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 분야의 가장 큰 흐름은 ‘CASE’다. 각 영어 철자는 연결성(Conectivity), 자율화(Autonomous), 서비스(Service), 전동화(Electric)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앞으로의 자동차 산업은 이 CASE를 중심으로 지난 100년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흐를 것이라는 게 현재의 견해다.

연결성(커넥티비티)은 자동차 기술분야의 트렌드다. / SKT블로그 갈무리
연결성(커넥티비티)은 자동차 기술분야의 트렌드다. / SKT블로그 갈무리
이 가운데 연결성은 자동차가 하나의 단일 이동수단을 넘어 네트워크와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것을 뜻한다. 네트워크를 통한 차대차(Vehicle-to-Vehicle·V2V), 차대인프라(Vehicle-to-Infra·V2I) 등의 소통은 자율주행 시대로 가기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 모든 커넥티드카가 자율주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자율주행차는 연결성에 도움을 받는다. 또 스스로 움직이는 것은 네트워크 없이도 가능하나, 보다 정교하게 움직이려면 네트워크는 필수다.

비단 자율주행뿐 아니라 음악 스트리밍, 클라우드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차안에서 이용하려면 네트워크와 연결돼야 한다. 유럽이 의무화한 ‘e(emergency·비상)콜’은 예상치 못한 사고 등으로 운전자가 의식을 잃었을 경우 차 스스로 구난을 요청하는 시스템으로, 역시 연결성이 없다면 불가능한 기능이다. 원격 시동과 공조, 자동차 진단 및 도난 방지 역시 모두 연결성이 가져오는 편리함이다.

현재 커넥티드카 시장은 현재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시장조사기업 BI 인텔리전스는 2020년이면 글로벌 자동차 생산량 9200만대 중 6900만대(75%)의 연결화가 끝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트랜시페어런시 마켓 리서치 역시 전세계 커넥티드카 시장이 2019년까지 1320억달러(140조5536억원) 규모로 커진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글로벌 커넥티드카 시장이 연평균 25% 성장하고 있으며, 2021년 1335억달러(142조1508억)로 확대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자동차가 네트워크에 연결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도 있다. 바로 ‘해킹’ 문제다. 더욱이 연결 및 자율주행 시대에는 상당히 막대한 정보가 자동차를 통해 공유되고, 이 정보 중에는 운전자의 생체 및 개인정보가 포함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이런 민감정보가 그대로 유출된다면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

또 해킹으로 자율주행 자동차가 주행 통제권을 잃는다면 자동차는 그 자체로 ‘무기’가 된다. 스마트폰 해킹의 경우 개인정보 유출이 피해의 전부지만, 자율차 해킹은 사람의 생명까지도 심대한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

따라서 자동차 보안은 최근 연결성이나 자율주행만큼 중요한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정보를 어떻게 지키느냐가 기술 완성도의 화룡점정이 되는 셈이다.

지난 11월 24일 발생한 KT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는 정보통신기술(ICT) 의존도가 높은 현대문명일수록 ‘통신단절’이라는 새로운 재난을 대비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남겼다. 특히 초연결 시대의 한축으로 꼽히는 커넥티드카 및 자율주행차가 갑자기 네트워크를 상실할 경우에 나타날 심대한 피해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카이반 카리미 블랙베리 테크놀로지 솔루션 영업 마케팅 수석 부사장. / 블랙베리 제공
카이반 카리미 블랙베리 테크놀로지 솔루션 영업 마케팅 수석 부사장. / 블랙베리 제공
이 때 많은 사람들이 위협으로 꼽는 것이 바로 ‘해킹’이다. 통신단절로 방어막이 느슨해진 틈을 타 해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자동차 보안 전문가들은 "통신이 끊긴다는 것은 해커가 해킹의 수단으로 이용할 네트워크 역시 단절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아예 전체 통신망에 마비가 온다면 해킹 동력도 함께 상실될 것"이라고 말한다.

카이반 카리미 블랙베리 테크놀로지 솔루션 영업 마케팅 수석 부사장은 기본적으로 현재의 자동차는 해킹에 대단히 취약하다고 설명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카리미 부사장 역시도 "머지않은 미래에 커넥티드카가 대중화된다고 해도 통신단절로 인한 자동차 해킹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네트워크의 단절이 해킹 취약점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운전대, 가속 및 제동페달이 없는 레벨5(완전자율주행) 수준의 기술 발달이 이뤄져야만 네트워크 해킹으로 자동차 보안에 문제가 생길 것이고, 그 시점은 빨라도 15년 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킹 통로로 사용되는 네트워크가 단절됐다고 자동차를 해킹하지 못하는 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미 CD플레이어나 USB포트 등을 통해 자동차 해킹을 시도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동차는 통신이 없어도 해킹이 가능하다"며 "우리(블랙베리) 역시 네트워크에 연결돼 우수한 보안을 갖춘 자동차가 통신이 갑자기 단절 됐을 때 어떻게 보안을 지킬 것인가에 대한 기술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