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위해 취임 초기부터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 과정에서 통신망 안전 검증을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간통신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유선망 운용인데, 세계 최초 타이틀에 매몰된 유 장관의 5G ‘과속스캔들’이 통신대란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 주도로 야심차게 추진된 5G 상용화는 12월 1일 전파 발사와 함께 개막했지만 분위기는 냉랭하다. 11월 24일 KT 아현지사 화재 이후 이통업계 이슈는 온통 통신망 안전과 보안에 집중된 상태다.

KT 내부 직원은 아현 지역 피해 상가를 방문해 점심식사를 해결하는 등 지역 경제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KT는 ‘통신망 두절’에 대한 원천적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통신구 화재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사고 후 대응할 수 있는 수단에 한계가 있었다는 점이다. 그 중심에는 ‘백업 통신망’ 부재가 있다. 기지국과 스마트폰 간 통신은 보통 무선으로 하지만 기지국과 기지국/국사는 유선망으로 연결된다. 스마트폰으로 통신을 이용하려면 유무선망이 모두 사용된다.

하지만 기간통신사업자의 필수설비라 할 수 있는 전국 규모의 유선망은 KT만 가지고 있다. 다른 기간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KT 사태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KT는 국내 전체 전신주의 93%, 관로의 72%, 광케이블의 53%(이하 2015년 말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5G 세상에서는 상시 인터넷에 연결될 수 있는 안정적 통신망 구축이 중요한데, 통신3사 중 원활한 5G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이 사실상 KT밖에 없는 셈이다.

유 장관은 KT의 통신 필수설비인 유선망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개방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전국 규모 유선망이 없는 통신 사업자가 설비 투자보다는 KT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5G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는 그림을 그린 셈이다.

유 장관의 그림은 명목상 5G 상용화를 앞당겼지만 장기적으로는 아현지사 화재와 같은 국가재난이 반복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높였다. 결국 유 장관은 유선망 투자비용 부담을 KT에만 가중시키고 경쟁사의 투자 의지를 꺾었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게다가 과기정통부는 통신사 간 유선망 공유를 위한 대가 산정 역시 제대로 중재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과기정통부 내부에서는 애써 공들인 1일 5G 전파 송출이 진정한 의미의 5G 상용화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5G 스마트폰은 물론 이통사가 요금제를 출시하는 2019년 3월 이후가 진정한 상용화 시기라는 것이다.

실제 과기정통부는 이번 5G 상용화를 홍보하며 ‘세계 최초’ 수식어를 붙이지 않았다. 5G 상용화가 치적쌓기용 이벤트일 뿐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상용화 시기를 3개월을 앞당겼는지 의문만 남는 초라한 결과물이다.

유영민 장관은 제2, 3의 통신대란을 원천 차단하고 국가 통신망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5G 과속 논란을 만회하고 5G 상용화를 떳떳하게 자축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