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인터넷 영화 서비스(OTT) 시장에서 독주를 이어 왔지만, 최근 시장 구도에 지각변동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콘텐츠 강자인 월트디즈니를 필두로 아마존과 애플 등이 단순 도전을 넘어 넷플릭스를 위협한다.

넷플릭스 주가도 꾸준히 하락세다. 7월 주당 418.97달러(47만원)가 넘던 넷플릭스 주가는 완만한 하락 곡선을 그리며 17일 주당 266달러(30만원)로 폭락했다. 넷플릭스는 5월 시가총액 1530억달러(165조2859억원)를 기록하며 디즈니를 넘어섰지만, 현재는 1146억달러(129조7730원)으로 추락했다. 반면, 디즈니 시가총액은 5월 1520억달러(172조1248억원)에서 현재 1643억달러(186조533억원)로 늘었다.

디즈니+ 로고. / 월트디즈니 컴퍼니
디즈니+ 로고. / 월트디즈니 컴퍼니
월트디즈니는 새 OTT서비스 ‘디즈니 플러스(+)’에 스타워즈 드라마 등 새 독점 콘텐츠를 쏟아붓는 가운데 넷플릭스에 대한 콘텐츠 공급 수량을 줄인다.

또 다른 넷플릭스의 경쟁사인 애플은 2019년 상반기 미국에서 ‘프리미엄 TV’서비스를 시작한 뒤 하반기 전 세계 100개국으로 OTT 서비스 지역을 확대한다.

디인포메이션 등 미국 매체에 따르면 애플은 2019년 상반기 프리미엄 TV 서비스로 애플이 자체 제작한 독점 콘텐츠를 제공한다. 애플은 영화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와 손잡고 1980년대 인기 SF드라마 ‘어메이징 스토리’를 부활시키고 ‘토크쇼의 여왕’이라 평가받는 오프라 윈프리와 TV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등 독점 콘텐츠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진 뮌스터루프 벤처스 기술 투자자는 애플이 2022년까지 자체 영상 콘텐츠 제작을 위해 42억달러(4조6342억8000만원)를 쓸 것으로 예측했다. 뮌스터루프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이 한발 늦었지만 다시 한번 판을 뒤엎을 기회를 잡을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애플은 셋톱박스인 애플TV는 물론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 기기 사용자에게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한다. 애플은 미국에서 이 서비스를 먼저 안착시킨 뒤 2019년 하반기 전 세계 100개 이상의 국가에 프리미엄 TV 서비스를 선보인다.

애플은 ‘왕좌의 게임’ 등을 배급하는 HBO나 스타즈 같은 타사 영상 콘텐츠도 프리미엄 TV 서비스를 통해 인터넷 스트리밍 방식으로 공급한다. 전 세계 애플 기기 사용자들을 단 번에 끌어안는 전략으로 OTT 시장 리더인 넷플릭스 잡기에 나선다.

. / 애플 제공
. / 애플 제공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2017년 10월 기준 전 세계 아이폰 사용자는 7억3000만명이며, 아이폰 누적 판매량은 12억40만대다. OTT 시장 1위 기업인 넷플릭스가 전 세계 190개국에서 1억3000만명의 유료 회원을 보유한 것을 고려하면 애플의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풀이할 수 있다. 7억3000만명의 아이폰 사용자 중 10분의 1인 7300만명만 애플 프리미엄 TV를 사용해도 단숨에 글로벌 OTT 시장 2위인 아마존을 넘어선다.

아마존은 OTT 서비스 ‘프라임 비디오’의 유료 사용자 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로이터에 따르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유료 시청자 수는 2017년 기준 2600만명이다.

OTT 시장 3위 사업자는 ‘훌루(Hulu)’다. 랜디 프리어(Randy Freer) 훌루 대표는 4일(현지시각) "훌루가 2018년까지 2300만명쯤의 유료 이용자를 확보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훌루는 미국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시장만 놓고 보면 훌루는 아마존과 치열한 OTT 시장 2, 3위전을 펼치고 있다. 훌루는 월트디즈니가 21세기 폭스 영화·방송 부문 인수로 60% 지분을 가지고 있다. 컴캐스트는 30%, AT&T 워너미디어는 10% 지분을 가지고 있다.

◇ 넷플릭스 최대 강적은 월트디즈니

2019년 넷플릭스에서 가장 큰 고민을 안겨주는 서비스는 월트디즈니의 새 OTT 서비스 ‘디즈니+’가 될 전망이다.

‘디즈니+’에는 글로벌 SF 인기작 ‘스타워즈’를 소재로 한 드라마 ‘더 만달로리안(The Mandalorian)’ 등 디즈니 만이 만들 수 있는 독점작이 다수 서비스될 예정이다. 디즈니는 스타워즈 드라마 10편 제작에만 대형 영화 제작비에 버금가는 1억달러(1130억원)을 쏟아붓는 등 독점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스타워즈 드라마 ‘더 만달로리안’. / 월트디즈니컴퍼니 제공
스타워즈 드라마 ‘더 만달로리안’. / 월트디즈니컴퍼니 제공
월트디즈니는 2019년부터 종전 넷플릭스에 제공하던 콘텐츠의 공급을 중단한다. 넷플릭스 독점 콘텐츠로 제작되던 ‘아이언피스트’, ‘루크 케이지’, ‘디펜더스’, ‘제시카 존스’ 등 마블 슈퍼히어로 드라마도 미궁에 빠졌다. 속편 제작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콘텐츠 업계는 마블, 스타워즈,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등 월트디즈니가 보유한 프랜차이즈 콘텐츠 모두 디즈니+에서 집중적으로 유통될 것으로 예측한다.

넷플릭스가 마블 프랜차이즈를 도입해 만든 독점 드라마 ‘아이언 피스트’. /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가 마블 프랜차이즈를 도입해 만든 독점 드라마 ‘아이언 피스트’. /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가 2018년 총 120억달러(13조4868억원)를 들여 독점 콘텐츠를 포함해 모두 700편 이상의 영화·드라마 콘텐츠를 확보한 까닭도 바로 월트디즈니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디즈니+는 월트디즈니가 인수한 21세기 폭스의 TV·영화 부문 콘텐츠도 고스란히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OTT 강자 넷플릭스는 디즈니+의 새 독점 콘텐츠와 기존 디즈니 영화·애니메이션 콘텐츠는 물론 20세기 폭스의 영화·애니메이션·드라마 콘텐츠, 월트디즈니가 실질적인 주인인 훌루와도 맞서 경쟁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영화 업계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전 세계 영화 시장을 뒤흔들었지만, 막강한 콘텐츠와 캐릭터 프랜차이즈를 갖춘 디즈니를 상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