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네이버는 애초 제3 인터넷은행에 관심 없었다

입력 2019.01.23 10:20 | 수정 2019.01.23 11:28

정부가 제3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추진하는 가운데 네이버가 공식적으로 국내에서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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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면 네이버는 국내에서 인터넷은행에 진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없습니다. 네이버가 일본과 대만 등에서 자회사인 라인을 앞세워 해외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자 국내에서도 분명 사업을 전개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언론은 앞다퉈 네이버 진출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네이버 공식 입장은 10월 25일 컨퍼런스콜에서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가능성을 묻는 질문이 계속되자 컨퍼런스콜에서 최인혁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나서 "금융 서비스는 매우 중요하다"며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통과되는 등 금융환경 변화에 발맞춰 사용자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다"라고 모호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 전까지 공식 입장은 "검토한 바 없다"였습니다.

이는 정부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정부가 직접 나서 네이버에 은근히 인터넷전문은행 참여를 독려했다는 것입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정부가 직접 독려하는데 안 하겠다고 하기도 어렵고 하니, 시간을 벌기 위해 일단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만 내비쳤다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해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금융규제 완화에 나섰습니다. 4차 산업혁명 활성화 첨병인 인터넷전문은행에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했습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은산분리(산업 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제한) 완화 절차를 지난 17일 마무리하고 신규 인가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23일 제3 인터넷은행 인가 관련 설명회를 열고 3월 중 예비인가 신청을 받아 5월쯤 최대 2개사에 인가를 허용해준다는 방침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직접 나서 네이버와 라인 측에 인터넷은행을 추진하라며 압력을 가한 게 아니냐"며 "네이버와 같은 메기가 시장에 들어와야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고 말했습니다.

네이버는 이와 관련해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카뱅·케뱅 대비 경쟁력 없다 판단

네이버는 왜 제3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매력을 못느꼈을까요. 우선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네이버 한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검토했지만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23일에 열리는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심사 설명회에도 참석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국내 인터넷 뱅킹 환경이 잘 형성됐고, 1차로 출범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자리잡은 상황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많은 고민한 결과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카카오뱅크. / 조선일보DB
실제 카카오뱅크는 설립 1년 만에 600만명의 회원을 모집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누적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증권사 인수 등 신규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누적 당기순이익을 점점 개선해가면서 흑자전환을 눈앞에 누고 있습니다. 은행의 대표 수익성 지표인 명목 순이자마진(NIM)에서도 카카오뱅크는 2018년 9월 기준 2.01을 기록하며 수익성을 시중은행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반면 케이뱅크는 2018년 3분기까지 누적기준 580억원의 순손실을 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네이버에 경종을 울렸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제3인터넷전문은행에 뛰어들었다가 자칫 케이뱅크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인터넷은행이 빠르게 성장하려면 대출을 늘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 1조~2조원의 자본금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네이버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여기서 문제는 BIS입니다. BIS비율은 국제결제은행이 제시한 자기자본비율로 은행경영 건전성을 체크하는 지표로 이용됩니다. 국제결제은행은 BIS 비율은 8%를 넘어갈 것을 권고합니다. 예를 들어 은행 돈이 10원이고 대출해준 돈이 100원이라면 BIS비율은 10%가 됩니다. 그리고 BIS비율이 10%라는 이야기는 대출해준 돈의 10%를 떼이더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은행이 가지고 있던 원래 자기 돈 10원으로 어떻게든 메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케이뱅크가 BIS 비율을 맞추기 위해 매달 한번씩 대출 중단 사태를 맞는 이유입니다.

네이버 역시 인터넷은행을 설립하면 BIS 비율을 맞춰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 분석입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KT를 등에 업은 케이뱅크도 BIS비율 문제로 대출중단이 이어진다"며 "네이버가 인터넷은행에 진출하기에는 여러모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 좁고 작은 한국 시장서 경쟁 필요성 못느낄 것

한국이 아니더라도 이미 해외에서 금융사업을 영위한 만큼 굳이 국내에서 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을 앞세워 일본과 동남아시장에서 금융서비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라인은 국내에서 카카오톡 아성을 넘지 못했지만 일본·태국·인도네시아 등지에서 1위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라인은 일본에서 미즈호파이낸셜그룹과 공동출자해 인터넷은행 서비스를 위한 신규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자본금은 20억엔(약 200억원)으로 라인파이낸셜이 51%, 미즈호 은행이 49%를 지분을 소유합니다.

대만에서도 라인은 지분 40.9%를 갖고 나머지는 대만 후방은행과 중신은행, 현지 통신사 등이 보유하는 인터넷 은행을 설립 중입니다. 라인은 인도네시아에서는 KEB하나은행과 합자회사를 만들어 디지털뱅크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태국에서도 카시콘 은행과 협력한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앞두고 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경쟁력이 있는 네이버가 굳이 좁은 한국 시장에서 경쟁할 필요를 못느꼈을 것이다"라며 "기존 금융권 마저 해외로 눈을 돌리는 등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은 매력적이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국내외 시장 환경이 다르다"며 "해외 시장은 이제 막 태동하는 단계로 그 시장에서의 기회를 찾는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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