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롤링 남의 자산 훔치는 범죄행위, 인식 변화 갖자”

입력 2019.05.07 06:00

"4차산업혁명 시대 데이터베이스(DB, 이하 데이터)의 가치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가치가 있는 데이터를 아무런 죄의식 없이 가져와 사용하고 이득을 챙기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인식 변화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남의 것을 훔치는 크롤링 행위는 범죄입니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 변호사)

"관련 산업이 성장하면서 핵심적 자산 정보인 데이터를 무단으로 크롤링하는 이들 역시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절취 행위이며, 앞으로 민사는 물론 형사 대응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고재린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 변호사와 고재린 변호사는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무심코 해왔던 크롤링 행위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크롤링 행위는 범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기에 각 기업을 운영하는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

크롤링 범죄는 매년 증가 추세다. 데이터베이스가 더욱 중요하고 연결된 산업들이 등장해 빠르게 성장하면서 관련 문제들이 속속 발생하고 있다.

크롤링을 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각 산업계 후발 주자들이 선두 기업을 빠르게 따라잡기 위해 크롤링을 계속 시도한다고 한다. 그런데 무심코 했던 행위 크롤링이 범죄가 되기에 이제는 인식 변화를 이끌어야 할 때다. 특히 4차산업 시대 데이터의 가치는 높아졌지만, 인식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 변호사(오른쪽)와 고재린 변호사. / IT조선DB
◇ 크롤링은 엄연한 범죄 행위...이제는 인식 변화 필요해

크롤링(crawling)은 웹페이지의 내용을 그대로 긁어온 뒤(복제한 뒤) 필요한 데이터를 추출하는 행위다. 보통 이러한 크롤링은 웹페이지를 대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웹크롤링이라 지칭하며, 일반적으로 크롤링은 구글과 같은 검색엔진이 검색 결과를 제공하기 위해 사용하게 된다.

대부분의 크롤링은 위법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웹페이지의 운영자가 긁어가지 못하도록 조치한 데이터를 긁어간다거나, 긁어간 데이터를 사용해 부당이득을 얻는다거나 하는 행위를 할 경우엔 저작권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김 변호사는 데이터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크롤링은 범죄가 성립됐고, 이제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만 크롤링 범죄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김 변호사는 "이제는 콘텐츠만 베껴도 위법이고, 아이디어 도용 역시 위법이다"며 "최근 법망을 피해가려는 사람들이 있지만 엄연한 범법 행위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이 결국 뒤따라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크롤링은 정보의 가치가 계속해서 올라가는 정보화 시대, 각종 범죄 행위도 다양하고 심각해지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모니터링 외에는 막을 수 없기에 기업들의 인식 변화와 경각심을 갖고 움직여야만 크롤링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크롤링 과정 설명 자료. / 법무법인 민후 제공
◇ 산업 성장 속 크롤링 문제 커져...최근 스타트업까지

크롤링으로 인한 법적 분쟁은 국내외 시장에서 계속 대두되는 상황이다. 이미 국외에서는 크롤링 사건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고, 법적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청구까지 이어지게 됐다. 리그베다위키-엔하위키 미러 소송과 판결이 그 예다.

국내 역시 잡코리아-사람인 판결에서 보듯 크롤링으로 인한 법적 소송으로 양사 간의 긴 싸움을 벌였고, 데이터를 무단으로 수집해 적발된 기업이 거액의 돈을 배상했다.

현재 법무법인 민후가 맡은 야놀자와 여기어때 분쟁도 마찬가지다. 숙박 데이터를 후발 주자 여기어때가 무단으로 가져다 사용하면서 생긴 소송이다. 이 건 역시 데이터를 빼간 것이 명백하기에 여기어때는 무단 크롤링으로 정보통신망법위반죄와 함께 최근 업무방해죄까지 기소된 상태다.

고재린 변호사는 "후발 업체가 선두 업체를 빠르게 잡기 위한 무리한 행위들이 여러 크롤링 사건의 핵심 경위다"면서 "정보의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크롤링 행위와 피해는 더욱 심각해져 정보를 빼가는 이용자도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크롤링 문제는 이미 스타트업까지 번진 상태다. 여러 분야에서 창업이 이루어지고 비슷한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기업들은 선두 기업을 빠르게 따라잡기 위해 크롤링을 하는 것으로 파악돼 앞으로 법적 다툼이 예상된다.

최근 미디어 커머스로 큰 성공을 거둔 ‘블랭크’ 역시 크롤링 행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디어 커머스에서 중요한 제품 콘텐츠 기획부터 제품 디자인, 관련 아이디어가 그대로 도용돼 피해를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변호사는 "야놀자 여기어때와 콘텐츠를 무단 수집한 크롤링 방식은 다르지만, 이는 부정경쟁행위에도 해당돼 처벌이 될 수 있다"면서 "부정경쟁행위는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해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적인 크롤링으로 피해를 입은 사이트 운영자는 민사 크롤링 금지청구 또는 민사 손해배상청구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4차산업시대 데이터 가치 인정 받아야...데이터 가치 환산 주력

어쩌면 데이터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에는 데이터의 가치를 돈으로 곧바로 환산할 수 없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돈’ 이였다면 무단(도둑질)으로 가져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법무법인 민후는 데이터의 가치를 환산하고 법적 정의가 생기도록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그 시도는 야놀자-여기어때의 데이터 크롤링 소송에서 데이터의 제대로 된 가치를 환산할 방침이다.

물론 정립된 가치가 없기 때문에 가치를 산출하기까지 큰 어려움이 있겠지만, 인가 판결이 나오면 앞으로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손익 매출까지 연결해 데이터의 진짜 가치를 인정받도록 대응할 예정이다.

고 변호사는 "민사 소송에서 손해배상을 하는 데에는 이번 법리가 앞으로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본다"며 "야놀자-여기어때 크롤링 소송 건에서 데이터의 가치를 환산시키고 법적으로 기반을 만들어 앞으로 민사 및 형사 소송까지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 역시 "이제는 자기가 개발(만든)한 것 외에 가져오면 범죄라고 무조건 생각하면 된다"며 "남의 것을 안 가져오는 사업 풍토가 이어져야만 앞으로 생겨날 신산업은 물론 현재의 스타트업 생태계도 크게 발전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누구나 데이터를 마음대로 복제해 사용한다면, 노력으로 완성된 질 좋은 데이터는 계속해서 만들어질 수가 없다"면서 "현재 죄책감 없는 크롤링 범죄 인식의 변화를 갖고,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데이터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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