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이해 관계자들이 모여 동반 성장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열렸지만 시각차만 확인했다.

한국방송학회는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유료방송 재편기, 합리적 거래 환경 조성을 통한 동반성장의 길 모색’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에는 학계, 케이블TV·IPTV 업계, 지상파, 쇼핑몰, 연구소 관계자가 참여했다.

최근 IPTV 사업자 중심의 케이블TV 인수합병, OTT 사업자가 합병 등 유료방송 사업자 중심의 시장 재편 움직임이 활발하다. 세미나에 참가한 플랫폼 업체와 콘텐츠를 제공 채널사업자(PP) 관계자는 상생을 위한 의견을 나눴다. 하지만 송출수수료를 두고 이견이 엇갈리며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유료방송 재편기, 합리적 거래 환경 조성을 통한 동반성장의 길 모색’ 세미나. / 류은주 기자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유료방송 재편기, 합리적 거래 환경 조성을 통한 동반성장의 길 모색’ 세미나. / 류은주 기자
전범수 한양대학교 교수(신문방송학과)와 박진용 건국대학교 교수(경영학과)는 각각 ‘유료방송 시장구조 변동과 새로운 복지 개념의 검토', ‘유통관점에서 본 TV홈쇼핑의 구조적·제도적 접근’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발제 후 고흥석 IPTV협회 팀장, 노동환 채널진흥협회 팀장, 신호철 케이블TV협회 팀장, 이찬구 미디어미래연구소 실장, 정연승 단국대학교 교수, 황기섭 TV홈쇼핑협회 실장 등이 패널로 참여한 종합토론이 있었다.

◇ 송출수수료 규제 원치 않는 SO와 IPTV

고흥석 IPTV협회 팀장은 "IPTV 사업자들이 유료방송 시장 환경 개선에 기여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케이블TV 가입자는 수백만이 감소했지만 IPTV 가입자는 1400만의 가입자를 만드는 등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이어 "서비스 구조 자체가 다른 케이블TV와 IPTV는 매출과 비용 구조가 다르다"며 "단순히 SO의 방송 수수료 매출 대비 IPTV의 PP 프로그램 사용료 비율이 적다는 식의 지적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말했다.

송출수수료가 증가한 것에 대해 고 팀장은 "최근 몇년 간 송출수수료가 증가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IPTV 사업이 성장해 왔기 때문에 그만큼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며 "또 SO 송출수수료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지급되고 있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신호철 한국케이블TV협회 팀장은 "IPTV는 진흥 대상 사업자로 규제가 거의 없고, 현재 국내에 진출하고 있는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는 규제 대상에 속하지 않는다"며 "케이블TV 출범 이후 독점 지위 남용 방지를 위해 정부가 만든 프로그램 사용료 가이드라인에 따른 (방송 수신료 매출액의) 25% 비율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사업자들은 요금 체계를 자기들 마음대로 책정하지만, 국내 사업자들은 그렇지 못하다"며 "가입자당매출(ARPU)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고양이 목에 방울 달 때"

PP들 입장에서는 협상력이 강한 플랫폼 사업자들이 송출 수수료를 올리지 못하도록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노동환 채널진흥협회 팀장은 "IPTV는 두자릿수로 매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PP에게 지급하는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률은 한자릿수에 그친다"며 "향후 유료시장 재편으로 소수 사업자들이 독점하게 되면 일반 PP들의 협상력이 지금보다 더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형식적 규제가 아닌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홈쇼핑업계도 송출 수수료를 산정하는데 정부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기섭 TV홈쇼핑협회 팀장은 "정책적 측면에서 홈쇼핑은 크게 방송과 유통으로 나뉘는데, 홈쇼핑 사업자는 협력사와 거래를 맺는 유통 측면에서 법에 의해 심하게 압박 받고 있다"며 "하지만 정부는 공공 성격이 더 강한 방송 쪽 송출수수료를 사적 영역이라고 하며 방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IPTV쪽과 상생협의체를 만들어 가동하고 있지만 협의가 쉽지 않다"며 "이제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일부 패널 중에서도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는 입장을 내놨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경영학과)는 "정부가 개입해 원만한 해결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하고, 송출수수료 인상 상한선을 정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사용내역 공개가 필요하다"며 "방송사업자들 재허가 시 송출수수료와 관련해 부가가치 창출 방안 등을 면밀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콘텐츠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는만큼 송출수수료를 단순히 수익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 투자 재원으로 봐야 상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찬구 미디어미래연구소 실장도 정 교수와 같은 의견을 드러냈다.

이 실장은 "콘텐츠가 중요해진 만큼 프로그램 사용료를 ‘비용'으로 인식하는 대신 ‘투자'라는 개념으로 봐야한다"며 "경제이론에서도 시장이 실패할 경우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미디어 환경변화를 살펴봤을 때 정부가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비용(투입) 대비 산출을 중시하는 ‘효율성' 측면보다 목표에 대한 달성 정도를 측정하는 ‘효과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