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당근마켓, 쿠팡·지마켓 제친 비결 "이웃사촌 간 신뢰 통했다"

입력 2019.02.01 06:58 | 수정 2019.02.01 17:38

온라인 쇼핑 시장에 낯설지만 왠지 친근한 이름을 가진 ‘플레이어’가 등장했다. ‘당근마켓’이라는, 야채가게 이름같은 쇼핑 앱이다. 느닷없이 쿠팡과 11번가, G마켓 등 덩치 큰 경쟁자를 제치고 이커머스 앱 중 체류시간과 방문횟수 등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당근마켓은 ‘당신 근처에서 만나는 마켓’의 준말이다.

중고 물품 거래에 많은 이들이 안 좋은 기억 하나씩은 갖고 있기 마련이다. 택배를 받았는데 물건은 커녕 벽돌만 덩그러니 들어있더라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때문에 중고거래보다는 조금 비싸더라도 새 제품을 사는 쪽을 선택하는 이들도 많다.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라는 독보적인 중고 거래 시장이 형성돼있는 것도, 굳이 새롭게 진출하는 이들이 없었던 이유다.

그런 중고 거래 시장을 타겟으로 2015년 출시한 당근마켓은 출시 3년 만에 월 이용자 180만 명을 달성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판매 등록되는 게시물은 월 170만 개에 달하며, 하루 2만 명씩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다. 한 달 단위 거래액만 약 250억원 규모다. 지난해 말까지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총 8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도 거뒀다.

중고 거래 서비스 당근마켓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김용현(40)·김재현(39) 공동대표는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이웃사촌 간 신뢰를 매칭한다는 가치를 지향한다.

당근마켓은 등록 수수료가 없는 대신 최대 6㎞ 내의 이용자끼리만 거래할 수 있다. 서울처럼 거래 매물이 많이 올라오는 지역은 3~4㎞ 반경으로 거래를 제한했다. 이용자는 자신의 주거 지역을 휴대전화로 인증해야만 가입할 수 있다. 덕분에 택배대신 만나서 거래를 하게 된다. 길가다 지하철에서 마주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사는 사람들끼리의 거래다보니 사기 거래일 가능성도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분명 반경 6㎞ 내에, 서울같이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사는 지역에는 나에겐 필요한 이 물건을 팔고 싶은 사람이 있을거에요. 연결이 안돼서 발견을 못할 뿐이죠. 누구나 매일 들고다니는 스마트폰은 위치 인증이 가능하니, 이걸 가지고 지역 내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정보거래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김용현·김재현 대표는 카카오에서 기획자와 개발자로 함께 일했던 사이다. 3년 간 일하며 지역 기반 사업을 해보고싶다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는 걸 알게됐다. 두 사람은 회사를 그만두고 2015년 당근마켓을 만들었다. 김용현·김재현 공동대표를 1월31일 서울 서초구 당근마켓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김용현·김재현 공동대표와의 일문일답.

(왼쪽부터) 김재현·김용현 공동대표./ 차현아 기자
―왜 지역 기반 사업을 하고 싶었나.

김용현 = "카카오 특유의 중고 거래를 보면서다. 카카오에선 직원들끼리 중고 거래가 활발했다. 아무래도 같은 회사 직원들끼리의 거래니까 믿을 수 있고, 출퇴근하다 만나서 물건을 주고받으면 되니까 편한 것도 있었다. 그걸 보고 중고나라를 거치지 않고 중고 거래를 하고 싶어하는 수요가 충분히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처음부터 지역 기반 비즈니스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닌데, 그걸 보면서 지역 기반 중고거래 서비스를 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김재현 = "인터넷을 통한 쇼핑 거래 규모가 커지고 있다. 그만큼 오프라인의 소상공인들이 줄어들고 있지 않나. 그런 분들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여전히 지역 내에 여러 오프라인 상점들이 있는데, 여기서 이뤄지는 거래를 모바일로 잇는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했다. 스마트폰은 매일 들고 다니고 GPS로 위치를 인증할 수 있으니, 사람들을 모바일로 연결할 수 있는 뭔가가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었다."

―중고 거래 시장은 한국에서도 중고나라 이외에는 특별히 성공한 서비스가 없는 것 같다. 창업할 때 벤치마킹한 해외 중고 거래 서비스가 있나.

김용현 = "온라인 커뮤니티, 특히 맘카페를 눈여겨 봤다. 송파, 판교지역 맘카페들이 규모가 큰 편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잘 운영되는 카테고리가 벼룩시장이다. 분명 중고 거래 수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카페는 개개인이 운영하다보니 기술 대응이 잘 안된다. 네이버나 다음 카페가 제공하는 틀을 벗어날 수 없는 한계도 있어보였다. 이런 단점들을 우리 서비스에 반영했다."

김재현 = "해외에도 비슷한 서비스가 있긴 하다. 미국에는 오퍼업(OfferUp), 렛고(letgo) 등이 있고, 중국에는 ‘58닷컴’이 유명하다. 다만 해외 서비스를 모델로 삼고 시작한건 아니다."

―주요 수익 모델은.

김재현 = "지역 상점 광고가 주요 수입원이다. 현재 지역 기반 광고만 1100개 이상 들어왔다."

―처음 서비스 시작했을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

김용현 = "판교 지역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서비스 지역을 넓혀나갔다. 초반에 확대해나갈 때 새로운 곳에서 우리 서비스를 알리는 마케팅이 가장 힘들었다. 아무래도 서비스 지역 단위가 반경 6㎞다보니 나눠진 지역 단위로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마케팅해야했다.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면서 전단지도 붙였다. 초반에는 고생을 조금 했다."

김재현 = "초반에 솔직히 서비스가 안 먹힐 수도 있겠다고 걱정했다. 서울 동작구, 관악구 지역은 초반에 잘 안됐다. 경기도 수원도 그랬고, 광주광역시도 어려웠다. 그러다보니 우리 서비스가 전국에서 다 먹히는 모델이 아니구나 싶어서 불안감이 컸다."

김용현 = "알고보니 지역 특성 때문이었다. 서비스 초반엔 주로 페이스북 광고를 했는데, 알고보니 특정한 지역 이용자들은 페이스북을 많이 쓰지 않더라. 광주광역시가 대표적이다. 나중엔 광주도 1년 정도 지나니 이용률이 올랐다. 서울 관악구의 경우 1인 가구가 많다는 특징 때문이었다. 자취하면서 결혼하지 않은 20대는 중고거래를 안 한다. 이처럼 지역별 특징이 조금씩 달라 이용률도 차이가 있다. 지금도 서울 관악구 주요 이용자는 30대 이상 육아맘들이다.

사실 대학교도 서비스 포기했다.(웃음) 초반에 고려대랑 아주대 등에서 대학 중고거래 서비스를 시도했는데 이것도 잘 안 됐다. 대학교 타깃 서비스는 아예 포기했다."

김재현 = "제주도는 이용자가 특히 빠르게 증가했다. 아무래도 택배가 어려운 지역이다보니 원래 직거래 비율이 높아서다. 서비스 시작 이후 이용률이 증가하기 시작한 시점이 다른 지역보다 빠르다."

당근마켓은 서비스와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 분석한다. 당근마켓 직원은 18명인데 그 중 12명이 개발자다. 인터뷰 중 두 대표는 회의실에 설치된 TV를 통해 지역 별 이용자 증감 그래프를 띄워가며 설명했다. 내부 정보라 촬영은 불가능했다.

―왜 거래 가능한 지역 범위를 반경 6㎞로 제한했나.

김용현 = "도시에서 직거래하기 좋은 범위라고 생각했다. 물건 하나 거래하려고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건 귀찮을테니까. 동 단위 내에서 쪼개되, 산이나 강 같은 자연 지형도 반영해 서비스 지역을 세밀하게 나눴다. 이것도 다 기술로 분석해 관리한다.

이용자가 많아지면 4㎞까지도 좁힌다. 이용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매칭 확률이 높아진다. 중고나라는 매물이 많지만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만나지 않고 거래를 하다보니 사기가 많다. 당근마켓은 직거래가 기반이고 동네 사람끼리 거래를 하니까 사기를 칠 가능성도 적다."

―그렇다고 동네사람 중에 사기꾼이 없으리란 보장은 없는 것 같은데.

김용현 = "서울은 매물이 많아 3~4㎞ 내에 있는 사람끼리만 거래를 하게 되고, 통계적으로 같은 지역 내 10명 중 1명이 이미 한번은 나와 거래했던 사람이다. 거래가능한 사람을 제한하다보니 그만큼 심리적으로 사기를 치기 어려워진다. 서비스 가입할 때 사는 지역을 정확히 인증하는 시스템도 사기를 방지한다."

김재현 = "사기 방지 시스템이 이용자들이 당근마켓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사기행위와 유사한 이상행동을 잡아낸다. 채팅기록이라든지 휴대전화 인증을 조금 이상하게 한다든지 등의 행위다. 사기 거래자 정보 관련 경찰청 오픈 API를 활용해 처음부터 사기거래 이력이 있는 이용자를 차단하기도 한다."

당근마켓에서 판매 중인 한 상품. 게시물을 올린 사람의 ‘매너온도’가 표시된다. 이 온도가 체온보다 낮으면 낮을 수록 신뢰할 수 없는 판매자다. 채팅을 통해 판매자와 대화 후 거래를 진행하게 되는 시스템이다.
―많은 사람들이 중고 거래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가짜 제품이 많아서인 것 같다. 이를 막는 시스템도 있나.

김용현 =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가품을 걸러내는 시스템도 있다. 한 달에 160만 건이 넘게 올라오는 게시물들을 일일이 18명이 들여다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서비스 운영 초기에 상품 이미지와 글, 이용자 닉네임 등 각종 데이터를 입력해 머신러닝을 통해 학습했다. 이를 기반으로 가품 게시물과 새 상품을 전문적으로 파는 판매업자 등을 걸러낸다. 판매 불가 상품인 주류나 담배, 동물, 농산물 등의 게시물도 거른다.

현재 95%의 정확도로 잡아낸다. 다만 기술도 100% 완벽하진 않다. 만약 한 게시물이 가품일 확률을 시스템이 70%라고 판단했으면 그냥 일반 상품처럼 노출한다. 가품일 확률이 올라갈수록 해당 게시물을 볼 수 있는 이용자 범위를 조금씩 줄여나간다. 이처럼 확률에 따라 노출 정도를 다르게 처리하고 있다."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한 당근마켓 시스템이 걸러낸 전문판매업자의 게시물./ 당근마켓 제공
―이용자 평가 시스템도 있다고 들었다.

김용현 = "매너평가 시스템도 당근마켓의 핵심이다. 거래 후 서로 평가를 하는데 좋은 평가를 받으면 이용자의 온도가 올라가고, 안 좋은 평가를 받으면 온도가 내려간다. 여러 사람한테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아 온도가 낮아지면 일정기간 동안 활동도 정지된다. 한번 온도가 내려가면 정상 온도로 회복이 어려운 것도 특징이다."

―이용자 사례 중 인상깊은 얘기가 있나.

김용현 = "대인기피증이 있어 집에만 있던 분의 사례가 있다. 당근마켓을 통해 물건을 팔다가 나가서 사람을 만나다보니 대인기피증이 나아져 삶이 달라졌다고 하는 분도 있었다.

이웃끼리 만나서 거래하다보니 서로 덤으로 물건을 더 얹어준다는 훈훈한 사례도 많다. 어떤 분은 과실주를 담그는 병을 팔았는데 구매자가 고맙다며 귤이랑 배추, 무를 줬다고 하더라."

실제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당근마켓 이용 후기. 5000원짜리 중고 물품을 건네받은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감사편지를 건넸다는 내용이다.
―기술 기반 서비스고 이용자가 많아지다보면 실시간으로 관리해야 할 것 같다. 회사 인원이 적어 야근도 많을 것 같은데.

김용현 = "저희는 야근 안 한다. 기술 기반이다보니 처음에 제대로 만들어 놓기만 하면 그 다음부터는 서비스가 알아서 굴러가게 놔두면 된다. 우리는 설 연휴에도 일 안 한다. 서비스야 알아서 돌아갈테니까. (웃음)"

―5년 후 당근마켓의 목표는 무엇인가.

김재현 = "중고 거래를 넘어 지역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를 담고 싶다. 예를 들어 내가 주말농장에 다녀왔는데 상추가 남았으면 동네 주민에게도 나눠줄 수 있다. 식빵을 잘 만든다면 이웃 주민들과 쿠킹 클래스를 운영하며 함께 빵을 만들 수도 있다. 그렇게 지역 내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연결 지점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됐으면 한다."

김용현 = "미국도 보면 지역 내 커뮤니티가 되게 잘 돌아간다. 요즘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부녀회에서 농촌과 직거래해서 싸게 채소를 공동구매한다든가 하는 커뮤니티 활동이 늘고 있다. 저희가 이런 수요를 잘 연결할 수 있다면, 굳이 대형 아파트 단지에 살거나 미국에 있지 않아도 필요한 사람들끼리 만나는 지역 정보의 플랫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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