에서 증명됐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업계 관계자들은 아이폰과 같은 제품이 아닌 콘텐츠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줄을 선 것을 두고 한국에서 보기 드문 현상이라고 평가한다.

AGF 축제에 참여한 마니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에 열광했고, 인기 성우의 등장과 목소리 연기에 탄성을 보냈다. 현장을 직접 찾은 3일은 겨울을 앞둔 추운 날씨로 쌀쌀함이 느껴졌지만, 이벤트 현장은 외투를 벗고 다녀야 할 만큼 후끈 달아올랐다. 코믹마켓 등 일본 팝컬처 축제에서나 느낄 수 있는 열기를 한국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일본의 코믹마켓이나 게임쇼처럼 팬들이 자발적으로 코스프레를 하는 광경도 목격됐다. 최근 미국과 일본에서 핫한 캐릭터인 ‘쿠파 공주’ 코스프레를 한 사람도 목격됐다. 쿠파 공주는 거북이 몬스터 쿠파가 변신 버섯으로 섹시 미소녀로 변신한다는 설정을 가진 주인공이다. 이 코스프레 캐릭터는 닌텐도가 아닌 게임 팬이 자발적으로 만든 것이어서 마니아들 사이서 의미가 크다.

AGF 2018 ‘페이트 그랜드오더’ 코스프레. / 김형원 기자
AGF 2018 ‘페이트 그랜드오더’ 코스프레. / 김형원 기자
유튜브를 달군 일본 가상 캐릭터 ‘하츠네 미쿠’ 팬 집단도 행사장을 찾았다. 이들은 대형 스크린을 통해 하츠네 미쿠 인기곡을 상영하는 등 라이브 공연장에 온 듯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열광하는 국내 마니아의 모습에 애니메이션 콘텐츠 업계는 물론, 모형·캐릭터 업계 관계자도 놀라는 눈치를 역력히 보였다. 전 세계 대표 팝컬처 축제인 ‘코믹콘’의 한국판 버전인 ‘코믹콘 서울’에서 볼 수 없었던 ‘오덕들의 열기’를 AGF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현장에 참가했던 피규어 전문 기업 굿스마일컴퍼니·킹콩스튜디오 측은 첫날 하루 매출로만 부스 설치비를 회수할 만큼 매대 판매 인기가 상당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동우에이앤이는 성인 여성 오덕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킹 오브 프리즘’ 콜라보 카페를 현장에 설치했다. 오덕들은 이 카페에 들어가기 위해 긴 행렬을 만들었다. 팬들은 1시간이 넘는 기다림 속에서도 캐릭터 메뉴를 맛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지칠줄 모르는 기색을 보였다.

AGF 2018 행사를 주최한 애니메이션 채널 애니플러스의 전승택 대표는 "애니메이션 콘텐츠 주요 소비자는 ‘성인’이다"며 "어린이 대신 성인 애니메이션 오덕을 주요 타깃으로 잡은 것이 AGF 행사의 인기 요인이 됐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