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수소 리더십을 강화한다. 연간 3000대 규모의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제2공장 신축에 나서는 것이다. 2022년에는 현재 생산능력의 13배 수준인 연간 4만대 규모로 키울 방침이다.

11일 현대차그룹은 충북 충주 현대모비스 공장에서 연료전지시스템 제2공장 신축 기공식을 가졌다. 이 기공식에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시종 충청북도지사, 조길형 충주시장, 수소전기차 부품 협력사 관계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정진행 현대차 사장, 임영득 현대모비스 사장 등 120여명이 참석했다.

현대차 수소전기차 넥쏘. / 현대차 제공
현대차 수소전기차 넥쏘. / 현대차 제공
동시에 중장기 수소전기차 전략인 ‘FCEV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2030년 국내서 연간 기준으로 승용, 상용을 포함해 수소전기차 50만대 생산체제 구축을 골자로 한다. 현대차그룹이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중장기 로드맵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통해 2030년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의 선두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최근 수소전기차 개발에 나서는 완성차 업체가 늘어나고, 기존 내연기관 중심 글로벌 완성차 시장 내 현대·기아차 점유율을 감안하면 공격적인 목표다.

◇ 협력사와 동반 투자…경제효과 25조원, 22만명 취업 유발

현대차그룹은 계획 달성을 위해 124여곳 주요 부품 협력사와 오는 2030년까지 연구·개발(R&D) 및 설비 확대에 총 7조6000억원을 투자한다. 신규 고용 창출효과는 5만1000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당장 2019년부터 수소전기차 생산 능력을 현재의 3000대에서 2020년 1만1000대로 늘리기 위해 2년간 3000억원을 들인다. 또 1300명을 새로 고용할 계획이다.

수소전기차 넥쏘 증산과 연계해 투자를 확대하는 협력사에게는 2019년 최대 44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미래 투자를 단행할 협력사에 설비투자 자금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전기차의 경우 부품 국산화율이 높아 차량 보급이 확대될수록 국내 부품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가속화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수소전기차로 전환되도 줄어드는 부품 숫자가 적어 기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다. 기존의 생태계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와 한국수출입은행이 부품수를 비교 조사해보니, 내연기관차는 3만개, 전기차는 1만9000개, 수소전기차는 2만4000개의 부품이 필요하다.

따라서 오는 2030년 수소전기차 50만대 생산체제가 현실화되면 이에 따른 연간 경제효과는 약 25조원, 간접 고용을 모두 포함한 취업유발 효과(한국은행 자동차용 취업유발계수 적용)는 약 22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 수소연료전지시스템도 수출한다…2030년 연간 650만개 수요 전망

또 현대차그룹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연료전지시스템을 외부에 공급할 방침이다. 수소전기차 시장 진출을 원하는 경쟁 완성차 업체는 물론, 선박, 철도, 지게차 등 수요가 예상되는 산업군에 연료전지를 공급하는 것이다. 수소전기차와 별도로 오는 2030년 기준 연간 약 20만기 정도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기존 넥쏘 수소전기차에 들어가는 연료전지시스템을 기반으로 제품 성능을 보완하고 라인업을 확대한다. 판매 사업 추진을 위해 12월 초에는 기존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소속 연료전지사업부 내 실급 전담조직도 만들었다. 다만 초기 시장인 만큼 철저한 시장 조사를 진행하면서 중·장기 사업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오는 2030년까지 전세계 수소연료전지 수요가 550만개에서 최대 650만개로 예상한다. 수소가 높은 에너지 밀도와 충전이 쉬워 기차, 선박, 지게차 등 예상 가능한 모든 운송수단에서 오는 2030년까지 총 소유비용을 10% 가량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수소전기차의 부품 국산화율이 99%에 달할 정도로 연관산업 파급효과가 큰 만큼, 협력사와 동반투자를 통해 미래 자동차 산업의 신 성장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은 머지 않아 다가올 수소경제라는 신 산업 분야의 ‘퍼스트 무버’로서 수소가 주요 에너지인 수소사회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모비스 수소연료전지 제2공장…연간 3000대 생산

현대차그룹은 충북 충주 현대모비스 친환경부품 전용공장 내 여유 부지(1만6600㎡)에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제2공장을 신축한다. 이를 통해 오는 2022년까지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생산 능력을 4만대로 늘린다. 이미 2017년 하반기 동 공장 내에 연 3000대 규모의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생산 공장을 만들어 가동 중이다.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은 수소전기차의 심장으로 불리며, 수소와 산소가 반응해 전기를 만드는 연료전지스택과 수소 및 공기 공급장치, 열관리 장치 등으로 구성된다. 현재 약 130곳의 중소 협력사들이 수소 연료전지시스템에 들어가는 부품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추가적인 투자를 통해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생산 능력을 70만기 규모로 확대한다. 수소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대비하는 것은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수소 연료전지시스템을 활용해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다.

현대차그룹 한 관계자는 "수소 연료전지시스템을 전용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체제를 구축한 것은 전 세계에서 현대차그룹이 사실상 유일하다"며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공장 신축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이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세계 각국 수소 드라이브…미래 에너지 잡아라

현대차그룹은 각국의 환경 규제 강화 등으로 국내외에서 연료전지에 대한 우호적인 시장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만큼, 운송 수단 및 발전 분야 등에서 연료전지시스템 수요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본다.

특히 중·장기적으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수전해 방식 수소 생산이 보편화되면, 수소 가격 하락과 함께 연료전지시스템에 대한 수요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수소 가격이 내려가면 수소전기차의 연간 운영비는 전기차 수준으로 떨어지고, 전력 생산을 위한 발전 원가도 천연가스 발전과 비슷한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운송분야에서는 프랑스 알스톰이 캐나다 연료전지업체 하이드로제닉스와 함께 독일에서 연료전지 기차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다. 독일 지멘스와 중국철도건설공사(CRCC) 역시 캐나다 발라드와 손을 잡았다.

아마존과 월마트가 지분을 소유한 미국 수소연료전지업체 플러그파워는 수소연료전지 지게차를 만들어 판매 중이다. 일본 도요타, 미국 하이스터-예일도 지게차 시장 공략 채비를 마치는 중이다.

캐나다 발라드, 싱가포르 호라이즌은 연료전지 드론에 관심이 많다. 소형 선박의 주전원, 대형선박의 보조전원으로도 연료전지의 미래가 밝은 편이다.

연료전지 발전은 에너지 효율이 높고, 상시 가동이 가능하다. 따라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으로 수소를 만들어 보관한 뒤, 필요 시 연료전지시스템을 이용해 다시 전력을 생산하면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발전용, 건물용 등 국내 산업용 연료전지 시장 규모는 오는 2017년 대비 2030년 약 5배 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한 관계자는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 될수록 차량을 비롯한 전 부문에서 에너지 수요가 증가할 수 밖에 없다"며 "청정에너지를 사용하는 무공해 연료전지시스템이 다양한 분야에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현대차그룹이 그 중심에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