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 내세운 '착한 벤처' 뜬다

입력 2019.04.07 06:00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착한 벤처’가 뜬다. 기술과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등이, 자산가치는 물론 소외된 이웃을 돕는 등 사회에 도움을 준다. 동시에 청년 일자리도 해결한다. 정부도 100대 국정과제로 사회적 금융 생태계 조성을 내걸고 착한 벤처 기업에 통큰 투자를 이어간다. 하지만 업계는 더욱 정교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7일 스타트업 및 벤처업계에 따르면 사회적 가치를 내세운 소셜벤처가 주목받는다. 소셜벤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가가 설립한 기업 또는 조직을 말한다. 창의성을 기반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일반 기업과 같은 영업활동을 하면서 취약 계층에 사회 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한다.

◇ 저소득층 실명 막아주는 의료 서비스부터 숲 조성 프로젝트까지

김종윤 대표가 2013년 창업한 ‘오비츠’는 휴대용 검안기를 개발한 미국 스타트업이다. 한국 법인은 오비츠코리아다. 일반 검안기보다 검사 시간을 최대 60배 이상 단축해 1초 만에 시력을 측정할 수 있는 ‘아이프로파일러(EyeProfiler)’를 만들었다. 시력 외에도 안압이나 녹내장 여부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저소득층일수록 안과 질환을 발견하는 시기가 늦다. 이 점에서 착안해 나온 게 휴대용 검안기다. 특히 미국은 민간 의료보험 체제이기 때문에 한국보다 안과 진료를 받으러 가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오비츠는 캄보디아와 인도 등 개발 도상국에서도 실명 예방사업을 진행 중이다.

./ 센트비 제공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을 위한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센트비는 소액 해외송금 서비스를 국내 거주 외국인에게 제공한다. 이들이 한국에서 받은 임금을 본국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하려면 기존 은행에서는 6~7만원에 달하는 중개 수수료를 내야 한다. 임금 수준이 낮은 이들에게는 6만원도 큰 부담이다.

센트비는 필리핀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총 17개 국가에 해외 송금이 가능하다. 수수료 부담은 최대 90% 까지 낮췄다. 올해 3월 기준 센트비를 이용한 누적송금액은 2000억원을 돌파했다.

‘수퍼빈’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페트병, 캔 등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을 선별하는 지능형 순환자원 회수 로봇 ‘네프론’ 제조사다. 전국 각지에 36대 로봇을 시범 설치하고 재활용품을 모아 온 고객에게 현금 보상 서비스를 제공한다. 수퍼빈 자원 회수 로봇에 캔∙페트병 등을 올려 놓으면 물체 인식 시스템이 자원 종류를 구분하고 고객에게 현금을 보상한다.

수퍼빈은 빈 용기를 넣으면 보상을 제공하는 네프론을 개발했다./ 수퍼빈 홈페이지 갈무리
트리플래닛은 세상 모든 사람이 나무를 심는 방법을 만드는 벤처기업으로 2010년 창업했다. 2020년까지 전 세계에 나무 1억 그루를 심는다는 목표다. 현재까지 전 세계 12개국 115만명과 190개 숲에 77만 그루를 심었다.

2010년 나무 심기 게임 개발로 시작한 트리플래닛은 ▲스타 이름으로 숲 조성하는 ‘스타숲 프로젝트' ▲세월호 등 사회적 문제 추모 숲 조성하는 ‘포레스트 인 피스’ ▲저개발 국가에 구아바 나무 등 과실수를 심어주는 ‘메이크 유어 팜' 등을 진행했다. 창업 초기부터 임팩트 투자사인 크레비스 파트너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고, 2013년에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글로벌 사회적 기업 ‘비 코퍼레이션(B-Corporation)’을 인증받는 성과도 거뒀다.

◇ 착한 벤처에 투자 나선 정부…자금지원 넘어 제도 기반 다져야

정부도 착한 벤처 기업 키우기에 발벗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는 100대 과제로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내걸었다.

대체로 정부는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 사회적 기업과 소셜 벤처 등은 영리기업과 달리 돈을 벌기 위한 목적만으로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금 지원이 필수다.

자금 규모도 크게 늘고 있다. 2018년 금융정책당국과 공공기관에서는 총 1805억원의 자금을 대출과 보증, 투자 등으로 공급했다. 올해는 더욱 늘려 자금 2400억원을 사회적 경제 분야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월 정부는 재단법인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을 설립했다. 사회적금융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만들어 졌다. 향후 5년 간 총 3000억원 규모의 재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농협중앙회 등 금융권 단체들이 후원기관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이 덕분에 사회적 기업과 소셜 벤처는 매년 증가세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따르면 매년 인증받는 사회적 기업 수는 2007년 55개에서 2018년에는 312개로 늘었다.

트리플래닛에서 진행된 네팔 커피나무 농장 조성 프로젝트./ 트리플래닛 홈페이지 갈무리
자금 지원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지원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 자금을 꼭 필요한 기업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할 제도 기반이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다.

특히 단기간에 늘어난 지원 규모만큼 지원이 필요한 기업을 정확히 찾는 일도 관건이다. 스타트업과 벤처 특성 상 자금 유동성이 부실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본래 취지와는 달리 이미 안정적으로 경영을 진행하거나 앞서 공공 자금 지원을 받은 이력이 있는 검증된 기업에만 자금이 몰리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벤처 기업 정보를 축적하는 등 기금 관리를 체계적으로 해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상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국가 재정지원이 이뤄지는 만큼 경영 정보 공시 의무화로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사회적 기업 신용정보를 신뢰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기금에 대출 정보를 신용정보원에 제출토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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